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여자들은 좀 나은가? 아니 여자들은 더 더욱 불쌍하다. 한국의 아낙들에 비해 엄청난 양의 일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여기서 누가 더 불쌍하냐 아니냐를 따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자들만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안다.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에 사는 한인아내들이 들고 일어날꺼다. "아니, 토끼같이 귀여운 새끼들 재롱있겠다, 죽어라고 헌신을 다하는 여우같은 아내가 삼시 세때 밥 지어 갖다 바치랴, 시시 때때로 여행이다 관광이다 다니는데 거기서 뭘 더 바라냐고 바라긴!...이 사람 좀 불순하네? 이런 사람은 우리 남편들과 가까이 하지 말게 해야 돼!" 할 게 분명하다. 나 역시 사랑스런 아이들과 아내가 있어 행복하다.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끔은 왠지 모르게 그러는 나 자신이 몹시도 찌질하다는 느낌이 드는 걸 어찌하랴. ㅡㅜ 상상해 보라. 풀만 먹고 만족하도록 길들여진 사자가 방금 풀을 배부르게 먹고 자신이 사자인 것도 잊은 채 이리뒹굴 저리뒹굴 구르며 좋아하는 모습을... 좀 찌질해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여기 남자들은 할 것이 몇개로 제한된 현재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것 들에 최대한 힘을 쏟고 집착한다. 그게 골프, 교회, 큰집/좋은차 대충 그렇다. 정말 목숨걸고 이 몇가지에 전력을 질주한다. 그런데 그렇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안 되는 데다가 그 몇 개에 모든 노력과 정성을 과도하게 쏟아 붓자니 거꾸로 이것들로 부터 스트레스도 받고 대충 하면 일어나지도 않을 쓸데없는 싸움박질도 끊일 날이 없다. 그나마 좋은 점이 있다면 사는 동네들이 고만 고만 하니 어디가서 딴 짓 해 부인들을 괴롭힐 일이 많지 않다는 정도 일꺼다. - -;;
아,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고, 그래서 월드컵이 열리는 해는 이곳 남자들 거의 모두 폐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거다. 4년만에 돌아오는 엄청난 ‘낙’ 인 이 월드컵게임이 열리는 이 한 달은 정말 행복하다. 지금도 열어놓은 윈도우 두 개 에서는 브라질:포르투칼, 북한:아이보리코스트 경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언제 또 우리가 브라질, 포르투칼등의 내노라하는 축구강국에서도 개중 제일 잘하는 알짜선수들만 뽑아낸 국가대표들끼리 경기하는 모습을 현지에 가지도 않고 안방에 앉아 차분히 볼 수 있겠는가? 아~~ 행복한 이 한 달…^^ 내일 아침이면 우루과이와 8강을 놓고 하는 경기가 열리는데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온다. 대한민국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