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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2010

용서하기로 작정하기

지난 주일 저녁엔 구역예배가 있었다. 교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잘 모를 수도 있어 설명을 하자면 한 교회의 교인들을 사는 동네에 따라 혹은 연령이 비슷한 그룹등으로 나누고 그 그룹들이 어떤가정에서 한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예배를 드리고 삶을 나누는 것. 구역, 속회, 혹은 목장 등으로 불린다.

우리 구역원들께는 매 번 구역예배전에 카드를 보내어 날짜, 시간, 장소, 예배중 기도등 각자 맡은 순서등을 알려 드리는 동시에 숙제(?)도 같이 보내드리곤 한다. 이번엔 “용서하기가 힘든 일, 그런 사람이 있으셨는지?” 생각해 보고 오는 것. 숙제검사(>.<)를 하면서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들었는데 참으로 많은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시간 반 정도 이어지는 이야기 중간 중간엔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도 있었고 흐르는 눈물도 자주 보였다.

물론 피해를 준 사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수가 있다. 그리고 피해자와는 달리 가해자 자신은 자기가 남에게 피해를 준 일이 전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어 버렸을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 피해를 받은 사람은 몇 년을 몇 십년을 그것을 가슴에 안고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간다. 구역원들 중에는 자다가 분해서 벌떡 일어난 적이 많았다고 하신 분도 있다.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지옥이 되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도 든다. 마음속의 원한 때문에 성격이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우울해 지기도 한다. 심지어 가해자와 비슷한 모습이나 특징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되면 나하고 전혀 관계없는 사람인데도 괜히 밉고 싫은 바람에 황당한 상황을 연출할 수 도 있다. 더군다나 가해자가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라도 되면 우리는 불공평한 세상이 죄다 밉고 속으로 속으로 더욱 더 병들고 곪아가게 된다.

나도 내 가슴속에 두고 있는 미움과 증오를 부끄럽지만 구역원들 앞에서 고백했고 우리 모두 그것들을 이제는 내려놓고 용서하기로 작정하시길 부탁드렸다. 그 분이 우리의 죄를 위해 사랑하는 아들을 세상에 보내 죽이시기까지 우리를 용서하셨으니 우리도 용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우리의 영혼이 다시 살아나는 길이고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정신건강’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