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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2016

새로 연 도넛가게

교회가 위치한 앞길에 도넛가게가 생겼다. 던킨도넛이나 크리스피크림같은 유명연쇄점이 아닌 개인이 낸 조그마한 가게.

어젯저녁 삼일예배를 가는 길에 그 가게를 지나치면서 얼마전 이 가게를 들렸던 날이 떠올랐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가게가 보여 "음, 새로 열어서 많이 힘들텐데 장사 좀 시켜줘야겠네" 싶어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손님이 하나도 없고 썰렁한 매장안. 들어가는데 인사도 없고 그냥 빤히 내 얼굴만 본다. 조금 후 있을 선교회모임을 위해 도넛을 한 더즌 샀지만 좀 비싸다 싶은 생각도 들었고. 도넛을 갖다주니 모두들 좋아하는데 먹어보니 그리 맛이 있지도 않았다. 브로드스트릿에 얼마전 생겼다는 개인이 하는 도넛가게와 많이 비교가 됐었는데 그 가게는 사람들이 침을 튀면서 얼마나 그 자랑을 하던지 나도 그 먼길을 도넛 몇개 사려고 갔던 기억이 있고 사람들이 미리 맛있다고 자랑을 해서인지 맛도 꽤나 좋은 듯 느껴졌었다.

하지만 어제 새로 연 교회앞길의 그 가게를 지나치는데 내 모습이 그 가게에 겹쳐 지면서 "어쩜 그리 내 모습과 비슷하냐"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기왕 가게를 열었으면 값이 좀 싸다든가, 값이 비싸면 맛이라도 있던가, 그것도 안된다면 들어오는 손님을 정색하고 좀 반갑게 맞아 주던가. 뭐 하나도 갖추지 못한 가게. 기회를 한번 더 주자고 두번째로 갔었을 땐 여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문이 닫혀있는... 그럴려면 왜 이 가게를 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처럼, 조금 지나면 곧 문 닫겠네 생각했던 것 처럼, 나 역시 뭐 남다른 사랑와 배려가 넘친다거나, 그렇지 못하면 그저 정성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열성이라도 있다거나, 그것마저도 없다면 지치고 힘든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라도 넘치게 지어줄 줄 알아야 할텐데 그 또한 자신이 없는 내 모습. "저 사람만 보면 나도 예수님을 한 번 믿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는 커녕 "저런 사람이 나가는곳이 교회라면 사양하겠습니다."라고 등을 돌리게 하는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의 안믿는 사람들이 "저 정도면 나도 한 번..." 이라고 수긍할 수 있는 크리스천, 그런 교회가 되어야 할텐데 저 도넛가게 처럼 딱히 selling point가 없는 성도와 교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하나님께 죄송하다. 정신차리지 않는다면 곧 문 닫게 될 수 밖에 없지않나 싶다.

12/09/2015

아직 살만한 세상

교회친교실에 스티로폴컵을 하나씩 꺼내 쓸 수 있는 디스펜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들어와 하나 주문을 했다.




왼쪽에 보이는 제품인데 컵들을 담은 원통들을 지지해 주고 있는 긴 파이프가 넙적한 바닥에 나 있는 구멍에 고정되게 된다. 헌데 나사로 되어있어 조이면 든든하게 고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금 움직이기만 하면 아래에 보이듯 그냥 쑥 빠져버려 난감했다. 아래의 넙적한 바닥이 너무 얇아서 든든하게 잡아주질 못하는 게 문제.

구입처에 문의해 이런 걸 어떻게 쓰냐고 하니 제조사를 통해 한 세트를 다시 보내드릴테니 그걸 사용하고 지금의 것은 반환하지 않아도 되겠노라고 했다. 며칠 후 새로 도착한 세트를 조립하는데 웬걸 파이프를 조이고 나서 든든한가 옆으로 한번 툭 쳐보니 다시 쑥 빠진다. 나름 성의를 다해 도우려고 한 구입처에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보여 모두 반환하고 다른 회사에서 구입하려고 뒤져봤지만 이 모델을 파는 회사가 찾아지질 않았다. 이 큰 땅덩이에서 이런 간단한 물건을 파는 회사가 이렇게도 없나 의아해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넙적한 바닥밑으로 파이프 끝의 나사부분이 조금 나와있으니 너트를 찾아 조여보면 되지 않을까 철물점으로 가서 너트를 찾아봤지만 이 파이프가 동남아에서 만든건지 metric으로 된거라 맞는 너트가 있지 않았다. 다섯개의 다른 철물점들을 다녀봤지만 헛수고. 맨 마지막 철물점에서 그럼 쇠를 깍아 너트를 만들 수 있는 철공소를 가 보라며 전화번호를 몇개 줬다. 다시 철공소 찾아 삼만리. 철공소도 다 허탕치고 맨 마지막 철공소를 갔더니 metric으로 된 너트를 깍을 장비가 없기는 하지만 땜질을 해서 든든하게 고정할 수는 있다고 해 맡기고 왔다.

그 다음 날 가져가도 된다는 전화가 와서 갔더니 아주 훌륭하게 땜질을 해 놓았다. 얼룩진 땜질자국이 약간 보이긴 하지만 아주 든든하게 붙어있어 맘에 들었다.

지갑을 꺼내들고 비용을 얼마나 드리면 되냐고 했더니(이런 땜질하는데 몇백불씩이나 하랴 하는 생각에 맡길때 비용을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 사람들도 얼마 들거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뒷쪽에 있는 사무실에서 정장을 한 육십대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또박또박 걸어나온다.

그러더니 하는 말. "어제 오셨을때 제 사무실에 들리는 말씀을 들어보니 교회비품인 것 같던데 이번 주일친교에 지장이 없게 해드리려고 서둘러서 일을 하게 했습니다. 교회일이라 비용은 받지 않겠습니다. 즐거운 성탄되세요!"

온통 세상이 교회, 기독교, 믿는 사람이라고 하면 우선 욕하고 비난부터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이런 분, 이런 회사를 대하니 아직은 세상이 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1/11/2015

사회생활, 교회생활

사회와 교회는 별로 다를게 없는 곳이다. 잘난 자, 못난 자, 죄있는 자, 죄없는 자(적어도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다 섞여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생활을 하는 곳이다. 두 곳 다 나름 규범과 상식, 논리와 정치가 있기도 하고.

그렇지만 두 곳의 질서와 규범에 많은 차이가 있다. 어떤 것 들은 전혀 거꾸로 되어 있기도 하고 사회에서 보는 시각으로는 도대체 말이 안되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사회에선 회장, 사장, 부장, 과장, 실장...등의 순으로 파워체계가 내려간다. 교회에서는 일반성도가 섬김을 받는 맨 꼭대기에 있고, 그 아래로 집사, 장로, 목회자 순으로 내려가는 것이 맞고 성경에 부합한다. 놈이 뺨을 때리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갚아줘야 하는게 사회고, 교회에서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그저 무릎을 꿇고 다른 뺨을 들이댄다. 사회의 눈으로 보면 좀 병신같고 밸도 없어 보인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사랑이고 용서다.

그래서 성경말씀에 바탕한 교회에서의 규범을 잘 알고는 있지만 몸소 행하는 일에는 부족한 일부 장로, 목회자등의 지도자들, 혹은 사회 지도자급의 성도들이 다른 사람들 위에 서려고 하거나, 사회에서의 방법을 교회내에서도 똑같이 적용하려고 하면 교회가 힘들어지고 많은 아픔이 생기게 된다.

피눈물나는 노력으로 혼자 사업을 일구어내고 작지만 나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람일수록, 사회의 고위층으로 올라간 분들 일수록, 그런 지위에서 아랫사람들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고 감독하는 분들 일수록, 교회생활을 배우고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 한다. 늘 지적하고 고쳐주는 자리에 있던 분들 이라 지적(주로 가벼운 권면이라 할 지라도)당하는 것에 많이 힘들어하고 금방 분이 치밀어 오르는 걸 감추지 못한다. 내가 좋아해서 하는 섬김은 정말 열심히 물불 안 가리고 하지만, 자신의 교회제직자 신분에 맞게 주어지는 의무는 자신이 싫다면 누가 뭐래도 움직이지 않는다.

분명히 나 같으면 화가 버럭 날 만한 상황인데도 '주님과 함께 장사된 자 (로마서 6:4)' 처럼 사랑을 가지고 차분하게 반응하는 분, 분명 상대방 잘못인데도 도리어 내가 잘못했노라 사과함으로써 반목과 대립보다는 화평을 이루는 분 들을 가끔 목격하게 되면 그 분 들로 부터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맙고 감사하다.

오늘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좀 답답한 일들이 있나...?
좌우간 속에 있는 말을 여기에 속시원히 털어놓고 싶었다. 머리칼로 당나귀귀를 숨기고 다니는 임금님의 비밀을 알지만 비밀을 지켜야만 했던 이발사가 동네우물에 대고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것 처럼...




1/25/2014

Ahn's Inn

지난 밤엔 22명의 아이들, 교사, 전도사님들이 집에서 자고 먹었는데 무슨 여관같았기에 오늘의 포스트 제목으로 붙였다 . ㅋ ㅋ

어제 오늘은 이곳 리치몬드지역 많은 교회(주로 미국교회)에서 4천여명의 중고등부 아이들이 참가하는 Conference(http://acquirethefire.com/richmond/)가 리치몬드에서 제일 큰 체육관에서 있었고, 어제 밤에는 그 집회에 참가한 우리 교회를 포함한 두 한국교회의 아이들이 우리집으로 와 연합으로 Lock in을 했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저녁은 11쯤에, 오늘 아침은 7시쯤. 음식을 베풀어 놓고는 불편해 할까봐 우리 내외는 두번 다 방으로 사라져줬고... ^^

참  밝게, 잘 들 먹고 잘 들 놀더라는...

새벽이슬같은 예쁜 아이들

배를 든든히 불린 아이들이 둘째날 집회에 늦을새라 서둘러 집을 나서는 모습

교회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금방 곯아 떨어지겠지?



12/19/2013

12월의 단상

1.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땐 방문자가 거의 없어 마치 일기장 적듯이 느낀 대로 본 대로 속에 있는 생각들을 나름 솔직하게 글로 담았었지 않나 싶다. 허나 이젠 블로그가 페이스북이나 구글플러스 등과 연동해서 돌아가면서 부터는 방문객이(주로 지인들) 꽤 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많이 움츠려 든 상태. 결국은 그냥 일상적인 사실만을 열거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건가...고민이라면 고민이다.

2. 막내가 2주간의 겨울방학숙제로 1000조각짜리 퍼즐을 완성해가야 한단다. 둘째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역시 같은 선생이 같은 과제를 내어줘서 온 식구가 달라붙어 완성했었는데 처음 그 과제를 받아왔을때는 별 이상한 과제도 다 있다 싶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선생의 배려였다는 걸 깨달았었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되어 좋다. 하지만 1000조각...장난이 아니다.

3. 미국으로 이민와서 알게 된 후 지난 27-28년을 같이 한 동갑내기 친구들 대여섯이 부부동반으로 한 가정에 오랜만에 모여 저녁을 먹었다. 모이기만 하면 늘 내 자가 너희들 자보다 더 길다고 외치던 녀석과 그걸 지지않으려고 반박하고 흉을 잡느라고 새벽 두세시까지 티각태각하던 녀석,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배우자들을 늘 피곤하게 하시던  두 녀석이 이번에 보니 철이 많이들 들었다. 전자의 녀석이 "이제보니 많이 가지는게 다가 아니더라"는 고백을 진지하게 했는가 하면, 믿음에 대해선 콧방귀만 뀌던 후자의 녀석이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죽음'과 '신'이라는 단어를 쉴 새 없이 사용하며 신앙에 무의식적 관심을 보이는 걸 보니 얼마 안 가 친구들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기도합시다!"를 곧 외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두 녀석을 보니 마음이 참 좋다.

4. 살다보면 많은 아픔이 있지만 같이 오랜기간 신앙생활을 하다가 피치못할 여러 이유로 떠나는 믿음의 친구들을 보내는 일이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다. 새해부터는 다시 못보게 될 거라는 한 가정을 생각만 하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이 시려온다. 내가 많이 사랑하고 든든해 하던 내왼데...하도 골똘히 그 생각만 하다보니 흰머리도 부쩍 는 것 같고. 

5. 최종 운전면허시험을 잘 통과한 막내의 정식면허증이 도착했다. 그래 토요일 하루를 잡아 은행에 데리고 가 체킹구좌를 열어주고 앞으로 차에 넣는 개스나 간단한 지출에 카드를 사용하되 아껴서쓰고 쓸데없는 지출이 없도록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일렀다. 세차장에도 가서 내가 타던 차의 안팎을 같이 청소하고 차키를 완전히 넘겨줬더니 하는 말 "이차 정말 내꺼야, 이젠?" 그러더니 궁금해진 모양이다. "그럼 아빠는 뭘 타고 다닐려고?" 그래서 "1991년형 혼다"라고 했더니 자기에겐 신형차를 주고 아빠는 22년된 차를 탄다는 소리에 좀 미안한 표정. 됐고 제발 안전주행만 해다오.

6. 직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 그 중 하나가 최근 승인된 3천만불 정도의 예산으로 카운티내 모든 학교에 있는 3만여 컴퓨터를(desktop and laptop)를 싸고 간단한 Chrome tablet으로 3년에 걸쳐 교체해 나간다는 플랜. 그에 따른 고장이나 부품교체등을 위한 depot를 (외주해서)별도로 운영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나와 동료들의 미래가 불투명해 지는 듯. 새로 IT 디렉터로 온 젊은 녀석이 장래의 더 좋은 직장과 좋은 자리를 위해 '엄청난 예산절감'이라는 업적을 자신의 이력서에 꾸겨 넣으려 바둥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그런 과정에서 누가 잘리고 누가 피해를 보던 눈깜빡 한 번 안하고 질러 버릴 위인이라는 걸 이미 알아버려서 더 짜증스럽고. 현재의 직장을 선택할 당시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급료도 적고 보너스도 없어 매력이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사기업처럼 간헐적으로 몰아치는 감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하고 망설이지 않았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 

8/25/2013

보석같은 아이들

아동부전도사님께서 영구귀국하시는 바람에 아동부와 유아부 아이들이 같이 유아부전도사님의 인도아래 예배를 드리는 요즘 오늘 예배중 있었던 일. 전도사님이 십계명을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 하시다가...

제 9계명,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 파워포인트에 코가 댓자나 나온 피노키오 그림이 보인다.

전도사님: 여러분, 거짓말하면 진짜 코가 길어지나요?
학생: 아니요. 예수님이 우리가 죄를 지면 자꾸자꾸 용서해 주시기 때문에 코가 길어지지 않아요!

제 7계명, 간음하지 말지니라.

전도사님: 여러분, 간음(Adultery)이 뭔지 아세요?
학생: 베이비가 생기면 꼭 결혼해야 돼요!

ㅎ ㅎ 자세히는 몰라도 용서와 순결이라는 컨셉트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거다. 그런데 이 두번의 대답을 한 학생 K모양은 놀랍게도 4살짜리 여아.




조금 큰 아동부 세아이에게 종이와 각종 색연필과 크레용을 주고 그림을 그리라 했는데...

용이 승천하는 모습?                                                무게중심이 딱 잡힌 레이싱카의 위엄

위의 두친구 그림을 합한 듯한...허나... 더 발전시켰다. 레이싱카가 말이 끄는 마차로 둔갑.
아이들의 놀라운 상상력이란...


10/07/2012

Boxing and more...

하나.

아들이 속한 복싱팀이 지역 주간지에 특집으로 나간 여파가 크다. 여름 내내 냉방이 없이 지냈는데 다 늦게 갑자기 여기 저기서 냉방된 찬 바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이제는 추울지경이고, 경찰체육관으로 쓰던 건물을 시에서 내어줘서 이제 며칠 후면 입주할 예정. 아이들이 모두 기뻐하는데 그 중 우리 막내가 제일 좋아하는 듯. 마치 그 곳으로 옮기게 되면 실력이 갑자기 향상이라도 될 듯이... ㅎ ㅎ


두울.

아이들이 2주 전 이곳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팀의 도장으로 가서 스파링을 했다. 금년에 있었던 올림픽에 미국올림픽팀 복싱코치로 참가했던 코치가(흑인 할머니. 그 도장 아이들의 수준이 전부 올림픽선수 수준이다) 운영하는 도장인데 아들녀석이 몹시도 가기 싫어 했다. 이유는 초보인 자신이 얻어 터질 것이 뻔한데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터지고 올 필요가 있겠냐는 거다.

억지로 보냈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네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라. 안가도 좋다. 단 그렇게 다양하고 실력있는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는 건 좀 얻어 맞아도 네겐 귀한 경험이 될 거다 라고 충고를 했는데 스스로 간다고 하길래 보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녀석의 얼굴을 보니 콧등이 벌겋게 벗겨져 있는 등 많이 맞은 흔적이 보였고 말이 없다. "그래 좋은 경험이 됐니?" 했더니 툭 던지듯 돌아오는 딱 두마디 대답. "아빠 말대로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 이제 만족해?". 쿵쾅대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녀석의 표정에 원망이 많이 뭍어 나왔다.

화가 잔뜩난 녀석에게 뭐라고 받아 치기도 싫었고 설명해 줘도 듣지 않을 것 이기에 그냥 아무말 않고 지나갔지만 미안한 마음.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맨날 똑같은 아이들과 매일 똑같은 수준으로 톡톡 치고 받는 걸 벗어나지 못하는 걸 어쩌랴... 어떤 새 종류는 다 자란 새끼들이 날 수 있을 정도로 날개에 힘이 붙게 되면 높은 둥지에서 밀쳐내 강제로 날게 한다는데 그런 어미 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세엣.

지난 주일 저녁에 구역예배를 드리면서 느낀 점. 모두들 한결 같이 이런 저런 모습의 힘든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눴고 observer로 참석하셨다가 구역교사인 나를 대신해 말씀을 전해 주신 목사님은 오직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이겨내는 것 만이 우리의 갈 길 이라는 답을 제시해 주셨다. 

그게 믿는 사람들의 정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젊은 부부들은 정답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토로했다. 그런 정답이야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힘든 순간 순간들은 계속 우리에게 찾아오고 그 아픔들은 고스란히 겪어 내야 하지 않느냐 라는 것. 목사님은 적잖이 당황해 하셨고, 나로서는 목사님께서 그런 원리원칙만을 강조하시는 것 보다는 그 어려움과 안타까움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 주고, 위로해 주는 쪽으로 리드를 하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8/29/2012

Back to school

이제 석달에서 며칠 모자라는 긴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음주면 아이들의 새학기가 시작된다.

이 맘 때면 내가 가르치는 주일학교 반아이들이 윗 학년에 진급하면서 학교생활에 필요할 만한 몇 가지를 챙겨 주곤 하는데 별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꽤나 좋아해 매년 해오는 중.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기계심연필, Hand sanitizer, 지우개, 하이라이터, 간이연필깎기, 캔디 몇 개 정도다. 카드에는 새 학기에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간단하게 썼고. 이런 별 것 아닌 걸 받은 아이들은 누가 손을 댈 새라 그걸 가슴에 꼭 안고 다닐 정도로 기뻐해 주신다. ㅋ ㅋ

예전엔 선물담는 봉지에 넣어 주곤 했는데 이번에 보니 마치 이곳 미국 쭝국집에서 음식을 담아주는 To-go-box같이 만든 선물상자가 나왔길래 새로 시도해 봤는데 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포장이 아닐까 싶다.


3/12/2012

아이들이 부모를 섬긴 밤

지난 주일에 아들녀석으로 부터 예쁜 초대장을 받았다. 오늘 저녁 6시부터 교회에서 중고등부 아이들이 엄마아빠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저녁을 대접하니 꼭 참석하라는...

아내는 아내 가게에 물건을 공급해 주는 메릴랜드주에 있는 도매상들이 초대해 무슨 공연과 함께 점심 저녁을 대접하는데 그걸 몸소 받아 주신다고(?) 올라갔고 나만 참석을 함. 부부가 모두 참석한 다른 아이들을 보니 아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

가지를 지져서 올린 스파게티 파스타

자기들이 직접 만들었을리는 없고 전도사님이 혼자 땀 뻘뻘 흘리면서 만들었겠지만 나름 단정하게 차려입고 음식을 서브하는 녀석들을 보고 엄마아빠들이 많이 흐뭇해 했다.

막내 녀석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내 앞에 휙 던져 놓으며 "아빠, 이거 머거!" 하는데 예의 그 퉁명한 모습에 웃음이 픽. 예절 못가르친 것은 내 죄니 그렇다치고 그 마음만은 고맙게 받아주마, 아들아...

다 끝나면서 아이들이 쓴 편지를 부모들에게 전달해 주는데 그 자리에서 펴보지 않고 아내를 위해 보물처럼 집으로 고이 모셔왔다.

1/08/2012

잘못하는 교사, 신나는 아이들

나 어릴 때 교회 다닌 기억을 더듬다 보면 다른 건 생각나지 않고 확실하게 생각나는 몇 가지. 신나게 놀던 기억과 끝없이 먹던 기억이다.

주일예배가 끝나고 어른 들은 회의니 뭐니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어른들에 딸려온 우리 아이들은 교회 안팎으로 쏘다니며 놀다가 아무때고 교회 뒤에 딸려있는 허름한 목사님사택으로 달려가면 사모님과 할머니 권사님들이 "너희들 배 고프지?"하시면서 라면, 밥, 찐 고구마, 개떡 같은 것을 만들어 내어 주시곤 했다. 사실 주일학교 성경공부시간 중에도 다른 녀석들과 눈만 마주치면 미친놈들 마냥 킥킥대느라 바빴지 교사샘이 뭘 가르치시는지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래서 주일학교에서 국민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난 오래 전 방향을 그렇게 잡았다.  내 반에선 먹이고 놀리기로.

다행히 아동예배시간에 전도사님께서 설교해 주시는 내용을 분반공부시간에 복습하는 걸 내용으로 하는 교재를 요즘 채택해 쓰기에 너무 잘됐다. 반으로 들어오면 약 3분만에 성경공부를 "효율적으로" 마치고 아침에 준비해온 간식과 음료를 바로 먹이고 게임으로 들어간다. ㅎ

이런저런 게임을 만들어 하곤 했는데 지난 연말에 구입해 사용하기 시작한 Gestures라는 게임이 요즘 우리 반에서 대박이다. 단어가 적힌 카드 네개를 위에 꼽아 넣고 한 팀에서 한 명씩 나와 동작을 취해 자신의 팀이 단어를 알아 맞추게 하는 게임. 근데 찰칵거리는 소리가 나는 타이머가 달려 있고,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카드가 밑으로 하나씩 떨어지는 바람에 쫒기는 긴장도가 매우 높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오늘 담아 봤는데 참...밝고 이쁘다.

혹시 교회 목사님이나 당회원들이 이 포스팅을 보시기라도 하면 이 교사 문제있다(성경공부 부실히 한다고) 하실 지 모르겠는데...아이들 모습이 너무 이뻐서 질러 버렸다. ㅋ ㅋ 

저, 참 나쁜교사 가타요. 흑 흑

12/23/2011

Antonym of 'LOVE'

누가 그랬던가...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칠하기 전. 옆의 틀은 막대기를
맞붙여 만들었는데 가운데 홈에
스프레이 페이트를 뿌리면
직선이 제법 깨끗하게 나왔다
몇 주 전 교회에 있는 야외농구장에서 중고등부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농구하는 걸 펜스밖에서 구경하다 이제껏 눈에 띄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코트위에 그어져 있는 흰 줄이 거의 닳아 선이 윤곽조차 아예 없어져 버린 부분이 많았던 것.

갑자기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한 지난 3-4년 동안 한 번도 선을 새로 그어준 적이 없었던 것. 교회아이들이라 서로 양심적으로 게임을 하니 그렇지 어디 밖에서 내기라도 걸린 실제게임을 하는 상황이라면 애매한 선 때문에 싸움이 나도 크게 났었을 텐데...

칠한 후.
중고등부 자녀들을 둔 아빠들에게 이메일을 돌려서 선긋는 작업을 같이 하자고 해 2주전 직선은 모두 그었는데, 마침 칠도 떨어졌었고 원을 어떻게 그릴 지 대책이 서질 않아 작업을 정지했었다. 그리곤 오늘 오후에 시간이 조금 있길래 몇 가지를 사 가지고 작업에 나섬.

아무래도 페인트롤러가 제일 무난할 것 같아 시도해 본 결과 그냥 쓸 만 했다. 원래 제대로 하려면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불러 하거나(돈 천불은 줘야) 아니면 종이를 오려 만든 스텐실 제품(바닥에 테입으로 고정시키고 그 위에 스프레이페인트를 뿌리면 완벽하게 그려지는, 백오십여불)을 구입해 그리는 방법이 있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직접그렸다.

Knee pad, 이것 없었으면 무릎에
물집이 생기면서 까졌을 것이 분명
혹 내년에라도 선을 다시 그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여기에 구입품목과 비용을 남긴다.
1. 칠: Striping Spary Paint(직선 긋는데 사용, White, 6 cans, $30), Striping Paint(원 긋는데 사용, White, 1Gal can, $17)
2. 도구: Sponge Paint Roller(3" wide, $3), Paint Tray(4" wide, $2)
3. 기타: 집에 있던 일회용고무장갑, Knee pad(오랜시간 바닥에 무릎꿇고 작업할때 사용하는)

아이들아 우리 어른들이 너희들에게 관심을 못가져서 미안하다. 앞으론 더 신경쓰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