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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2010

Korean or American way?

엊그제 식구들과 저녁밥상을 대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있었던 대화내용.

아내: 얘, 아들아. 엄마 아빠가 하루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방에서 나와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해야 하는 거란다.

아들: 엄마, 그건 한국식이고 미국식은 엄마 아빠가 집에 돌아오면 내 방으로 와서 “잘 다녀왔어요.” 하는 거야.

식구들 모두 한참을 웃었다. 녀석이 이젠 제법 능글거리며 농담도 할 줄 아니 많이 컸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들에게 한국예의범절을 가르치면서 한국식으로 키워야 하나? 아니면 미국에서 자라나 미국에서 살아갈 아이들이니 한국식은 아예 잊고 미국식으로 키우는게 나중에 장성해서 더 유리하지는 않을까? 정답이 보이질 않는다. 주위를 둘러봐도 철저히 한국식으로 키워 좋은 결과를 본 부모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는 결과를 낸 부모가 공존하고, 미국식으로만 키웠어도 마찬가지로 양극의 결과를 보여주니 말이다. 그렇다고 제법 큰 데이터(가정수)를 가지고 한인2-3세에 대해 연구하여 낸 보고서 같은 것도 딱히 눈에 띄지 않으니 직접 겪어 부딪혀 보는 수 밖에.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춘기에 들어서면 자신들의 정체성때문에 조금은 혼란을 겪는 것 같다. 전혀 자기 피부색을 의식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백인, 흑인, 남미계와 어울려 놀며 자라왔는데, 평생(?)같이 자라온 친구들이 머리가 크기 시작하니 이젠 같은 피부색의 친구들과 더 끈적해 지면서 생일파티에 다른 백인친구아이들은 모두 초대를 받았는데 자신에게는 초대가 없었다던가, 어떤 아이와 다투는데 같이 자라나면서 제일 친한 친구라고 믿고 있던 아이가 자기 옆에 서질 않고 우물쭈물 다른 쪽에 서게 되는 모습을 보게되는 등의 가슴아픈 일들을 겪게 된다. 또 초등학교때는(1-5학년) 놀리는 아이들이 없었는데, 중(6-8학년), 고(9-13학년)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노랑이’ 혹은 ‘중국놈’이라는 등 뒤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야 하기도 하고.

동시에 미식축구나 농구만 즐겨보며 축구같은 스포츠에는 별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월드컵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와 싸우는 게임을 보고 있는 아빠옆으로 슬그머니 와 앉아서 보다가는 어느새 상대팀이 미국이라는 것도 잊고 펄쩍펄쩍 뛰며 한국선수들의 모습에 열광을 한다. 자기는 속까지도 한국인 이라는 걸 느낀다는 듯이.

어릴 때는 자기가 겉 모습도 미국사람, 속 마음도 미국사람인 줄로 알고 있다가, 이제는 겉 모습, 속 사람 모두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과정인 게다. 부모가 (미국식이건 한국식이건) 어떤 의도로 키우건 그것 과는 상관없이 자신들 스스로 겪고 부딪쳐 나가야만 하는 과정. 부모로선 안타깝지만 할 수 없는 일.

이 아이들이 장성해서 미주류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해 나갈지 흥미롭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