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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2013

12월의 단상

1.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땐 방문자가 거의 없어 마치 일기장 적듯이 느낀 대로 본 대로 속에 있는 생각들을 나름 솔직하게 글로 담았었지 않나 싶다. 허나 이젠 블로그가 페이스북이나 구글플러스 등과 연동해서 돌아가면서 부터는 방문객이(주로 지인들) 꽤 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많이 움츠려 든 상태. 결국은 그냥 일상적인 사실만을 열거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건가...고민이라면 고민이다.

2. 막내가 2주간의 겨울방학숙제로 1000조각짜리 퍼즐을 완성해가야 한단다. 둘째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역시 같은 선생이 같은 과제를 내어줘서 온 식구가 달라붙어 완성했었는데 처음 그 과제를 받아왔을때는 별 이상한 과제도 다 있다 싶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선생의 배려였다는 걸 깨달았었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되어 좋다. 하지만 1000조각...장난이 아니다.

3. 미국으로 이민와서 알게 된 후 지난 27-28년을 같이 한 동갑내기 친구들 대여섯이 부부동반으로 한 가정에 오랜만에 모여 저녁을 먹었다. 모이기만 하면 늘 내 자가 너희들 자보다 더 길다고 외치던 녀석과 그걸 지지않으려고 반박하고 흉을 잡느라고 새벽 두세시까지 티각태각하던 녀석,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배우자들을 늘 피곤하게 하시던  두 녀석이 이번에 보니 철이 많이들 들었다. 전자의 녀석이 "이제보니 많이 가지는게 다가 아니더라"는 고백을 진지하게 했는가 하면, 믿음에 대해선 콧방귀만 뀌던 후자의 녀석이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죽음'과 '신'이라는 단어를 쉴 새 없이 사용하며 신앙에 무의식적 관심을 보이는 걸 보니 얼마 안 가 친구들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기도합시다!"를 곧 외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두 녀석을 보니 마음이 참 좋다.

4. 살다보면 많은 아픔이 있지만 같이 오랜기간 신앙생활을 하다가 피치못할 여러 이유로 떠나는 믿음의 친구들을 보내는 일이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다. 새해부터는 다시 못보게 될 거라는 한 가정을 생각만 하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이 시려온다. 내가 많이 사랑하고 든든해 하던 내왼데...하도 골똘히 그 생각만 하다보니 흰머리도 부쩍 는 것 같고. 

5. 최종 운전면허시험을 잘 통과한 막내의 정식면허증이 도착했다. 그래 토요일 하루를 잡아 은행에 데리고 가 체킹구좌를 열어주고 앞으로 차에 넣는 개스나 간단한 지출에 카드를 사용하되 아껴서쓰고 쓸데없는 지출이 없도록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일렀다. 세차장에도 가서 내가 타던 차의 안팎을 같이 청소하고 차키를 완전히 넘겨줬더니 하는 말 "이차 정말 내꺼야, 이젠?" 그러더니 궁금해진 모양이다. "그럼 아빠는 뭘 타고 다닐려고?" 그래서 "1991년형 혼다"라고 했더니 자기에겐 신형차를 주고 아빠는 22년된 차를 탄다는 소리에 좀 미안한 표정. 됐고 제발 안전주행만 해다오.

6. 직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 그 중 하나가 최근 승인된 3천만불 정도의 예산으로 카운티내 모든 학교에 있는 3만여 컴퓨터를(desktop and laptop)를 싸고 간단한 Chrome tablet으로 3년에 걸쳐 교체해 나간다는 플랜. 그에 따른 고장이나 부품교체등을 위한 depot를 (외주해서)별도로 운영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나와 동료들의 미래가 불투명해 지는 듯. 새로 IT 디렉터로 온 젊은 녀석이 장래의 더 좋은 직장과 좋은 자리를 위해 '엄청난 예산절감'이라는 업적을 자신의 이력서에 꾸겨 넣으려 바둥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그런 과정에서 누가 잘리고 누가 피해를 보던 눈깜빡 한 번 안하고 질러 버릴 위인이라는 걸 이미 알아버려서 더 짜증스럽고. 현재의 직장을 선택할 당시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사기업에서 일하는 것 보다는 급료도 적고 보너스도 없어 매력이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사기업처럼 간헐적으로 몰아치는 감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하고 망설이지 않았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 

8/11/2009

Pallbearer

권사님이 돌아 가셨다는 연락이 오늘 오후에 온 후론 하루 종일 우울하다. 내 얼굴이 어두워 보이는지 아내도 걱정스런 눈치다. 지난 주일 교회친교시간에 어머니가 날 정색을 하고 부르시더니 권사님이 위독하시다니까 같이 좀 가 뵙지 않겠냐고 하셨을 때 따라 나서는 건데...그 날 따라 아들녀석하고 며칠 전 부터 약속한 것이 있어 그러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고 죄송하다.

교회가 한참 힘들 때, 나와 마주치기라도 하시면 언제나 내 손을 꼭 잡으시고 "우리 장로님, 그래 힘들어 어카노? 마 힘내입시더!" 하시며 어깨가 축 처진 풋내기장로를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위로하고 격려해 주셨던 것이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맙다. 그런데 구원받은 성도가 하나님품으로 가는 것이 복되고 감사한 일 일진대, 전혀 그렇지 못함은 내가 받은 사랑이 커서 일까? 아니면 오랜 세월을 같이 한 아내를 갑자기 먼저 보내시게 된 장로님의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까? 토요일 운구위원으로 꼭 참여해 가시는 길을 지켜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