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전공을 바꾸고 싶단다. 대학에 가기 전 부터 작정했던 전공인 비즈니스를 몇 과목 들어보더니 영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럼 뭘 하고 싶은건가 하고 물어보니 Politics란다. 더 자세하게 Foreign Affairs를 집중해서 공부하고 NGO쪽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한단다. 벌써 3학년으로 올라가는 마당에 너무 늦은 결정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내와 난 이미 작정한 아이를 말릴 자신도 없거니와 말려 봤자 이미 아니라고 생각하는 전공을 계속하게 할 수 도 없어 흔쾌히 그러렴 했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지역을 떠나 워낙 권모술수가 판치고 싸움일색인 정치판을 생각하면 벌써 미간이 찌푸려지게 되지만 작게 생각하면 우리네가 사는 일상 그 자체가 작은 Politics의 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그걸 공부해서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익을 끼치는 일을 하게 된다면... 하는 바램으로.
좀 너무 나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상에서의 Politics의 예를 "억지로" 생각해 보자니 가깝게는 작년 이맘때 우리 잔디밭이 개X으로 꽈-악 차서 막내 좋아하는 축구공차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었다. 그래서 길가에 “여기 개 화장실 아니거던요”라는 푯말을 작게 만들어서 잔디밭에 꽂아놨었다. 그랬더니 한 달 만에 감쪽같이 개X이 사라졌다. 불특정다수에 대한 의사표현인 셈인데 반응이 있었던거다.
멀리는 고등학교때의 일. 중학교때 사격장에서 산 덕분에 고등학교 입학해서는 바로 사격부로 뽑혀 들어가게 됐다. 기록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봉황기전국사격대회등 큰 시합이면 참가해서 개인기록을 경신해 갔다. 2학년 중반쯤 된 어느 날, 축구부3학년들이 날 조용히 불러냈다. 교내 반 대항 축구시합을 지켜보다 내가 뛰는 걸 눈여겨 본 모양. 좋은 말로 할 때 축구부로 옮겨오라는 협박을 했다. 아니면 죽도록 맞던가. 그래서 맞는다고 했다. 각목으로 한 50대 맞는데 얼마나 세게 치는 지 맞는 동안 뒷 허벅지 살이 부풀어 오르면서 터져 피가 나왔다. 그리고 사격부 선배들에게는 그 일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 선택은 지금 생각하니 지극히 정치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서 그러마고 하고 축구부로 달랑 옮겨가면 사격부 선배들에게 배신을 때리는 것이라 사격부선배들에게 죽도록 맞게 될 것이었고, 협박당하고 맞은 일을 사격부선배들에게 발설하면 학교에서 제일 험하기로 소문난 사격부와 축구부의 피튀는 싸움이 나게 될 게 뻔한 데 나역시 그 싸움가운데서 몸이 온전히 못할 것은 정한 이치였기 때문. 결국은 배신 안 하기로 한 나의 선택, 그리고 그렇게 맞고도 입을 다물고 있던 내가 “너머나" 맘에 든 축구부 선배들이 좋은 타협을 통해 날 축구부로 끌고 가게 되었다. 덕분에 학교에 피바람 부는 것은 면했고...
하여간 이런 것 생각하면 나에겐 사는 것이 모두 정치의 작은 모형 같은데… 아니면 말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