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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2013

Few thoughts

i
학교에 있는 둘째딸 한테서 어제 문자가 왔다.
"아빠, 나 오늘부터 나쁜말을 삼가고 밤 10시 이후에는 먹지 않기로 작정했어."
왜 밑도 끝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곰곰 생각해 보니 바로 Ash Wednesday였더라는. 많은 크리스천들이 수난절이 시작되는 이 날에 자신들의 행동을 조심하고,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을 삼감으로서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하는데 그런 이유에서 그 문자를 보낸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문자를 보냈다.
"우리 딸의 발자취를 따라 나도 커피와 아침식사를 삼가지, 그럼."
그래 우리 같이 부활절아침까지 잘 견뎌보자꾸나, 딸아.

ii
지난주 목요일 직장에 굉장히 심각한 일이 있었다. 누군지 아직까지 나선 사람도 없고 고의인지 실수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어떤 직원이 전체 네트워크를 다운시키는 참사(?)가 발생. 20,000여대의 컴퓨터에 있는 네트워크카드를 모두 작동불능으로 만드는 명령을 내보낸 걸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미 모든 컴퓨터가 소통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기에 단 한번의 명령으로 그걸 모두 회복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IT부서의 전인력이 토요일과 주일에 모두 출근해 모든 컴퓨터를 한대 한대 복구시켜야 했다. 2003년 8월 중순 미동북부와 캐나다일부를 암흑으로 만들었던 대정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정전으로 6천만이 넘는 수요자들이 길지는 않았지만 7시간여를 어둠속에서 지내야 했는데 나중에야 그 원인이 어느 전기공급회사의 제어실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사소한 버그 하나로 드러났었다. 점점 문명의 이기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가면 갈수록 우리자신을 공황에 빠뜨릴 수 있는 risk도 함께 늘어나는 듯.

iii
발렌타인데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여쭙고(?) 발렌타인데인줄 알고 있었냐고 하니 뭘 해줬으면 좋겠냐 물어보기도 전에 쵸콜릿이나 꽃한송이 일지라도 하지말라고 정색을 한다. 그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걸 보니 그냥 그래보는 것이 아니고 진심이다. 쓸데없는 낭비를 삼가자는 말은 맞는데 발렌타인데이에는 받는 사람의 기쁨도 있지만 주는 사람의 '뭐라도 해줬다는' 안도감 역시 중요한 듯 하다. 그래 뭐라도 하기는 해야 될지 싶은데...아 그래, 지난 가을에 집주위의 관상목들 가지치기를 해 주지 못했는데 마침 지난 주말에 일한 것을 대신해 오늘 내일에 걸쳐 쉬니 그 노동으로 대신해도 되지 않을까? 발렌타인선물로 노동이라니 좀 너무 빈민스럽고 웃기긴하다.

4/07/2012

Crucifixion

11cm가 약간 넘는 쇠로 만든 대못이 몸 여기저기에 박힌 채, 온 몸의 무게가 그 몇개의 못에 온통 걸려있다. 마치 푸줏간의 갈고리에 걸린 큰 고기덩어리의 구멍이 그 무게로 인해 찢어질 듯 벌어짐 같이 손과 발에 박힌 못자리가 조금씩 찢어지면서 벌어지는 걸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고 하면...그 고통때문에 빨리 죽고 싶어도 그렇게는 안되고 숨이 완전히 끊어지기 까지 평균 2-3일 동안 서서히 겪어 내야만 한다는 고통이 과연 어떤 고통일까를 생각해 본다.

1968년 이스라엘 북동쪽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약 2000년 된 유골은 예수님과 비슷한 시대에 같은 십자가 처형을 받았던 '여호하난'이라는 청년의 것으로 밝혀졌다는데 복숭아뼈 부근에 박혀 있던 쇠못을 가족들이 빼어내질 못해 그냥 그대로 안장한 듯. 박아 놓은 십자가에서 발이 빠지지 않도록 끝을 구부려논 못이 복숭아뼈에 그대로 박혀있는 참혹한 모습.

미국사람들이 엄청 아프다는 표현을 쓸 때 extreme pain 이란 단어를 많이 쓰지만 그와 비슷하게 excruciating pain 이란 표현도 자주 쓰곤 한다. 이 단어가 ex(out of) + cruciare(crucifixion)라는 '십자가로 부터 나온'이라는 뜻의 라틴어에 어원을 뒀다고 하고, 당시 로마정부가 참혹한 처형중 하나인 십자가처형을 통해 식민지 백성들의 절대순종을 이끌어 냈다는 걸 보면 얼마나 몸서리 쳐지는 고통이었는지 그냥 짐작만 할 뿐 이다.

날 위한 고통이었다고 생각하니 죄송하고 송구스럽고...그리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