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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2012

Mixed feelings in the line

꺅! 하는 아내의 외마디 소리에 아래층으로 넘어질 듯 뛰어 내려갔다.

우당탕탕 뛰어 들어오는 두 딸아이가 엄마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폭풍질주 하는 걸 계단 중간 쯤에서 보곤 급 안심. 휴... 일주일간의 봄방학을 맞이해 귀가하는 아이들이 많이 지쳐 보였지만 각자 자기방에 짐을 내려 놓고 나오는 녀석들의 표정은 언제 그랬더냐는 듯 '좋아 죽겠어'다. 집 이란게 그런건가 보다...

아이들 먹을 걸 좀 챙겨주려고 Costco에서 이것저것 구입을 했다. 하도 건강식품이네 저지방저칼로리 식단이네 하면서 유난을 떠는 막내녀석 땜에 '껍질 제거한 닭 가슴살', '브로콜리' 등 으로만 손이 가더라는. 이런 식단으로만 가다간 잘못하면 아버님 영양실조 걸리실 지 모르는데...

Source: www.holistichealingnews.com/
ok-ok-ill-just-plan-to-age-gratefully-instead/
카트를 계산대로 밀고가 줄을 섰다.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내 바로 앞은 키 큰 백인여성, 그 앞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동양여성인데 들리는 영어발음으로는 월남계 인 듯. 계산대 점원과 문제가 좀 있는 듯 보여 귀를 쫑긋 세우고 안 듣는 척 들어보니 세금을 내냐 안내냐 하는 문제였다.

다른 지역 아니면 다른 국가에 있는 Costco매장에선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만 여기선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사업체에서 판매할 품목은 개인소비용 품목과 분리 시켜 돈을 내면서 사업체관련 품목은 세금을 안 내고(사업체에서 판매하면서 세금을 받아 정부에 그 세금을 내니 정부로서는 세금을 Costco로 부터 받던 개인사업체로 부터 받던 마찬가지니까. 한 발자욱 더 나아가 개인사업체에서 팔 땐 가격이 그만큼 더 뛴 가격으로 팔게되니 판매세금도 더 많아 결과적으로 정부세금수입은 훨씬 커지게 된다) 개인품목은 세금을 낸다.

헌데 매장점원으로선 좀 애매한 게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3,000짜리 60인치 평면티비를 사면서 아니면 세탁소하는 사람이 운동하는 트레드밀을 사면서 가게에서 팔 거니 세금을 안 내겠다고 버텨도(봉이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듯 생선가게에서 정말 티비를 팔 수 도 있는 노릇) 딱히 안 된다고 할 수 없어 손님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상례.

그 동양여성이 가게에서 팔 품목이라는 것들도 역시 이 점원이 볼 때는 말도 안되는 품목들이었던 거다. 옆의 라인에 나와 비슷하게 서 있던 사람들은 이미 다 체크아웃 하고 떠나간 지가 한참인데 내 앞에서는 여전히 옥신 각신. 내 앞의 백인 여성은 말 한마디 미동도 없이 인내심있게 서 있는데 같은 동양인으로서 앞뒤의 다른 손님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 동양여성이 측은하기도 한 순간.

나도 얼마 전 까진 저랬는데...한 푼 이라도 아껴야 하겠기에 일반대중의 양심이나 정직은 고사하고 신앙인이라는 사실도 주머니속 깊이 감추고 늘 그랬는데...

(이걸 고친 건 내 양심이 반듯해 져서 그랬다기 보다는 수백번 Costco를 다니면서 목격한, 앞뒤에 서 있던 같은 상황의 미국인들이 정말 철저하고 정직하게 품목을 분리시켜 내는 걸 보곤 "아, 일반 미국사람들에게 이런 정직함이 있구나.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구나."고 느낀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