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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2010

Tea moments

사무실이 위치한 고등학교의 교장이나 교감들(이 학교엔 3명)이 상의할 게 있다고 사무실로 방문하면 미국사람끼리면 용건만 나누면 끝 일텐데 우리네 정서가 어디 그런가. 간단한 손님대접이라도 없으면 뭔가 좀 허전하다. 그래서 박하눈깔사탕을 그릇에 담아 놓고 들게 하거나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면 차를 끓여 대접하기도 한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에 조카 하나가 선물한 차가 있어 끓이는데 향기가 꽤 좋다. 차를 전문으로 파는 집에서 사 왔다는데 라일락, Camomile 등의 꽃 대여섯 가지와 오렌지와 유자를 말려 갈은 것을 넣어 만든 ‘퓨전 차’(사진 오른쪽-오른편) 란다. 지난 해 $4.99주고 산 싸구려 전기주전자에 정제된 물을 넣으면 1분도 되지 않아 물이 끓기 시작하는데 전원을 끄고 나서 조금 물을 식힌 후(참고-끓는 물에 바로 차를 넣으면 차가 쓴 맛이 나게 된다. 티백으로 된 차라도. 차를 넣고 끓이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고.). 조카가 선물한 퓨전차 조금과 내가 늘상 즐기는 쟈스민잎(사진 오른쪽-왼편) 조금을 그물로 된 Tea ball에 넣어 우려 내 대접하면 너무나들 좋아한다. 늘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의 한 외진 구석에 느긋하게 앉아 차 한잔 마시는 뜻 밖의 여유를 갖게 되는게 좋은 모양. 나도 그런 이유로 차를 하지만…혹 이사람 일은 안하고 맨날 이러고 앉아 있는 것 아닌가 할지 모르지만 다 합쳐서 3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아쉬운 건 지난 번 아내가 잠깐 사무실로 방문 왔을 때 차 끓여 내 준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그냥 이야기만 잠깐 나누다 보냈었는데... 집에서는 항상 나와 같이 주최측이다 보니 아마 손님(?)이라 생각이 안 들어서 차 생각을 못했었던 모양이다. 다음번엔 꼭 차 한잔 대접해야지. 귀해도 보통 귀한 손님이 아니쥐...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