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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2012

28주년


Source: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ICyN&articleno=4635116#ajax_history_home
한 십오년 쯤 전 인가 묘지이장작업을 하던 중 발견된 조선조 시대의 관 안에서 애절한 망부가가 나와 세상이 떠들썩 해 진 적이 있었다.

삼십이 갓 넘은 나이로 요절한 남편을 떠나 보내며 적은 부인의 절절함이 담긴 한글편지와 부인 자신의 머리칼을 넣어 삼은 미투리(짚신처럼 볏짚으로 삼지 않고 삼을 주재료로 삼은) 한짝이 420년의 세월이 지난 후,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울렸었다.

원이 아버지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현대어 옮김-임세권안동대사학과교수)

그 당시에는 "응, 그것 참 희안한 발견이다"하고 무심하게 지나갔는데 지금은 눈물없이는 끝까지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특별히 실제편지 사진을 보면 그 부인이 쓰다가 쓰다가 아쉬움에 글이 길어지니 위의 남은 여백에다 옆으로 계속 더하여 써 내려간 것에 이르면 그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져 내 마음이 다 무너진다.

어느 시점에는 누가 먼저 가든 이런 이별의 시간이 오겠지... 지금 최선을 다해 서로의 귀함을 확인하고 위해 주는 것 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

금년과 내년에는 여전히 맨입이지만 30주년에는 남들 처럼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이라도 가 봅시다. 무슨 홍상수 영화처럼 어색하고 엉뚱했던 우리의 처음 만남과 그 이후에도 우여곡절이 꽤나 많았던  28년 지난 세월...

함께 축하합니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