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011

The Phantom of the Opera

몇년 전, 결혼 23주년 쯤 되었을 땐데 “결혼 기념으로 바하마 크루즈라도 좀 갔다 오려무나” 하시는 엄마의 권고에 며칠씩 가게 문을 닫는 것도 그렇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단촐하게 뉴욕나들이를 다녀 온 적이 있다.

주말을 껴서 워낙 짧은 2박 3일로 운 좋게 구한 왕복 100불짜리 싸구려 비행기표로(차를 운전해서는 편도 7시간) 다녀오는 것 이었기에 많은 계획은 못 세우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하나와 Hard Rock Café등 좀 인지도가 있는 식당에서 잘 먹는 것을 목표로 하고선…

어릴적 부터 너무나 즐겨듣고 좋아한 뮤지컬영화인 Jesus Christ Superstar (가롯유다역을 맡은 흑인 Carl Anderson의 가창력과 표현력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 당시 비평가들이 유다가 이 뮤지컬을 '훔쳤다'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특히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란 곡은 일반 팝송으로 많이들 들었는데 사실은 이 뮤지컬중 막달라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나기전까지는 창녀라는 직업으로 에로스적인 사랑만 하다가 예수님의 아가페적인 사랑을 대하곤 몹시 혼란스러워 하는 마음으로[나의 개인적인 해석, 동의 하거나 말거나] 예수님을 향한 마음을 고백한 노래다.) 와 Cats, Evita 등 뮤지컬 역사에 남을 유명한 곡 들을 쓴 뮤지컬의 거장 Andrew Lloyd Webber가 썼고, 그 당시 음반을 통해 이미 곡들을 거의 외우다시피 한 작품인 The Phantom of the Opera가 나는 꼭 보고 싶었던 반면, 잘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겐 티저포스터부터가 너무 기괴해 보이고 생소할 수 있기에 어떤 뮤지컬을 선택하느냐 하는 갈등이 좀 있었다.

결국은 모두 다 같이 즐길만한 “Jump” (Off-Broadway로 분류되는)를 보게 됐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모두 태권도고수인 한 가정에 도둑하나가 침입해 들어오게 됨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요절복통에다 그 현란한 기술에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쇼. 이 Jump는 이제 브로드웨이 전용관에서 자리를 잡고 아직까지 장기공연을 해 오고 있는 중 이라고.

그래서 The Phantom of the Opera를 그때 보지 못한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고 앞으로도 기회가 생기면 꼭 온 가족이 함께 보길 원하는 뮤지컬 중 하난데 이 뮤지컬이 지난 1월 26일로 23년간 9,567번의 공연을 함으로써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길래 지난 뉴욕나들이가 생각나 적어본다.

(참고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앞좌석은 보통 $130-$170정도 지만, Times Square에 위치한 Broadway Ticket Stand에 가서 티켓을 사게 되면 반값으로 살 수 있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니, 일단 Times Square에 가서 사람들이 한도 끝도 없이 줄을 서 있는게 보인다면 바로 그 티켓라인이 틀림없다.)

10 comments:

  1. 사회생활을 처음하던 때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저스크라이스 수퍼스타를 관람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여자친구도 없어서 같이 근무하던 사회 선배와 손을 잡고(?) 보았던... ㅠ.ㅠ
    기억에 남은 것은 없고, 그때 유행했던 노래만.... 요즘은 연극을 봐야 겠구나 하면서도 뻘쭘해서 잘 안가데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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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 Carl Anderson... 80년대 이후로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중학교 때 Gloria Loring과 함께 부른 'Friends & Lovers'이라는 곡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이 분이 뮤지컬 배우셨군요. 저는 그냥 R&B 가수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제사 제대로 알았네요.

    그건 그렇고, zizukabi님 블로그에 가봤다가 컬러테스트 결과 보고 화들짝 놀랐다죠. 저와 같은 색조합을 선택하셨더군요. 그 많은 보기들 중에 같은 조합을 고를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을텐데... 흥신소와 접객업... 저말고 다른 분도 계셔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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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눈에 익은 제목이라 얼릉 보았네요. ^^
    거의 10여년 전에 저희 가족이 San Francisco로 가서 본 뮤지칼인데 첫 장면때문에 참 기억에 오래 남아 있네요. 타이틀곡과, All I Ask Of You, The Music Of The Night, Think of me 등등 정말 한동안 거의 매일 들었다는... ^^

    빠른 시일내에 기회를 만드셔서 꼭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댓글은 못달았지만 (잠깐 글을 회사에서 읽느라고요^^) 어머님이 아프시군요. 어서 쾌차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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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zizukabi 님,
    맞아요. 한국에서도 몇 번 했던 기억이 나네요. 윤복희, 이종용, 추성웅 등 한국가수, 배우들이 나온다는 것을 그 당시에 읽었었습니다. 선배하고라도 일단 색깔은 맟추셨네요.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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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겨울아이 님,
    역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 맞네요. 그래도 저하고 세대차가 좀 심하게 나는 분 이실텐데 그 이름을 아시는군요.

    단 두가지 색깔을 가지고 어떤 사람의 캐릭터를 짐작해 본다는 것이 아예 처음부터 무리지만 말씀하신 대로 같은 조합을 고른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네요. 아마 메인분석은 심리학자같은 사람이 하고 관련직업에 관한 것은 뭐 알바학생같은 다른 사람에게 맡겼던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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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샛별 님,
    아, 브로드웨이 각 뮤지컬팀들이 워낙 장기공연을 하느라 한 배역에도 여러 명의 가수가 번갈아가며 공연하는 시스템이라 1진은 극장을 지키고, 2진 3진은 미국투어나 세계투어로 다닌다고 하더니 그 곳 에서도 했군요. 부럽습니다. 저 사는 동네에는 잘 안와서... ㅡㅜ

    말씀대로 한 두 번 듣게되면 곡조가 입에 붙어서 내내 흥얼거리게 되지요. ㅋ

    덕분에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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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페라의 유령은 오리지널 공연팀의 내한 공연때 아내와 함께 가서 봤습니다. 보고나서 한가지 아차 싶었던게, 아내는 무대 옆에 나오는 자막을 읽느라 바빠 공연 자체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영화든 뭐든 스토리를 먼저 줄줄 읊을 수 있게 된 상태에서 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쨌든 공연 끝난 후 명성황후가 훨씬 낫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지요. 물론 명성황후가 못지않은 뮤지컬임은 맞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그렇게 못난 뮤지컬도 아니라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멋쩍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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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최기영 님,
    와...(저같은 촌놈이)미국에서도 못 본 오리지널팀의 공연을 보셨군요. 저도 명성황후가 좋았다는 이야기는 거짓말 안 보태고 몇년을 들었습니다. ^^

    근데 한국에 계시는 듯 한데 제 google analytics에 보이는 IP근원지는 인도네시아(자카르타)로 되어 있는지 흥미롭네요. 혹 이유를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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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오랜만에 들립니다....
    오페랑 유령은 단연 뮤지컬의 왕이지요. 런던을 떠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문화생활을 너무 쉽게 계획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학생때는 열심히 용돈을 모아서 학생 할인을 받아서 보곤 했었는데, 재정 독립을 하고는 원하는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결혼 기념 30주기는 유럽으로 문화 여행도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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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ae-Won Lee 님,
    쿠바 여행이후 직장에 쌓여 있던 일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다시 뵈니 반갑구요.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네요. 그렇지 않아도 좀 특별한 일을 계획해야 할텐데 하고 있던 차에. 그럼 런던의 West end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볼 생각으로 앞으로 3년 열심히 준비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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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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