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작년 요 맘 때쯤 우리가 속한 교육구에서 제일 큰 고등학교를 맡을 만한 사람이 없으니 좀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임없이 떠 맡았었다. http://oldman-james.blogspot.com/2011/06/blog-post.html
전임자가 해 놔야 될 일 들을 안 해 놓은 것, 하지 말아야 할 일 들을 해 놓은 것이 너무 많아 그것 들을 바로잡고 되돌려 놓느라 많이 힘든 지난 일년을 보냈다. 그런 일년간의 노력으로 인해 이젠 좀 쉬엄 쉬엄, 쾌적하게 일을 해 나갈 바탕이 겨우 마련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
근데 어제 다시 연락이 오기를 우리 집과 가까운 학교들을 맡고 있는 동료직원 하나가 자신이 현재 속한 팀의 구역을 벗어나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옮겨 왔으면 하는 의사표시를 메니지먼트에 정식으로 했는데, 자신들도 내가 다시 옮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 해서 연락해 본다는 것이다. 다시 학교를 옮길 의향이 없냐고...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할 필요도 없어 바로 대답을 했다. "Nope!"
지난 번도 메니지먼트에서 사정을 해서 수락을 했고, 고생고생 끝에 이제 좀 자리가 잡히고 할 만 하게 만들어 놨는데 내가 왜 가겠냐고. 주말을 지나면서 생각해 보긴 하겠지만 아마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노라고 이야기 하고 대화를 맺었다.
그리곤 바로 그 직원이 속한 팀의 팀장에게 연락을 해 한 번 만나 식사를 하자고 연락하고 휴일인 오늘 아침 집 근처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왜 그 친구가 그러는지 그 배경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 달라고 하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다른 팀원들이나 학교 교장 교감들 혹은 교직원들과 갈등이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얼마전 사고로 양다리가 절단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 부인도 일을 하는 맞벌이 부부라 점심시간에는 그 친구가 집으로 가서 자신의 점심도 먹고 아들 점심도 챙겨 주면서 잠깐 돌봐 주고는 온다는 거다. 문제는 그 친구의 집이 내가 맡은 학교 근처 인데 반해 정작 일터는 우리집 근처라 편도 25분 이상의 시간(당연히 나도 출퇴근 시 그 만큼의 시간이 걸림)이 걸린다는 데에 있었다. 만일 나와 학교를 맞 바꾸면 그 친구의 집이 직장에서 5분 거리가 되니(나 역시 집에서 5분 거리) 급하게 운전해 왔다갔다 하지 않고도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게 되는 상황.
그 팀장은 내가 이제껏 맡은 학교에서 수고해 얻은 결과를 이제는 내가 누려야 하는 걸 알고 있기에 내가 싫다고 하면 다른 구역을 알아 보겠으니 절대 부담갖지 말라고 한다. 이 팀장은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가끔 만나면 서로가 가진 문제를 위해 기도도 서로 해주고, 나처럼 주일학교 교사이자 골수 공화당, 그리고 자녀들에 관한 조언을 서로 주고 받던 사이라 그의 팀으로 가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고, 아내도 그런 일에는 당연히 동의해 줄 걸 알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을 해 줬다.
"그 친구가 그런 상황이라면 더 생각해 볼 필요도 없구먼. 언제 바꿀까?"
"Whoaaatttt! I am so lucky to have you in my team, man!"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의 일은 내겐 신선한 도전이고 차라리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 젊은 친구가 마음편히 아들을 잘 돌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잘 훈련되고 정돈이 된 학교에서 힘 안들게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나 역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다만 내가 새로 맡게되는 학교들에서 어그러진 것을 재정비하고 10여명의 교장들과 교감들, 그 학교들에 딸린 350여명의 교사들을 잘 협조할 수 있게 길들이고 인격적으로 한사람 한사람 알아 가야만 하는 일(IT담당자가 이런다면 누구나 웃기는 이야기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 나의 서비스를 받는 엔드유저를 나는 인격적으로 알고 있기를 원하고 그래야만 진정한 서비스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믿는다)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걸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