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와이프들 이라 치즈 몇 가지와 훈제연어, 올리브 그리고 크래커등을 치즈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식탁 한 쪽에 놨다 |
그러다가 지난 주일 저녁에 음식을 조금 준비해 놓고 벗들을 불렀다. 고맙게도 우리 내외를 포함한 7부부들이 하나도 빠짐없지 모여줬고 오랜만에 정말 즐거운 시간들을 가졌다. 아내도 모처럼 친구들에게 빚진 것을 갚는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준비한 것 같고.
십 수 년전 많은 지인들을 어느 식당에 모아놓고 아이들도 모두 데려와 같이 놀고 식사도 하는 연말파티(결코 술자리가 아닌)를 개인적으로 주선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한 친구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와서 마시지 말라는 사람들의 싸우듯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쪽 구석에서 꼭지가 돌도록 마시고 귀가하다가 그만 사고를 일으켜 아들을 잃고 가정도 깨어지게 되는 불상사가 있었고, 그 이후론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도 삼가해 왔고, 초대해도 술은 절대 없는 자리였었다. 내 실수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위로했어도 결국 빌미를 제공한 건 나였기에 앞으로 일평생 따라다닐 가슴아픈 기억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와인 한잔 이상은 마시지 못한다고 미리 이야기 했는데 그게 어디 그런가. 와인 반 잔씩을 하더니 모두 어색해 하며 쭈뼛 쭈뼛. 한 녀석이 밖으로 슥 나가더니 큼직한 아이스박스를 가지고 들어 오는데 웬걸 소주와 소주잔까지 챙겨왔다.
그래도 이제는 나이들이 들어서 마시는 것도 몸 봐가면서 마실 줄 알고, 아내들이 모두 운전을 할 요량으로 왔기에 내버려 뒀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이런 저런 즐거운 이야기 속에 시간 가는줄을 모르고 있다가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1시 반.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야 했다.
이번 어머니 장례를 통해 확인한 친구들의 끈끈한 정과 믿음직스러움은 크나큰 소득이다. 아 물론 누가 더 벌었네 누가 더 큰 집 좋은 차 가지고 있네 하고 침을 튀는 모습(직접 이렇게는 이야기 못하고 에둘러서 "너 이제 살만하다며?" 혹은 "집이 그냥 쓸만하네" 등)을 보면, 아직 철이 덜 든 녀석들 같은 것엔 변함이 없고...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