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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2015

Love Letters

사무실로 쓰는 위층의 방을 정리하다가 오랜세월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을 발견했다. 30여년 먼지가 뽀얗게 쌓인 투박한 가죽가방.

열어보니 신혼초 우리내외가 생이별을 하고 주고 받던 편지 수백통이 모두 그안에 들어있었다. 4학년 첫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결혼해 혼자 미국으로 유학와 지내던 24살의 나, 그리고 결혼 후 우리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들어와 혼자 시집생활을 하며 학교를 다니던 21살의 아내가 1년여에 걸쳐 서로를 그리워하며 주고 받던 편지들을 각자가 소중히 가지고 있던 것. 

아내가 졸업후 전공을 바꿔 미국유학을 오게 되면서 상봉해 서로의 편지들을 모두 모아 이 가방에 넣어둔 것이었다. 오랜 세월 처박아두고 잊고 있었다는 건 다시 서로를 옆에 두고 볼 수 있게된 지라 그 편지들이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리라. 떨어져 있을 땐 행여 서로를 잊어버리지 않을까 상대가 보낸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애틋한 마음 뿐이었는데.

다음 주 가족들과 떠나게 되는 여행에 가지고 가서 아내와 같이 저녁노을 지는 바닷가에 나가 앉아 하나씩 꺼내 읽어봤으면 싶다. 30년만에 햇빛을 보게되는 그 녀석들이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There's been many complaints from my children about my blog postings because my children are able to read Korean letters but still not at the level of understanding what it means. So this translation is for them(as well as nieces and nephews who visit here every once in a while) so they have a chance of getting to know what my wife and I went through while we were young. Though, the following is not exact translation but should be close. Well, it's just not my nature pulling my hair out trying on a word-to-word translation!

Few days ago, while I was cleaning the room upstairs that I use for reading and writing, I found a dusty, old brown leather bag sitting on very top of the bookshelf. What's in there was quite a big surprise for me. They are the love letters my wife and I sent to each other back and forth for a year when we were young and separated.

Spending only 2 short months after we got married at the age of 24 and 21, I had to leave her for my study in the States and my wife moved in to my parent's house by herself and continued her study. We must have written to each other almost every 2-3 days, I believe, all the way through until we met again.

Upon her graduation, she came over to me as a foreign students with a different major. I still vividly remember the moment that we saw each other again. We were in each other's arms so tight for few minutes without saying a word. Oh, we rather did not want to waste even a half second trying to say things!

Then, we gathered all the letters we had kept while we had been separated, put them in this brown leather bag, and shoved it away thinking we didn't need them anymore because we had each other again to ourselves! Before we met in the States, these letters were so precious for both of us and enabled us to connect to each other's heart and kept us alive. I remember reading her letter as soon as it arrived in my mailbox, reading it again after the dinner, before going to the bed, and when I woke up, just over and over again. I even hated the national holidays so much because the postal service stopped running!

I am thinking about taking these letters to our family trip to the Outer Banks next week and reading them one by one with her sitting down on a beach under the sunset. These letters may tell us a lot of stories that we have forgotten as we open them...



4/14/2014

진주혼

결혼기념일을 이야기할 때 1주년을 종이에 비유해 지혼(紙婚), 10주년은 주석혼(朱錫婚), 25주년은 은혼(銀婚), 50주년 결혼기념일은 금혼(金婚), 60주년은 금강혼(金剛婚) 혹은 회혼(回婚) 이라고 한단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에 비유해 종이(紙)에서 은과 금을 거쳐 다이아몬드(金剛)까지 점점 더 단단해지며 희귀해지는 물질로 옮겨간다.

며칠있으면 사람들 입에 자주 언급되지는 않지만 진주(혹은 상아)혼이라 부르는 30주년.

결혼생활 거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이 어느정도 커서는 편찮은 부모님이 계심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둘 다 지치고 늙어, 두사람만 어딜 다녀오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았었으나 이제라도 좀 이기적이 되어야겠다 싶어 금년엔 용기를 냈다.

<Day 1-3>
그래서 떠나온 첫 장소는 집에서 멀지 않은 버지니아비치라는 바닷가. 일해야 하는 걱정, 누굴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 뭘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염려없이 그냥 뒹글거리다가 배 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배부르면 모래사장을 하염없이 걷고 하며 지내는 중인데 그러는 것이 괜히 불안하고, 일 안하고 놀고 먹는다고 뒷통수에 대고 누가 뭐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오늘 아침은 눈이 조금 일찍 떠져서 아내가 일어날 때까지 베란다에 앉아 쏟아지는 아침햇살에 눈을 감고 잔잔하게 깨어지는 파도소리를 한참 듣고 있는데 옛날 생각이 영화장면들 처럼 지나가더라는...


17살 밖에 안된 앳되고, 한참 공부해야하는(고3) 처자였던 그녀를 밖으로 나데리고 다녔던 참으로 무책임했던 나, 그런 나를 싫은 기색없이 따라 나가지만 자신이 해야하는 공부는 열심히 해내던 모습, 나와 같은 과 친구였던 오빠와 하숙을 하며 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빠듯한 지원이지만 알뜰하게 절약하며 거뜬히 오빠를 돌보던 모습, 대학진학을 하고 같은 또래의 학생들과 같이 가게되는 MT등은 나를 생각해서인지 스스로 포기하던 사람, 가끔 우리집이라도 방문해 부모님과 식사라도 할라치면 간단한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와 음식도 만들어 놓고 설거지도 하던 대학3-4년차, 미국으로 유학와 시집생활, 풀타임가게일, 풀타임 학교생활을 동시에 이어 나가면서도 군소리 한마디 없이 해내던  미국생활 초반,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소천하실때 까지 최선을 다해 모시는 모습에 자식인 날 부끄럽게 하던 그녀...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녀가 밑지는 장사같은데 다시 태어나도 날 만나겠다고 망설임없이 대답하는 그녀...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Day 3-4>
버지니아비치를 출발해 5시간 반 정도 운전해 블루릿지마운틴을 넘어가게 되면 웨스트버지니아로 채 못가서 버지니아의 산속에 위치한 Hot Spring이란 마을이 나온다, 그 곳에 위치한 다양한 형태의 온천장들이 허리가 안좋은 아내에게 좀 도움이 될까 하는 바램으로 왔다. 비용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앞으로 살아생전에 몇번이나 더 오겠냐 싶어 온천수로 된 실내외수영장등을 잘 갖춰논 Homestead란 이 호텔에서 여장을 풀기로. 오른쪽의 사진은 그곳에서 멀지 않은 Jefferson Pool. 워낙 역사가 짧은 미국이라 조금 오래된 구조물이나 장소는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보존 관리하는 이곳 사람들답게 Homestead호텔도 300년, Jefferson Pool도 250년간 잘 보존해왔다고 자랑들이 대단하다. 반만년역사를 가진 우리가 볼 땐 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여간 도착당일 저녁과 다음날 아침에 걸쳐 내내 온천욕으로 시간을 보낼수 있어 좋았고. 때밀어주는 서비스도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그게 내내 아쉬움으로...결혼기념으로 왔다고 하니까 100불짜리 음식쿠폰, 48불짜리 와인(메뉴를 보니), 카페에서 만드는 제대로 된 커피 2잔 등을 안겨주고 퇴실시간도 11시에서 오후 2시로 연기해 주는 등 받은게 많아 결과적으로 기존 호텔들보다 그리 많이 낸건 아니다 싶어 "격이 안 맞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이런 고급스러운덴 뭣하러 왔누..."라고 내내 툴툴거리던 짠순이가 특히나 기뻐했다.

<Day 4-5>
2시간여 달려 둘째가 공부하고 있는 Charlottesville을 들려 둘째녀석을 불러냈다. 근래에 치과쪽으로 전공을 바꿔 스트레스가 심할텐데 이야기해 보니 잘 견뎌내고 있는듯 싶었고 같이 저녁을 맜있게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 1시간 후 둘째가 온라인으로 찾아준 Glass House Winery를 찾아가 그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Bed & Breakfast에 체크인을 했고. 온통 포도나무밭으로 둘러싸인 한편 아담한 호수를 담은 이 산꼭대기의 집에서 운치있는 하루를 보내는데 가지고 간 랩탑에 뜬 속보에 나온 진도 수학여행선 참사가 눈에 들어와 온 저녁을 애를 태우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내는 안타까와할 피해자 학부모들 생각에 내내 눈물만 흘리고. 투숙객들의 편의를 돕고 아침을 짓는 상냥한 아주머니가  내려 준 진한 향의 커피를 겸해 근사하게 차려놓은 아침상을 받아먹고는 떠나 2시간 후 그리던 집으로 돌아왔다.

12/15/2012

늙어감 = 아름다움

오늘 새벽예배 성경본문 교독시간에 성경을 펴고 나서야 돋보기를 안 가져왔다는 걸 알았다. 간유리를 통해 보듯 부옇게 퍼져 전혀 읽을 수 없는 글자들… 앞에서 나만 뚫어져라 보고계신 듯 한 목사님, 근처에 있는 교인들 눈치 챌까봐 난감한 기색을 감추고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찾는 척, 읽는 척. ㅋ ㅋ 운전하다가 어디서 전화가 와도 돋보기를 걸치기 전엔 전화에 찍힌 번호나 이름을 읽을 수 없으니 그것 역시 답답하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늙는 증세가 가속화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요즘. 이제 8월이면 official하게 오십이고 오십이면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뜻을 이해한다는지천명(知天命) 인데 난 과연  하늘이 나에게 주신 사명/뜻 을 알고 있는가… 정말 그러고 싶다.

난 머리를 짧게 잘라 새치가 눈에 잘 안 띄지만 그 수가 적지 않고 아내도 역시 머리에 희끗 희끗함이 묻어 있다. 흰 머리에 관한 한 아내와 나의 의견에 차이가 있는데 난 그대로 가자는 쪽이고 아내는 염색을 해서 감춰야 한다는 쪽이다. 솔직히 아내의 늘어난 흰 머리가 내겐 아름답고 멋지다. 아내가 지난 번 둘째가 해줘서 처음 염색을 했을 때 말은 안 했지만 조금 화가 나기도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내가 아내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배우자나 다른 사람들 에게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능이지 않은가. 그 사람의 아름다움은 흰 머리를 감추는 것이고 난 그냥 놔두는 것인 걸 어찌하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머리가 백발인 노부부가 손을 잡고 지긋한 웃음을 머금은 채 오손 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는 모습이 나에겐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진 광경이다. 그리고 그 노부부가 함께 헤쳐 온 그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깊은 주름살들이 이마에 새겨져 있다면… 그건 더 화려하다. 그래서 나에겐 몸 여기 저기가 삐걱거리거나 눈이 잘 안보이는 등의 불편함은 있겠지만 늙는다는 것이 두렵거나 싫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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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쓴 글

11/19/2012

Few thoughts

일.
아내가 한동안 속이 안좋아 불편해 했다. 많이 안 먹었는데도 배가 부른 듯 하고 소화불량인 듯한 상태로 지내오길 한두 달. 가게일로 바쁘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그냥 놔두면 안될 것 같아 반강제로 소화기과의사와 약속을 하게 하고 위와 대장 두가지 내시경검사를 한꺼번에 받게 했다. 아내와 나 둘 다 오늘 하루 휴가를 내서 내시경검사를 막 다녀 오는 길. 다행히도 암으로 보이는 건 없었다고 하고 다만 장에 염증이 조금 보이니 먹으라고 약을 처방해 줬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
큰 아이가 졸업을 하고 집에 있으면서 직장문을 계속 두드려 오던 중 이었는데 얼마 전 이 지역의 법률회사에 면접을 다녀와 응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병원을 다녀와 앉아 쉬고 있는데 윗층에서 갑자기 "꺅!!!!!!!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제 엄마와 끌어안고 두 여자가 미친듯이 껑충껑충 뛰기 시작. 나도 윗층으로 올라가 이유도 모른 채 일단 같이 안고 뛰고 보았다. 그리고 진정이 된 후 물어 보니 그 회사의 인사처로 부터 채용통보를 방금 전화로 받았다는 것. 초봉치곤 꽤나 높은 연봉과 혜택을 구두로 제시하고 며칠 후 자세한 오퍼를 서면으로 보내겠다고 했다한다. 아이와 애 엄마를 안고 게속 더 뛰고 말았다.

삼.
둘째가 추수감사절방학을 맞아 몇 시간 후 집에 돌아온다.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힘들어 했는데 이번 일주일여의 방학을 맞아 잘 쉬고 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 오늘 밤은 감사한 일들이 겹쳐 잠이 안 올듯... 가족이 즐거운 추수감사절을 정말 '감사'하며 지내자꾸나.

사.
여러 구역식구들의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구역예배를 어제 교회에서 간단하게 드렸다. 말씀을 대하기 전 아이스브레이커로 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살 날이 앞으로 한 달 밖에 없다면 그 많은 일 가운데 어떤 일을 제일 하고 싶으세요?" 모두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하는데 같은 대답이 나왔다. "가족들과 시간을 더 함께 하고싶고,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길 원합니다." 였다.

그래서 "그럼 마지막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바로 오늘 부터 그 일을 시작하세요."라고 말씀드렸다.

11/03/2012

손을 잡는다는 것

서울을 잘 아는 사람은 대충 짐작을 하겠지만 명동에서 화양동 어린이대공원입구까지는 꽤나 먼 길이다. 지금 이 두 군데를 연결하는 버스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버스를 타고 가도 한 30-40분은 걸리는 거리일꺼다. 근데 이 거리를 걸어서 간다면?

하나도 안 힘들었고 시간(아마 두세시간은 족히 걸렸을)이 어떻게 지나 가는지도 몰랐다. ㅎ ㅎ 왜냐하면 아내와 연애할 때 였기 때문. 꼭 연애뿐 아니라 중매로 만난 사이도 교제기간동안에는 모두 그랬을 것이지만 그녀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너무 빨리 온 것 같아 안타까울 정도였다. 내내 손을 잡고 걸었다. 언제 어디서 무엇때문에 만나도 꼭 손을 잡고 걸었다. 비가 오거나 눈이라도 올라치면 더 좋았다. 왜냐하면 우산쓰는 것 아니면 미끄러지는 것을 빙자해 더 찰싹 붙어 걸을 수 있었기 때문.

근데…요즘은…잘 안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왜냐하면 어떨 땐 내가 좀 겸연쩍게 느껴 졌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너무 닭살이라고 할까봐… 근데 어제 가게를 같이 나오면서 생긴 일.

차에서 내려 가게 입구로 걸어가는 데 내가 몇 발자국 앞서 걷기 시작. 그런데 아내가 바짝 내 왼쪽 옆으로 다가서더니 자기 어깨를 툭 내 어깨에 부딪친다. 그래서 무심결에 바지주머니에 찔러넣고 있던 왼손을 꺼내 아내의 손을 잡았는데 아내의 표정이 눈부시게 환해진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래, 이 위치가 바로 그 위치야!

연애할 때는 아내를 보호한답시고 왼쪽 인도로 걸어갈 때는 아내가 왼쪽에 서게 했고, 오른쪽 인도에서는 아내가 오른쪽에 서도록 해 내가 꼭 찻길쪽으로 걸었었다. 하지만 결혼식에서 주례하는 분 앞에 서는 순간 부터는 아내가 왼쪽에 섰었고, 그 이후 26년동안 어디를 걷게 되던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아내가 줄곳 왼쪽에서 걸었던 바로 이 사실을 늘 무심코 지나치다가 갑자기 어제 그 순간에야 깨달아 진 것이다. 둔한 놈...

이것 뿐이 아니다. 어떤 일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나에게 대한 신뢰를 변치않고 지켰던 사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한 팀이 있다. 선수는 딱 한 명, 치어리더도 역시 한 명. 선수는 그리 잘 싸우지도 못하고 노상 져서 들어 오는데... 치어리더는 전혀 개의치 않고 펄쩍펄쩍, 앞으로 뒤집고, 뒤로 뒤집고, 풍차돌기, 짝짝짝. 피부가 검어지는 것도, 혀가 바싹 타들어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는 것도, 입술이 말라 터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 벌건 땡볕아래서 쉬지 않고 목이 터져라 그 못난 선수를 향하여 잘한다고 소리 지른다...그래서 어깨가 축 쳐저서 들어오던 선수가 어느새 마치 개선장군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자기 벤치로 돌아오게 하는...

그런 그 사람을 생각하면 겸역쩍은게 뭐 그리 대수랴. 밖에서 손 잡아주는 그런 간단한 동작하나로 저렇게 빛나도록 환해지는 얼굴을 볼 수 있는데…"이 사람, 이제보니 완전 푼수네!" 혹은 ”별 것 아닌 것 갖고 아예 소설을 쓰세요”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는데… 그 짜증섞인 야유도 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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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올렸던 포스팅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나 자신에게 조차 잊혀 졌던 글. 꽃다운 스물 한살에 북적거리는 대가족의 꼴찌로 들어오게 해 일평생 고생만 시키고 이젠 좀 편하게 살게 해줄 때도 됐건만 아직도 그 고생을 못 벗어나 미안하고, 그래서 아내에 대한 마음이 점점 애틋해 지는 요즘... 좋았던 그 옛 시간들을 되돌아 보려 다시 올렸습니다.

4/28/2012

28주년


Source: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ICyN&articleno=4635116#ajax_history_home
한 십오년 쯤 전 인가 묘지이장작업을 하던 중 발견된 조선조 시대의 관 안에서 애절한 망부가가 나와 세상이 떠들썩 해 진 적이 있었다.

삼십이 갓 넘은 나이로 요절한 남편을 떠나 보내며 적은 부인의 절절함이 담긴 한글편지와 부인 자신의 머리칼을 넣어 삼은 미투리(짚신처럼 볏짚으로 삼지 않고 삼을 주재료로 삼은) 한짝이 420년의 세월이 지난 후,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울렸었다.

원이 아버지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현대어 옮김-임세권안동대사학과교수)

그 당시에는 "응, 그것 참 희안한 발견이다"하고 무심하게 지나갔는데 지금은 눈물없이는 끝까지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특별히 실제편지 사진을 보면 그 부인이 쓰다가 쓰다가 아쉬움에 글이 길어지니 위의 남은 여백에다 옆으로 계속 더하여 써 내려간 것에 이르면 그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져 내 마음이 다 무너진다.

어느 시점에는 누가 먼저 가든 이런 이별의 시간이 오겠지... 지금 최선을 다해 서로의 귀함을 확인하고 위해 주는 것 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

금년과 내년에는 여전히 맨입이지만 30주년에는 남들 처럼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이라도 가 봅시다. 무슨 홍상수 영화처럼 어색하고 엉뚱했던 우리의 처음 만남과 그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꽤나 많았던  28년 지난 세월...

함께 축하합니다, 당신.

4/15/2012

진주보다 값진 사람 (제목이 쫌 그런가?)

늘 좋은 건 부모님이나 아이들, 나에게 양보하던 이 사람이 이 날 만큼은 조기
왼쪽에 보이는 까만 잎새모양으로 만든 쵸콜렛을 "오늘 내 생일이니 이건 내꺼야"
하면서 입에 넣었다. "그래 이젠그렇게 자신을 챙겨가면서 살아!" 라고 난 속으로 되뇌었다.

얼마전 아내의 생일을 맞아 집에 달랑 하나 남은 아들녀석과 셋이 손바닥만한 미니케이크를 놓고 생일축하를 했다. 뭐 크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본인도 그런 걸 극구 사양하는 터라 얌체처럼 케이크 하나 놓고 왕생색을 냈더라는...(이 케이크도 내가 산 게 아니고 아내가게의 메니저가 아내에게 선물했던 걸 아내가 집으로 가지고 와서 같이 먹은 것 뿐이라 더 미안)

이제 오십을 코 앞에 둔 여인으로서 좀 착잡한 마음이 드는 듯한 표정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는데...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지 얼굴이 더 어둡다.

시부모님을 지난 28년간 모시고 두 분의 마지막 순간까지 정성을 다해 애를 써 준 아내가 참 고맙고도 고맙다. 시집살이를 시집살이로 생각하지 않고 이 집의 딸로서 진짜 자식인 외아들보다 더 잘 해 드리고, 힘든 일이 적어도 한 두 번은 있었을 텐데 남편에게 뭐라 단 한 마디도 하소연이라고는 한 적이 없는 이 사람을 생각만 하면 늘 떠오르는 성경구절... 잠언 31장 10-31절.

10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니라
11 그런 자의 남편의 마음은 그를 믿나니 산업이 핍절치 아니하겠으며
12 그런 자는 살아 있는 동안에 그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치 아니하느니라
13 그는 양털과 삼을 구하여 부지런히 손으로 일하며
14 상고의 배와 같아서 먼 데서 양식을 가져오며
15 밤이 새기 전에 일어나서 그 집 사람에게 식물을 나눠 주며 여종에게 일을 정하여 맡기며
16 밭을 간품하여 사며 그 손으로 번 것을 가지고 포도원을 심으며
17 힘으로 허리를 묶으며 그 팔을 강하게 하며
18 자기의 무역하는 것이 이로운 줄을 깨닫고 밤에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19 손으로 솜뭉치를 들고 손가락으로 가락을 잡으며
20 그는 간곤한 자에게 손을 펴며 궁핍한 자를 위하여 손을 내밀며
21 그 집 사람들은 다 홍색 옷을 입었으므로 눈이 와도 그는 집 사람을 위하여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그 시대상을 모르는 분을 위햐여. 홍색옷: 두툼하게 짠 귀인들이 입는 겨울옷. 굳이 요즘식으로 번역하자면 "질좋은 오리털파커를 종과 가족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식구들에게 빠짐없이 입혔으니 추운겨울에도 염려하지 아니하며")
22 그는 자기를 위하여 아름다운 방석을 지으며 세마포와 자색 옷을 입으며
23 그 남편은 그 땅의 장로로 더불어 성문에 앉으며 사람의 아는 바가 되며
24 그는 베로 옷을 지어 팔며 띠를 만들어 상고에게 맡기며
25 능력과 존귀로 옷을 삼고 후일을 웃으며
26 입을 열어 지혜를 베풀며 그 혀로 인애의 법을 말하며
27 그 집안 일을 보살피고 게을리 얻은 양식을 먹지 아니하나니
28 그 자식들은 일어나 사례하며(어머니가 보이면 모두 일어나 예를 갖추며) 그 남편은 칭찬하기를
29 덕행 있는 여자가 많으나 그대는 여러 여자보다 뛰어난다 하느니라
30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31 그 손의 열매가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요 그 행한 일을 인하여 성문에서 칭찬을 받으리라

3/22/2012

생각의 편린들

하나.

금년 들어 잔디를 처음 깎았다. 퇴근하고 아버님 병원에 가기 전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후다닥. 봄에 잔디를 처음으로 깎는 것엔 여름에 늘 깎는 것 과는 달리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단다.

겨우내 성장을 멈추고 동면 비슷한 상태로 있던 잔디가 날씨도 따뜻해지고 비도 내려서 땅에 수분이 충분해 지면 이제 본격적으로 자랄 준비가 되는데 그런 잔디의 허리를 사정없이 잘라주는 것이다. 그것도 날카로운 작두나 면돗날 같은 것으로 상처를 최소화해서 자르지 않고 잔디깎는 기계의 무딘 날로 잘리는 면이 으깨지는 상처를 주면서...그래야 잔디가 겨울의 움츠림에서 깨어나 활발하게 성장을 하기 시작한다는 거다.

돌아보면 지난 상처들이, 그리고 힘든 시간들이 모두 상처로 남지 않았고 그 힘듦이 지금까지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상처가 주는 유익이라고 해야 되나...그리고 잔디에 유익하기에 사정없이 잘라 주는 내 모습을 보면서 간혹 우리에게 어려움을 허락하시는 그 분의 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고 해야 하나...



둘.

며칠 전 밤에 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슨  힐링 뭐라는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보며 눈이 퉁퉁 부어 훌쩍거리고 있는 걸 보게 됐다. 평소 아내에게 웬만하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보는 걸 장려하는 편이다. 미국사는 가정주부들이 도대체가 낙이 없는 것을 알기에, 남정네들도 마찬가지지만. 그저 직장이나 가게, 집, 아니면 교회. 딱 세 장소에서 그냥 소처럼 일에 치여 산다. 고국에서 처럼 친구들을 만나 골프를 나간다거나 찜질방을 간다거나 아니면 근사한 데서 수다떨면서 점심을 먹는다던가 하는 재미가 없기에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그러니 그런 시시한 예능프로그램이라도 찾아서 보면 나름 낄낄대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감정의 찌끼를 정화하고 배설하는 것이 유익할거다 싶어 적극 권하곤 했다.

근데 다 보고 나서는 엉뚱한 말을 휙 던지고 방을 나간다. "차인표가 당신과 너무 닮았어. 살아가는 모습이". 이게 무신소리?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연예인이라면 부정적인 삶과 많이 가깝지 싶은데 내가 과연 무슨 잘못한 것이 있어 그랬을까...궁금하다...



셋.

며칠 전 까지는 아버님이 눈을 뜨고 계시는 것만 봐고 좋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제 많이 회복이 되셔서 소고기를 잘게 다진 병원식도 드실 정도고, 말씀도 명확히 잘 하시고, 걸어다니지만 못하실 뿐 300프로 나아지셨다. 근데...옆에 앉아 있으면 주문을 하기 시작 하시는데 정신이 다 없다. "야, 얼음물!"하셔서 뛰어가서 새로 얼음물을 만들어 입에 대어 드리면 쫙 들이키시고 난 자리에 앉는다. 약 15초 지나면 "야, 눈꼽좀 떼어줘!", 약 30초 후 "야, 간호원에게 진통제 놔 달라고 해!"

이제 슬슬...진력이 나려고 한다. ㅋ ㅋ ㅋ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할 줄이야...

8/08/2011

Formula XYZ


그림출처: http://bbaggoom.tistory.com/239
 개학이 가까와 지면서 직장일도 바빠지고, 기타 다른 이런저런 일 들로 차분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은 커녕 이메일 읽는 것 조차 여의치 않은 요즘.

어제는 짜투리 시간이 조금 나길래 오래 전 읽다가 내려 놨던 Dr. Les and Lesley부부의 "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marriages"라는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지혜의 조언들을 담았는지 매 30초 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 결혼을 앞둔 부부, 부부간에 문제가 생겨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부, 이미 절단이 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이른 부부 등 수십년에 걸쳐 많은 부부들을 상담했던 이 전문가내외가 금쪽같은 경험을 통해 문제를 대비하고 피해갈 수 있는 길을 굉장히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보여준다.

간단한 한 예로 대화시 XYZ공식이란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데 우리 부부는 10여년 전 교회에서 카운셀링을 전공한 한 전도사님으로부터 훈련을 받아 계속 사용해 오던 방법.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면서도 사용할 때마다 우리 내외는 깜짝 놀라곤 한다.

가령 내가 밥을 먹을 때 짭짭대면서 먹는데(진짜로)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거 무슨 돼지처럼 짭짭대면서 먹지좀 마!" 할 수 있는 걸
"당신이 밥을 먹을 때(X라는 상황) 그렇게 소리를 내서 먹으면(Y라는 상대방의 행동) 보기가 좀 민망해요(나는 Z라고 느낀다)"라고 한다는 거다.

근데 희안한 건 전자처럼 말을 했다면 버럭 화를 내며 금새 싸움으로 번질 소지가 있지만, 후자의 경우 싸움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고 상대방이 순순히 받아 들이게 된다는 거다. 꼭 부부간의 대화에 한정된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대화에 사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 아들녀석이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하는데 밤을 새워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하자. 내가 그걸 보고

"야 이 자슥아! 너 뭐가 될려고 그렇게 게임만 하고 있어?" 할 수 있는 걸
"야 네가 자야하는 시간인데(X라는 상황) 그렇게 게임만 하고 있는 걸 보니(Y라는 상대방의 행동)  아빠가 많이 걱정이 되는구나(나는 Z라고 느낀다)"라고 한다는 거다.

처음엔 우리 부부도 좀 어색해서 킥킥 대면서 억지로 하듯 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누구와 대화를 해도 자연스레 이 방식으로 말이 나오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거듭 경험하게 된다. 이런 간단한 대화의 기술(XYZ공식)에 의해 싸움이 될 만한 대화들이 긍정적인 대화로 유도 되어 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램으로 여기에 끄적여 본다. ^^

4/27/2011

27주년

삐지기도 잘 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던 연애시절과 20대 신혼시절이 생각난다. 서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삶을 공유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진통이었으리라.

그 이후로는 각자 자신의 모난 부분을 스스로 깍아내기도 하고 상대의 그런 부분을 아프지 않게 깍아주기도 하며 서로가 좀 더 둥글어 지려고 애쓰며 살아온 것 같다. 이제는 서로의 약점과 장점, 버릇과 취향을 속속들이 숙지하고 있으니 내외간에 무슨 실수를 해도 픽 웃으며 서로 덮어주는 쪽으로 가는 것 같고.

그래도 일년에 한 두 번 정도는 서로에게 순간적으로 화가 꽤 나는 경우가 생기긴 하는데, 그럴 땐 마치 약속한 것 처럼 그 자리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그냥 하루 반나절정도를 지낸다. 그리고는 감정이 가라앉은 다음에 솔직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다시 나누게 되고...결국에는 백이면 백 두 사람 다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게 되는 것으로 끝나기에 싸움이라는 게 좀 싱겁다.

누구나 발에 잘 맞고 편하게 신는 신발 한 두 켤레는 있지 않나 싶다. 그것만 신으면 발이 편하고 안락하리라는 것, 아무리 거친 길을 오래 걸어도 물집도 생기지 않고 별 일 없을거라는 확신이 있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까지 27년(내일이면)이 걸렸다.

이런 상태에서 서로를 더 위해주고 아껴주고 싶은데 이젠 거꾸로 남은 시간을 세어 나가야하는 얼마 남지않은 우리의 나이이기에 그 사람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

2/13/2011

발렌타인 데이

For you Pat.
It will be waiting for your return! 
From mom and dad.
내일이 발렌타인 데이라 늘 하듯이 쵸콜렛 몇 종류를 담고 카드를 만들었다. 아이들 셋, 아내 하나 해서 4봉지. 새벽에 나가면서 우리내외방과 둘째와 막내 방 앞에 놓고 나가면 되겠지 싶은데 학교에 가 있는 큰 아이는 지난 몇 주 간 경황이 없어 우편으로 보내지 못하고 그냥 그 아이방 침대머리에 놨다. 여기 사진 있으니 와서 눈으로 보라고나 해야 할 듯.

아내에겐 선물이나 밖에서 밥 한끼라도 사 줘야 하는데 금년도 지난 몇 년간 그랬듯이 이렇게 쵸콜렛 몇 조각으로 때우는 cheap husband로 남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

한참 산을 좋아하던 시절 용문산에 오르면 거의 꼭대기에 이르러 큼지막한 바위 몇개가 모여 있고 그 바위들이 만나는 곳에 작은 틈새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쯤 그 틈새를 발견하곤 호주머니칼을 그 속에 쏙 넣은 후 작은 돌로 틀어막고 산을 내려온 적이 있다. 그리곤 여기 저기 전국의 산을 쏘다니다간 1년이 넘은 후 다시 그 산에 올라 그 틈새를 찾아서 막은 돌을 치우고 그 안을 들여다 볼 때의 설렘과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뛰던 심장박동소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몇년 씩 지나 돌아가서 그 자리를 들여다 봐도 그 칼은 녹도 별로 슬지 않은 상태로 거기에 있었고 매번 그런 설렘과 가슴뜀은 잦아들지 않았었다. 마치 무슨 보물을 감춰놓고 있는 녀석마냥...

뚱딴지 같이 이렇게 옛날 생각이 난 이유는 그런 곳이 내 가슴속 어디엔가도 있는 것 같아서다. 아내를 대할 때면 30여년 전 연애할 때 같은 그 가슴설렘이 아직도 느껴지니 도대체 알 수 가 없는 노릇이다. 과연 그 사람이 알고나 있을까? ^^

1/25/2011

파스타

엄마가 일찌감치 잠이 드셔서 오늘은 병실을 좀 일찍 떠났다. 퇴근하면 가게로 가서 아내와 같이 일을 하다가 같이 집으로 오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지난 2주간은 내가 병원으로 곧장 가는 바람에 아내가 문 닫는 시간까지 혼자 일하느라 많이 힘들었으리라.

그런데다가 집에 오면 밥을 차려서 아이들과 날 먹여야 하고, 청소/ 빨래도 해야하고,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숙제(특히 수학)를 돕기도 하니 밤 11시나 되어서 모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축 처진 몸으로 우리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땐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오늘도 집으로 향하는 도중 “오늘저녁은 뭘 만들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있을거고, 마땅히 대책도 없을 게 뻔하다. 해서 오늘 저녁은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내가 준비해 보기로.

Garden Rotini

Penne Rigate
 일단 아내에게 오늘 저녁걱정은 말라고 전화를 해 놓고, 팬트리에 박스에 든 여러가지 마카로니가 보여 이거다 싶어 다른 재료를 찾아봤더니 Alfredo소스와 비슷한 Roasted Garlic Parmesan소스라는게 있고, 냉동실에는 다듬고 썰어놓은 모듬야채, 날새우가 있어 이거면 됐다 싶은 생각에 저녁시간에 늦지 않도록 얼른 준비를 시작했다.


Roasted Garlic Parmesan 소스.
Alfredo소스와 맛과 색이 비슷
1. 우선 큰 냄비에 마카로니 두 가지(Garden Rotini라는 울긋불긋하고 꼬불꼬불한 야채마카로니와 Penne Rigate라는 음료수빨대를 비스듬히 뚝뚝 잘라놓은 것 같은 마카로니) 16온스 정도를 바다소금 조금과 함께 물을 많이 넣고 끓이기 시작. 15-20분.
  
 2. 프라잉팬에다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썰은 양파 1개, 으깬 마늘 조금, 날새우 60-80(1파운드에 60에서 80개 정도 되는 거니까 중간사이즈)짜리 16온스를 같이 넣고 볶기시작. 소금 후추 간을 조금 하고 다 익히지 않고 반만 익힌다.

3. 브로컬리, 칼리플라워, 당근으로 된 냉동야채 16온스는 마이크로웨이브에 5분 정도로 해동을 시키고.



Pepper Jack Cheese
 4. 다 익은 마카로니냄비의 물을 완전히 찌워내고 마카로니만 남은 냄비에 프라잉팬에서 볶은 것들, 해동된 야채, 병에 있는 Roasted Garlic Parmesan소스 16온스를 모두 넣고 중간정도의 불에 잘 섞어 준다.

 5. 이제 다 됐나 싶었는데 맛을 보니 너무 싱겁다. 그래서 냉장실을 보니 Pepper Jack치즈가 있길래 그거 서너장을 넣고 잘 저어주니 녹으면서 간도 맞고 맛도 더 나는 것 같음.

아내가 집에 도착할 즈음에 준비가 끝났고, 까탈스러운 막내녀석이 무슨 Sommelier가 와인을 테스트하듯 몹시 의심스런 표정으로 그것도 한 입도 아니고 반 입만 먹어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난 속으로 “이눔아, 맛이 없어도 그것밖에 먹을게 없거덩?" 했다. ㅎ ㅎ

나름 윤기있어 보이는 완성품.
위의 재료로 한 5인분 정도 나온 것 같고 Garlic bread를
구워 같이 내어 놓으면 더 좋을 듯 싶었는데 아쉽게도
냉동실에 그것만 없네. ㅡㅜ;

9/03/2010

Living as if it's the last moment of my life

당신때문에 나 그 동안 너무 행복했어!”

어제 아내에게 한 말 이다. 주중에는 퇴근 후 가게로 와서 문 닫는 시간인 밤 8시까지 같이 있다가 같이 집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어제는 아내가 막내의 학교에 가서 돈을 내야하는 날 이어서 조금 일찍 들어갔다. 그런데 가게를 떠나는 아내에게 늘 하던 “이따가 봐!”나 “조심해 들어가!”를 안하고 생뚱맞게 이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고마와요. 나도 행복해요.”하며 환하게 웃으며 나갔지만 나의 엉뚱한 어투에 당혹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나는 듯 이야기 했으니 당연히 그랬을 것.

갑자기 이따가 다시 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죽음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되어선가 아니면 점점 험해지는 운전자들에 비해 얌전하고 고지식하기만 한 아내의 운전 때문이던가…

이전에는 집에서 나설 때 어머니께 “다녀 오겠습니다!”하고 인사를 드리고 들어갈 땐 “잘 다녀왔습니다!” 하곤 했다. 그게 요즘엔 들어갈 땐 변한 게 없지만 나갈 땐 “저 갑니다!”로 바뀌었다. 다시 돌아 올 보장이 없는 게 맞다 싶어서…

그렇게 살아가길 원한다. 다시는 내일이 없을 것 처럼… 가족을, 지인을, 세상만물을 사랑하고, 감사해 하고, 귀해 하고, 위하면서 살고 싶다. 도대체가 미워하고 다투며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귀한 시간들이다…

6/21/2010

아내의 부재

당장 오늘 저녁은 식구들을 위해 뭘 만들지?…빨래감이 통에 꽉 차면 어떻게 세탁기에 돌려야 하나…색깔있는 것과 흰색계통을 분리해 빨아야 한다는 것 같던데 어느정도까지가 색깔이 있는 거라고 해야하나…건조기에는 얼마나 오래 돌려야…가게에 물건이 떨어지면 뒤 창고 어디에서 찾나…가게 수표구좌에는 어떤 경우에 입금을 해야 하는 건지… 입금해야 하면 얼마를 어떻게 입금을 해야 하나…

아내가 탄 비행기가 뜬 지 45분 밖에 안됐는데 벌써 이런 걱정들이 몰려온다 ㅡㅜ. 한국에서 모처럼 처형댁으로 방문하신 장모님을 만나 한 일주일 지내려고 아내가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처형댁으로 방금 떠났다. 가게때문에 방문할 엄두를 못내고 걱정하는 아내를 내가 일주일 직장에서 휴가를 내고 집에 방학으로 와있는 큰 아이와 같이 나가 가게를 보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고 엄마 언니와 일주일 잘 쉬다 오라고 설득을 했다. 여행비용도 들고 가게나 집안꼴이 어떻게 되겠냐고 포기하려고 뭉게는 짠순이를 걱정말라고 큰 소리쳐서 보내 놨지만... 난... 지금...학교에 입학하고 첫 등교해 아랫도리를 움켜쥐고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 헤메는 국민학교1학년 학생이 된 기분이다. 당최 아무것도 모르겠다. ㅠㅠ

아내가 일주일 전부터 오래 먹을 수 있는 장조림, 멸치조림, 각종 무침 등 반찬을 만들어 놓고 될 수 있으면 일주일분의 일을 해 놓으려고 분주히 일하는 모습이 다시는 못 돌아올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비장해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바로 엄마/아내의 자식들과 지아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었던 게다.

막상 없으니 그 사람이 있던 자리가 왜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5/30/2010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

한 10년 전 쯤 이 책을 읽고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아내를 더욱 이해하게 됐고 아내도 읽은 후 날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책이다. 기억력이 대충 까마귀정도 밖에 안되는 내가 내용을 정리해 보려니 힘에 부친다. 하여 요약해 놓은 것을 뒤져 봤는데  온라인 한국서점인 "알라딘"에

"이 책은 남녀가 각기 다른 행성, 즉 남자는 화성,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는 가정하에 시작한다. 각기 전혀 다른 말과 사고를 하는 행성에서 왔지만 '지구'라는 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적응해 오면서 그들은 그들이 원래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리고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할 것이라고 믿는다. 여기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남녀의 근본적인 사고의 차이, 소망의 차이, 표현의 차이 등을 모르기 때문이다.
남자가 왜 연인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필요로 하는지, 여자는 왜 변덕이 심한 것처럼 보이는지 등,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다양한 실례를 통해 재미나게 풀어간다. 이 책을 통해 남녀의 차이를 이해 한다면 더 이상 연인과 티격태격 싸울 필요가 없다. 상대방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왜 저런 태도를 취하는지 이해한다면 사랑하는 상대에게 더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도 있다.

남자는 화성, 여자는 금성, 이렇게 각기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에게 강한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차이점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대방을 알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일으키면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진행되면서 상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오해하고 다투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다르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무엇이 다른지 제대로 알고만 있다면."

라고 요약해 놓았다. 뚱딴지같이 이 책 이야기를 한 이유는 지난 금요일 메릴랜드에서 가정치유사역을 하고 계신 목사님이 오셔서 부부관계에 대해 강의를 해 주셨는데 비슷한 요점이기에 그 책이 갑자기 기억이 난 때문이다. 이미 사오십대에 접어든 부부라면 이미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깨닫고 터득했을, 뭐 그리 새로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사실들 이지만. 아내와 남편의 필요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는...

            <아내의 필요 우선순위>       <남편의 필요 우선순위>

1순위:          관심과 사랑                           성생활의 만족
2순위:    대화 (공감해 주는 것)            각종 활동의 파트너
3순위:      정직 투명한 남편                      매력적인 몸매
4순위:          경제적 안정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
5순위:   가정에 헌신하는 남편      남편을 인정/칭찬해 주는 아내

아내와 생각을 나눠봤는데 순위의 순서가 조금 다르기도 하고, 빠져야 하는 항목이나 추가되어야 하는 것이 몇 있기는 하지만 크게 틀리지 않은 자료라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그 강사는 이런 차이점을 잘 알고 배우자의 필요에 더 신경을 써주고, 다음의 두 가지 만 잘해도 부부가 서로에게 더 만족할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1. 배우자(자식도 해당사항)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때 불행해 지고 갈등이 생김=기대치를 '0'으로 낮춘다. 현재 상태로(그 존재가치만으로) 감사해야.

2. “십리동행의 원칙” -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리를 동행하고" 마태복음 5:41 = 무슨 부탁을 하면 기꺼이 청을 들어 주는 것. 억지로가 아니라 흔쾌한 마음으로.

우리내외가 젖살도 채 가시지 않은 스물넷 스물하나의 나이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더라면 그 많은 고통과 번뇌의 시간이 불필요 할 수도 있었을 텐 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내외가 더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할 사항들 이고 혹 다른 부부들에게도 도움이 될 까 해서 여기 적어보는데 포인트는 서로 상대에게 나의 필요가 이러니 채워달라고 요구하는 것 보다는 상대의 필요가 그런 것을 알고 내가 상대의 필요를 채워주려고 적극 노력하는 것에 있는 것 같다.

5/25/2010

Tea moments

사무실이 위치한 고등학교의 교장이나 교감들(이 학교엔 3명)이 상의할 게 있다고 사무실로 방문하면 미국사람끼리면 용건만 나누면 끝 일텐데 우리네 정서가 어디 그런가. 간단한 손님대접이라도 없으면 뭔가 좀 허전하다. 그래서 박하눈깔사탕을 그릇에 담아 놓고 들게 하거나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면 차를 끓여 대접하기도 한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에 조카 하나가 선물한 차가 있어 끓이는데 향기가 꽤 좋다. 차를 전문으로 파는 집에서 사 왔다는데 라일락, Camomile 등의 꽃 대여섯 가지와 오렌지와 유자를 말려 갈은 것을 넣어 만든 ‘퓨전 차’(사진 오른쪽-오른편) 란다. 지난 해 $4.99주고 산 싸구려 전기주전자에 정제된 물을 넣으면 1분도 되지 않아 물이 끓기 시작하는데 전원을 끄고 나서 조금 물을 식힌 후(참고-끓는 물에 바로 차를 넣으면 차가 쓴 맛이 나게 된다. 티백으로 된 차라도. 차를 넣고 끓이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고.). 조카가 선물한 퓨전차 조금과 내가 늘상 즐기는 쟈스민잎(사진 오른쪽-왼편) 조금을 그물로 된 Tea ball에 넣어 우려 내 대접하면 너무나들 좋아한다. 늘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의 한 외진 구석에 느긋하게 앉아 차 한잔 마시는 뜻 밖의 여유를 갖게 되는게 좋은 모양. 나도 그런 이유로 차를 하지만…혹 이사람 일은 안하고 맨날 이러고 앉아 있는 것 아닌가 할지 모르지만 다 합쳐서 3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아쉬운 건 지난 번 아내가 잠깐 사무실로 방문 왔을 때 차 끓여 내 준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그냥 이야기만 잠깐 나누다 보냈었는데... 집에서는 항상 나와 같이 주최측이다 보니 아마 손님(?)이라 생각이 안 들어서 차 생각을 못했었던 모양이다. 다음번엔 꼭 차 한잔 대접해야지. 귀해도 보통 귀한 손님이 아니쥐...ㅎ ㅎ

5/09/2010

어머니날

작년 말 쯤엔가 한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것이 흥미있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바깥에서 일 하지 않고 집만 지키는 가정주부의 일과를 따라 다니며 노동의 양을 측정하고 그것을 돈으로 환산한 결과, 30대 중반의 대졸성인남자의 미전국 평균연봉이 $47,000정도인데 반해 가정주부의 연봉이 $120,000 정도 되어야 한다는 발표를 했다. 속으로 와우 하면서 바로 고개를 끄떡이게 될 때 까지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둘째를 깨워주고, 7:30에는 막내를 깨우고, 아침 먹을 걸 챙기고, 남편 샌드위치싸고, 어머니 인슐린 놔 드리고, 저녁 반찬을 미리 만들고, 가게로 가면서 막내 학교에 내려주고, 가게 문열기 전에 물건 채우고, 하루 종일 카운터에 서서 손님 받고, 저녁에 내가 퇴근해서 가게로 가면 저녁 챙겨주고, 저녁 8시에 가게 문 닫고 집으로 와서 저녁 차리고, 상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숙제 봐주고(난 아이들 중학교때 이미 가르치는 것을 포기 했는데 아내는 고등학교 둘째를 아직도 가르친다. 저번에 보니까 우리 고등학교때 디따 외우던 수학의 정석. 거기에 나오던 미적분 공식을 술술 외어서 가르치더라는... o.O), 요즘은 조금 뜸 하지만 어머니 1시간 정도 주물러 드리고 방에 들어 오면 밤 11시 혹은 11:30이 된다. 하루 도합 17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는(그것도 주일만 뺀 매일) 아내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난 차려주는 밥상 받아 먹고 그 후에는 길게 누워 텔레비젼을 보다 잠자리에 드는 우아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다른 세상의 엄마들도 모두 이 정도의 일을 하고 계시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어떠신가? 아버지가 가정을 잘 돌보지 않으실 때 한겨울 연탄불도 없는 얼음장같은 구둘장을 등에 지고 체온으로 아이 다섯을 덥혀가며 죽지않게 지키시고 모두 건강하게 잘 키우셔서 학교 다 마치게 하고, 시집장가 다 보내고, 손주손녀들까지 그 손을 거쳐가지 않은 녀석이 없으니 국가훈장이라도 수여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여기에 이 두 여성을 치하하며 한 마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늘 오후 둘째와 함께 아내 몰래 The Desserterie라는 가게에 가서 Raspberry 치즈케잌을 하나 사는데 "아빠 미쳤어?" 한다. 워낙 엄마한테 절약하는 걸 훈련받아 그런 거 겠지만 수퍼에서 사면 보통 치즈케잌 다섯개 살 수 있는 돈으로 그걸 사는 걸 보고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원래 엄마한테만 하는 거면 이렇게 하지 않노라고, 오늘은 엄마뿐만 아니라 할머니 그리고 고모도 오길래 엄마가 셋이나 되니까 괜찮다고 그래야 마땅하다고 설명을 했다. 얼만지 엄마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않기로 다짐도 받고. 세상의 엄마들이여, 바깥분들이 표현은 잘 안해도 가슴으론 들 알고 있을겁니다. 여기 제가 드리는 치즈케잌 한 조각 드소. 정말 수고들 하십니다!

4/29/2010

26th anniversary

어제 4월 28일이 우리 결혼 2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사무실에 있는 여자 두 사람에게 물었다. 뭐 듣고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어떻게들 하는지 알고는 싶었기에 "너희 남편들은 결혼기념일에 어떤걸 하니?" 했더니 하는 얘기들은 대충 이렇다. 10, 15,20,25, 30…등으로 끊어지는 때는 멕시코, 지중해크루즈등 조금 먼데로 여행을 가거나 보석등의 큰 선물을 해주고, 그렇지 않은 해에는 간단하게 분위기 있는데서 저녁식사를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 아직 아무 계획이 없었으면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장미꽃 한다발이라도 전화 주문해서 아내에게 배달하라는 긴급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하루종일 전전긍긍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고 말았다. 뭘 해도 아내가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할 게 뻔하기에… 오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우리 26주년인데…” “어머 그러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결혼기념일도 잊고 있었네.” “근데 뭐 특별히 하지 않을껀데…?” “당연하쥐, 우리끼리 그런거 따지거나 챙기지 않기로 했잖아?”하고 돌아오는 아내의 대답이 명랑하고 밝아 고마웠다. 사실 그랬다. 서로의 생일도 그냥 서로 그 날짜를 기억해 주고 말로 축하하는 것으로 대신 했었고, 크리스마스때 조차 아이들, 어르신들 것만 챙기고 서로를 위해서는 생략한다. 넘치는 재정형편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우리 두 몸뚱아리를 위해 쓰는 것 보다는 주위의 어려운 가족/친지나 이웃을 위해 쓰고 싶은 바램이 우리에게 있기에. 그런데 정말 아내가 섭섭해 하는 마음이 없을까? 정말 그럴거라고 믿고 싶은 내가 바보같은 놈 일께다.

고마운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 내가 어떤 분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받은 큰 축복중  두가지만 말해보라면 하나는 하나님을 알게된 것이고, 두번째는 아내를 만난 것이라고. 정말이다.

4/05/2010

Goosebumps

지난 토요일, 큰 아이의 전화를 받고 있는 아내옆에서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들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악” 하면서 울상이 되는데 큰 아이가 어딘가에 귀를 부딛쳐 피가 났다는 이야기다. 순식간에 소름이 끼치면서 팔에 닭살이 돋았다. 나와 별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망소식에도 별로 그런 신체적 반응이 오지 않다가, 아이가 다쳤다니까 그러는 걸 보면 피를 나눠준 아이들이 (두째나 막내가 다쳤을 때도 늘 그랬다) 나/우리에겐 특별하고, 귀하긴 귀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기숙사에 가 있는 큰 아이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아내에게 주일 오후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좀 사 가지고 아이보러 갔다오자고 했더니 아내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다. 맘속으론 아이를 놀래키고자 하는 짓궂은 생각도 있었고…

하지만 왠걸…바로 그 토요일 밤 9시쯤. 둘째가 밖에 웬 차가 한 대 서있는데 이상하니 좀 나가보라고 한다. 문을 열자마자 “짠”하고 큰 놈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 오면서 나한테 안긴다. 쿵쾅쿵쾅 뛰어 들어가서는 지 엄마도 안아주고. 차 가진 친구가 집에 오는길에 묻어 왔다는 것이다. 참 이상도 하다…아내와는 가끔 ESP(Some people can communicate using monocookie also known as ESP. Where one knows what the other is thinking without speaking aloud-Wikipedia)가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딸도...? ㅎ ㅎ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아이들과 뒹굴뒹굴 자고, 먹고, 보고, 자고, 먹고, 보면서 먹고 하며 일요일 오후를 푹 쉬면서 보냈다. 저녁엔 피자가게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피자 2가지를 온갖 재료를 넣어 큰 아이가 만들고, 아내가 아이들 좋아하는 돼지구이를 해서 먹고는 큰 아이를 다시 그 친구에게 딸려 보냈다. 짦은 만남이라 아쉬웠지만 보고 싶던 아이를 보고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다행히 귀는 크게 다친 건 아니였고. 무슨 머슴아 처럼 약도 안 바르고 그냥 딱지가 되게 말려서 왔길래 약을 발라주긴 했다. 제발 어디 아픈데 없이 잘 자라서 층만한 삶을 살아다오, 얘들아!

p.s. 저녁시간내내 아이들과 본 것은 디스커버리의 Life라는 최근의 기록영화였는데 온갖 희안한 물고기와 새들을 보여줬다. 해설자의 목소리가 "Oprah (Winfrey)"같다고 하니 아이들이 멈칫 하면서 눈만 한 번 동그랗게 뜨고 반응들이 없이 넘어간다. 나도 겸연쩍게 넘어가고. 한참을 있다가 둘째가 갑자기 까르르 웃기 시작하면서 "아빠, 아까 Oprah라고 한 거였어? 하하 우리는 "Opera"라고 들어서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했는데. 이제야 알았어!"한다. 큰 아이와 아내도 배꼽을 잡고 깔깔. 아무리 오래 노력해도 우리는 2세와 같은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이런데서 느낀다.  ㅡㅜ

4/01/2010

우연?

지금도 뭐 그리 나아진 상황은 아니지만 먹고 살기가 몹시 힘든 때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 하던 가게가 바로 코 앞에 경쟁가게가 생기는 바람에 거의 문을 닫게 되었다. 그래서 과외로 시작한 것이 컴퓨터교육 및 판매였다. 집의 차고에 형광등조명도 달고, 벽에어콘도 달고, 바닥도 먼지 안나고 걸레질도 가능하게 반질반질해지는 폴리우레탄페인트로 바르고, 탁구대를 책상으로 삼아 의자 6개 놓고, 벽에 칠판을 다는 등 교실로 개조. 기본적인 컴퓨터사용법과 워드나 액셀등을 매일 밤 가르치며 한편으론 컴퓨터를 조립해 팔거나 작은 회사나 사무실에 LAN(작은 네트워크)을 구축해 주는. 그 당시에 열심히 배우고 나중에 추가로 더 공부해서 지금은 워싱턴의 어느 회사에 취직해 전문네트워크관리자로 일하는 엄마도 있다고 하니 지금에사 느끼는 보람은 있다.

하지만 수입은 보잘것 없어서 그 당시 컴퓨터 한 대 조립원가가 $1700 정도였는데 $2000에 팔면 $300정도 남기는 그런. 그것도 가정을 방문해 설치해 주고, 사용법을 보여주고, 나중에 몇 번 더 불려가서 추가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나면 이게 남는 장사인가…하는 회의가 들곤 했다. 가게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게 되면서 생활이 도저히 되지 않는 중 어느 날 컴퓨터 주문이 들어왔다. 그것도 2대가 동시에. 문제는 조립할 파트를 구입하는데 드는 돈 $3400이 없는 것이었다. 어디가서 손 벌리기는 싫고 며칠을 혼자 끙끙댔다. 그래봤자 돈 나올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주문한 사람들은 언제 배달이 되느냐고 계속 전화를 걸어오고…

한 가지 길 밖에 없었다. 무릎꿇고 기도하는 것. 며칠 후 아내가 은행에서 온 월거래내역보고서를 보면서 나에게 물었다. “누가 자기에게 온라인으로 돈 보낸 적 있어?” “왜?” “응, 여기 $3500 이 들어와 있네?” 설마… 하면서 들여다 봤더니 확실히 $3500이었다. 부리나케 은행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다. 막상 전화가 연결되니 잠시 갈등이 일었다. 이걸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말아야 하나...이거 지금 나 한테 꼭 필요한 액순데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그래도 내 돈이 아닌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했기에 말을 꺼냈다. "저...그 돈 저나 다른 사람이 입금한 적이 없는데요...혹 귀 은행에서 가끔 이런 실수가 생깁니까...?" 행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곤 누구한테 물어보는 모양이다. 전화너머로 다시 행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몰라도 그 돈은 고객님 돈입니다. 제 상사에게 알아본 결과 만일 저희 쪽의 실수라 하더라도 지금은 확인 불가능이니 고객님이 집행하셔도 된답니다.” “…….”

아내가 볼까봐 가게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한참을 꺼이 꺼이 울었다. 정말 떳떳하게(?) 인출을 했다. 온라인 송금료를 제한 $3400이 정확히 내 손에 들어왔다. 아직도 어렵고 힘들 때마다 이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또 구한다. 믿고 구하는 자녀들에게는 한 없이 주시는 그 분이기에…우연과 실수를 가장해서라도…정확하게…그것도 내가 구하기도 전에 이미 아시고(한 달에 한 번 오는 은행내역서는 기도 후 받아봤지만 입금은 그 전에 이루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