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국대학의 식당에 고급음식점들이 들어가게 되면서 기존의 학생식당 가격인 2000-2800원 보다 10배 이상 비싼 2만4000원에서 4만원까지의 메뉴를 제공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어떤 학교는 1층에 고급식당, 2층에 기존 학생식당 해서 아예 층을 달리해 빈부의 아픈 격차를 겪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단다.
도대체 이런 학교정책을 결정짓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런 학생들의 후생에 관한 사항을 결정지을 땐 직접 수혜자가 되는 학생회의 대표들도 결정하는 과정에 같이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뭐, 고급식당에서 나오는 추가수입으로 학생들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사탕발림이나 뜻밖에 싸구려음식에 싫증을 느끼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등의 변명이 있었겠지만 정말 짜증나고 화난다. 1층에서 값비싼 메뉴로 점심을 먹고 있는 학생들을 멀리 바라보며 2층으로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의 눈빛이 보이는 듯 해 가슴이 시리다. 얘들아 미안하구나... 없는게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너희들로 하여금 강제로 그렇게 느끼게 만들고야 만 우리 기성세대들 때문에...
좀 다른이야기긴 하지만 유학생활(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을 하면서 점심시간에 찬물을 들이켜야 했던 때가 있었다. 좀 비장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점심 사먹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잠을 쫒기 위해서였다. 낮에는 풀타임으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밤에도 풀타임으로 새벽 1-2시까지 일을 하던때라 잠이 많이 모자라기에, 점심을 먹고 배가 부르게되면 수업시간에 자꾸 졸음이 오기때문에 점심을 걸러 장이 오그라들고 등이 꼬부라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가 고파야 겨우 졸음을 이길 수 있었기에 일부러 그랬던 것.
물론 집에서 보내주시는 등록금과 생활비는 있었지만 그게 죄송해서 나름 개스값과 식비정도는 벌어서 써야 겠다고 결심한 후에는 일을 닥치는 대로 했었다. 한식과 중식을 겸해서 하는 식당에서 제일 오래 일 했는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 오고 상을 치우는 웨이터겸 버스보이. 한국사람들 웬 술을 그리 마시는지 주중에도 다 치우고 나면 늘 새벽이었다. 셔츠를 쥐어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땀을 흘리며 몇백불어치 음식을 날라 내오고, 서브하고, 다시 다 치우고 나서 1불짜리도 아닌 25전짜리 동전하나를 팁으로 발견했을 때의 그 좌절감은 지금도 쉬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그 때도 낮술이나 먹고 다니고 좋은 차 몰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잘 모를지 몰라 설명하자면 보통 캐쉬어 같은 entry 레벨의 일은 법으로 정한 기본급이 있어서 누가 뭐래도 최소 시간당 $7.25-버지니아의 minimum hourly wage-을 받게 되는데 식당의 웨이터, 웨이트레스는 그렇지 않다. 주인은 시간당 $2.00정도를 주는게 끝이고, 나머지는 자기가 열심히 잘 서브해서 팁으로 채워야 하기에 그 삶이 고달프다. 물론 그렇기에 팁이 후한 고급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일하면 시간당 $20-50불을 버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 이후 어딜 가건 식당에서 팁을 놓을 때는 꼭 15-20%를 주려고 애쓴다. 식구수가 많거나 교회부서의 모임 등 식대가 좀 많이 나올 때는 팁이 40-50불까지도 나와 다른 식구들이나 같이간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말려도 그리 하고야 만다. 왜냐하면 그 서버는 그 만큼의 일을 했고 그 만큼의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종차별적인 대접을 받았거나 드러나게 불친절했다면 그걸 응징하는 차원에서 박한 팁을 주어 표현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잘못하면 마땅히 줘야할 액수를 떼어먹는 도둑놈이 되기에 그것 또한 조심스러운 일이다.
ㅎ ㅎ 또 삼천포로 빠져 머리와 꼬리가 영 다른 이야기가 됐는데 좌우지간 결론은...우리 제발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 눈에 피눈물나지 않게 팁좀 제대로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