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결혼 23주년 쯤 되었을 땐데 “결혼 기념으로 바하마 크루즈라도 좀 갔다 오려무나” 하시는 엄마의 권고에 며칠씩 가게 문을 닫는 것도 그렇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단촐하게 뉴욕나들이를 다녀 온 적이 있다.
주말을 껴서 워낙 짧은 2박 3일로 운 좋게 구한 왕복 100불짜리 싸구려 비행기표로(차를 운전해서는 편도 7시간) 다녀오는 것 이었기에 많은 계획은 못 세우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나와 Hard Rock Café등 좀 인지도가 있는 식당에서 잘 먹는 것을 목표로 하고선…
어릴적 부터 너무나 즐겨듣고 좋아한 뮤지컬영화인 Jesus Christ Superstar (가롯유다역을 맡은 흑인 Carl Anderson의 가창력과 표현력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 당시 비평가들이 유다가 이 뮤지컬을 '훔쳤다'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특히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란 곡은 일반 팝송으로 많이들 들었는데 사실은 이 뮤지컬중 막달라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나기전까지는 창녀라는 직업으로 에로스적인 사랑만 하다가 예수님의 아가페적인 사랑을 대하곤 몹시 혼란스러워 하는 마음으로[나의 개인적인 해석, 동의 하거나 말거나] 예수님을 향한 마음을 고백한 노래다.) 와 Cats, Evita 등 뮤지컬 역사에 남을 유명한 곡 들을 쓴 뮤지컬의 거장 Andrew Lloyd Webber가 썼고, 그 당시 음반을 통해 이미 곡들을 거의 외우다시피 한 작품인 The Phantom of the Opera가 나는 꼭 보고 싶었던 반면, 잘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겐 티저포스터부터가 너무 기괴해 보이고 생소할 수 있기에 어떤 뮤지컬을 선택하느냐 하는 갈등이 좀 있었다.
결국은 모두 다 같이 즐길만한 “Jump” (Off-Broadway로 분류되는)를 보게 됐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모두 태권도고수인 한 가정에 도둑하나가 침입해 들어오게 됨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요절복통에다 그 현란한 기술에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쇼. 이 Jump는 이제 브로드웨이 전용관에서 자리를 잡고 아직까지 장기공연을 해 오고 있는 중 이라고.
그래서 The Phantom of the Opera를 그때 보지 못한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고 앞으로도 기회가 생기면 꼭 온 가족이 함께 보길 원하는 뮤지컬 중 하난데 이 뮤지컬이 지난 1월 26일로 23년간 9,567번의 공연을 함으로써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길래 지난 뉴욕나들이가 생각나 적어본다.
(참고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앞좌석은 보통 $130-$170정도 지만, Times Square에 위치한 Broadway Ticket Stand에 가서 티켓을 사게 되면 반값으로 살 수 있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니, 일단 Times Square에 가서 사람들이 한도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는게 보인다면 바로 그 티켓라인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