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캠핑기분을 좀 내 보자고 아이 셋 모두에게 텍스트를 보냈더니 모두 '좋아라' 답신이 왔다. 큰 아이와 둘째는 각자 남자친구와 데이트가 있는데 자기들이 데이트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 까지 '꼼짝말고' 기다리라고 메세지뒤에 꼬리를 붙였다.
캠핑기분을 낸다는 건 별거 아니고 캠핑을 가서 마른나무 가지들을 모아다가 불을 지피고(bonfire) 빙 둘러 앉아 작대기에 꽂은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는 것이었는데, 밖은 너무 춥고 불을 지펴 연기가 올라가기라도 하면 소방서에서 뛰쳐 나올 것 같아 집안에서 하기로 했다. 집안에서 불을 지피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가스로 작동되는 캠핑용 히터를 사용해 깔끔하게 해결 됐다. 화력도 나쁘지 않고, 텐트안에서 쓸 수 있는 실내용으로 사용하다 넘어지면 자동으로 꺼지기에 안전하기도 하고.
저녁밥을 먹은 후 후식삼아 온 가족이 둘러앉아 굽기 시작했는데 제법 잘 구워진다. 아내가 굽는 것엔 연신 불이 붙어 불끄느라 정신이 없고... ^^ 엄마가 입을 내밀어 급히 후후 불어끄는 걸 지켜보는 아이들은 배꼽을 잡는다. 그 와중에 막내는 겁이 좀 났는지 부엌에 달아놓은 소화기를 슬그머니 가지고 와 대기시켜 놓기도. 누가 사내녀석 아니랄까봐 ㅋ. Graham cracker가 빠질 수 없어 내어 놓았더니 잘 구은 마쉬멜로우를 그 과자에 하나씩 쓱 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녀석도 있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막내가 벌벌 기어다니고 큰 아이 둘은 학교도 채 들어가기 전) 선선한 가을이 되면 수영장데크에 텐트를 쳐 놓고, 에어메트리스 깔고, 침낭에 하나씩 처박아 넣어 머리만 빼꼼 나오게 해서 뉘어 놓고 무서운 이야기를 해 주며 밤을 지새다가 심심해 하면 이렇게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게 해 줬었는데 그 기억이 새로워서인지 자신들의 전화로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며 좋단다.
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조그마한 기쁨과 행복의 조각들을 찾을 수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