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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2016

새로 연 도넛가게

교회가 위치한 앞길에 도넛가게가 생겼다. 던킨도넛이나 크리스피크림같은 유명연쇄점이 아닌 개인이 낸 조그마한 가게.

어젯저녁 삼일예배를 가는 길에 그 가게를 지나치면서 얼마전 이 가게를 들렸던 날이 떠올랐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가게가 보여 "음, 새로 열어서 많이 힘들텐데 장사 좀 시켜줘야겠네" 싶어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손님이 하나도 없고 썰렁한 매장안. 들어가는데 인사도 없고 그냥 빤히 내 얼굴만 본다. 조금 후 있을 선교회모임을 위해 도넛을 한 더즌 샀지만 좀 비싸다 싶은 생각도 들었고. 도넛을 갖다주니 모두들 좋아하는데 먹어보니 그리 맛이 있지도 않았다. 브로드스트릿에 얼마전 생겼다는 개인이 하는 도넛가게와 많이 비교가 됐었는데 그 가게는 사람들이 침을 튀면서 얼마나 그 자랑을 하던지 나도 그 먼길을 도넛 몇개 사려고 갔던 기억이 있고 사람들이 미리 맛있다고 자랑을 해서인지 맛도 꽤나 좋은 듯 느껴졌었다.

하지만 어제 새로 연 교회앞길의 그 가게를 지나치는데 내 모습이 그 가게에 겹쳐 지면서 "어쩜 그리 내 모습과 비슷하냐"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기왕 가게를 열었으면 값이 좀 싸다든가, 값이 비싸면 맛이라도 있던가, 그것도 안된다면 들어오는 손님을 정색하고 좀 반갑게 맞아 주던가. 뭐 하나도 갖추지 못한 가게. 기회를 한번 더 주자고 두번째로 갔었을 땐 여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문이 닫혀있는... 그럴려면 왜 이 가게를 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처럼, 조금 지나면 곧 문 닫겠네 생각했던 것 처럼, 나 역시 뭐 남다른 사랑와 배려가 넘친다거나, 그렇지 못하면 그저 정성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열성이라도 있다거나, 그것마저도 없다면 지치고 힘든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라도 넘치게 지어줄 줄 알아야 할텐데 그 또한 자신이 없는 내 모습. "저 사람만 보면 나도 예수님을 한 번 믿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는 커녕 "저런 사람이 나가는곳이 교회라면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등을 돌리게 하는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의 안믿는 사람들이 "저 정도면 나도 한 번..." 이라고 수긍할 수 있는 크리스천, 그런 교회가 되어야 할텐데 저 도넛가게 처럼 딱히 selling point가 없는 성도와 교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하나님께 죄송하다. 정신차리지 않는다면 곧 문 닫게 될 수 밖에 없지않나 싶다.

7/11/2012

야고보의 길

얼마 전  우연히 접하게 된 영화, The Way

마틴쉰이 배낭을 맨 모습만 덩그러니 나와 있는 티저포스터에 지루하고 단순한 영화가 될 게 뻔해 그냥 지나려다 워낙 마틴쉰형님의 광팬이라 '봐 주기로' 함.

지겹게도 말 안듣고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 살며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과의사 톰은 어느 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던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아들의 싸늘한 시신을 확인하고 들은 사연인 즉슨 아들이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Camino de Santiago라고(영어로는 The way of St. James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우리말로 '성 야고보의 길' 정도라면 될라나) 알려진 순례길을 가다 사망 했다는 것. 그리고 아들의 배낭을 인계받은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화장하여 상자에 담고 800여 킬로미터, 30여일이 걸리는 순례의 길을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나선다.

그 여정에서 만나는 다른 순례자들의 삶과 애환이 자신의 것과 교차되면서, 아들의 삶과 생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그 긴 여정을 마치게 되는 이야기. 순례자 대부분 원래의 결심과 목적했던 바를 성취하거나 마음속에 있던 나름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면서...

영화를 마치고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잔잔한 감동에 한참을 그냥 천정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요즘 부쩍 말을 안듣기 시작한 아들녀석을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되었고...

마틴쉰의 탈도 많고 말썽 많은 아들들 중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감독과 동시에 죽은 아들역을 맡아 마틴쉰형님께서 더 가슴에 와닿는 연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도 나이가 더 들기 전 혼자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뭉글뭉글 올라오기 시작. 달포정도 잡고 말을 아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길은 멀어도 격한 산행이 아니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길 이라니 다행이고 영화에서 본 그 풍광을 실제로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욕심이 난다. 남은 생애 동안 해 보자고 결심한 Bucket list 1호 되겠다.

source: http://www.thoughttavern.com/camino-de-santiago/

여정은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오른쪽에 위치한 프랑스 여러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중간쯤 스페인으로 넘어 와서는 그 모든 길이 만나게 되어 한 길로 가게 된다. 그 여정의 왼쪽 끝에 위치하고 열두 사도의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유해가 매장되어 있는 스페인의 Santi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들리는 것으로 대장정이 마무리 되는 사도 야고보(James)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순례의 길. 9세기 부터 기독교도이건 아니건(아닌 경우는 그저 자기성찰을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걸어 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