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2010

Happiest month in every 4 years

미국에 사는 한국남자들은 불쌍하다. 도대체가 낙(樂)이 없다. 한국에서는 꼭 퇴폐적인 쪽을 따지지 않더라도 건전한 오락을 위한 곳이 지천으로 깔려있고 전화 한 통화면 만사 제쳐놓고 뛰쳐나와 만나 회포를 풀 수 있고, 고민을 나누고, 같이 기뻐해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그러면 미국에는 그런 친구들, 아니면 놀이가 없냐 하고 누가 물어보면 “별로 그렇지 못하다”는 답이 오래 생각해 보지 않아도 쉽게 나온다.

그럼 여자들은 좀 나은가? 아니 여자들은 더 더욱 불쌍하다. 한국의 아낙들에 비해 엄청난 양의 일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여기서 누가 더 불쌍하냐 아니냐를 따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남자들만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안다.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에 사는 한인아내들이 들고 일어날꺼다. "아니, 토끼같이 귀여운 새끼들 재롱있겠다, 죽어라고 헌신을 다하는 여우같은 아내가 삼시 세때 밥 지어 갖다 바치랴, 시시 때때로 여행이다 관광이다 다니는데 거기서 뭘 더 바라냐고 바라긴!...이 사람 좀 불순하네? 이런 사람은 우리 남편들과 가까이 하지 말게 해야 돼!" 할 게 분명하다. 나 역시 사랑스런 아이들과 아내가 있어 행복하다.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끔은 왠지 모르게 그러는 나 자신이 몹시도 찌질하다는 느낌이 드는 걸 어찌하랴. ㅡㅜ 상상해 보라. 풀만 먹고 만족하도록 길들여진 사자가 방금 풀을 배부르게 먹고 자신이 사자인 것도 잊은 채 이리뒹굴 저리뒹굴 구르며 좋아하는 모습을... 좀 찌질해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여기 남자들은 할 것이 몇개로 제한된 현재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것 들에 최대한 힘을 쏟고 집착한다. 그게 골프, 교회, 큰집/좋은차 대충 그렇다. 정말 목숨걸고 이 몇가지에 전력을 질주한다. 그런데 그렇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안 되는 데다가 그 몇 개에 모든 노력과 정성을 과도하게 쏟아 붓자니 거꾸로 이것들로 부터 스트레스도 받고 대충 하면 일어나지도 않을 쓸데없는 싸움박질도 끊일 날이 없다. 그나마 좋은 점이 있다면 사는 동네들이 고만 고만 하니 어디가서 딴 짓 해 부인들을 괴롭힐 일이 많지 않다는 정도 일꺼다. - -;;

아,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고, 그래서 월드컵이 열리는 해는 이곳 남자들 거의 모두 폐인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거다. 4년만에 돌아오는 엄청난 ‘낙’ 인 이 월드컵게임이 열리는 이 한 달은 정말 행복하다. 지금도 열어놓은 윈도우 두 개 에서는 브라질:포르투칼, 북한:아이보리코스트 경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언제 또 우리가 브라질, 포르투칼등의 내노라하는 축구강국에서도 개중 제일 잘하는 알짜선수들만 뽑아낸 국가대표들끼리 경기하는 모습을 현지에 가지도 않고 안방에 앉아 차분히 볼 수 있겠는가? 아~~ 행복한 이 한 달…^^ 내일 아침이면 우루과이와 8강을 놓고 하는 경기가 열리는데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온다. 대한민국 홧팅!!!

14 comments:

  1. 저희 아빠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심심한 천국에서 사느니 재밌는 지옥에서 살겠다고..." 물론, 여기서 심심한 천국은 미국이고, 재밌는 지옥은 한국을 말하는거죠. ^^;

    그나저나 축구 너무 아까워요. 솔직히 실력차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들 뛰었는데... 80,90년대 월드컵에서 뛰었던 우리나라 선수들과 비교하면 요즘 선수들은 기량이 월등히 향상된게 보여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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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앗, 아버님 분명 사자 맞습니다! 그런 (적절하고)기가막힌 멘트를 날리시다니...들판을 뛰어다니며 먹이감을 앞발로 움켜쥐던 것을 아직도 동경하시는... 흑흑 거기에도 한 분 계시는 군요. ^^;

    맞아요. 아쉽지만 미래의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경기가 기대되어 위로를 삼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준결승/결승 등 알짜배기 경기들을 즐길 낙도 아직은 남아 있어 흐뭇하고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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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절대동감...근데 전 미국사는 한남들의 그 세가지 낙들 조차 몇년전 부터 다 포기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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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ㅡㅜ;; 이해합니다...근데 님의 블로그를 들려 읽다보면 "포기한" 분이 아니라 "훌 훌 벗어 던진" 분 같다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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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American football (NFL and College) 맛드리시면 4년을 안 기다리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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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16강전이 기특하게도 주말에, 그것도 아이가 잠든 후인 11시에 열리기에 수원에서 서울까지 가서 열심히 응웠했었습니다. 선수들 끝까지 잘 했지만 이기지 못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민 생활이란게 그리 만만한게 아닌가 봅니다. ^^;
    참 희한합니다. 한국과 미국에 계시는 분들이 서로의 일상에 동경심을 가진다니요. 하하.
    요는,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현실에 충실한가가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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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얼마나 재미가 없으시길래.... ^^; 미국생활은 한국생활과 정말 많이 다른가 봅니다. 저도 한 번쯤 외국에 나가 공부해보픈 꿈이 있는데 언제쯤 될런지, 이게 가능이나 한 일인지 생각한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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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damselfly님,
    ㅎ ㅎ 그럴 요량으로 열심히 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데 월드컵처럼 가슴이 쿵광거리지 않네요...ㅡㅜ;

    desperados님,
    밤 11시에 수원에서 서울까지...정말 대단하시네요. @.@ 참 아쉬운 경기였죠? 하하 맞아요. 많은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떡"이 커보여 동경하고 있는 것 같으네요.

    웃는 남자(A laughing man)님,
    재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저 '밋밋'합니다. 잘 준비하셔서 하시고 싶은 공부하실 수 있게 되시길... 혹 누가 알아요? 이곳 동부에 오시게 되면 저희집에서 며칠 지내고 가실 수 있게 초대할 용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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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전 님의 글을 읽으면서....음...음...여러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Greener들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남의 집의 잔디가 더 좋아보이고...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더 동경하게 된다는 심리...뭐 그런거요. 아마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한가롭고 가족에게 충실하고 여유롭게 사시는 님의 생활을 은근히 동경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안그럴까요?

    Ge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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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ㅎ.. 잘 보셨어요. 남의 집 잔디가 더 파래보인다는 그 심리가 분명할 껍니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친구하면 죽고 못사는 남자들로서는 함께 자라나다시피 한 친구들을 이곳 미국에서 새로 얼추 사귄 지인들로는 대체할 수가 없으니...그게 참 아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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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월드컵 폐인.. ㅋㅋㅋ 어제까지 저였네요.^^;
    하긴, 아무리 좋은 음식 좋은 술도 나눌 친구가 없다면 그것도 참.. 마음이 통하는 친구는 정말 중요한데.. 저는 요즘 트윗하는 재미에 빠졌는데 님도 함 해보시면~
    '일면식도 없는 트윗친구가 자주보는 그저그런 친구보다 낫다' 요즘 부쩍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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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월드컵 한국게임이 끝나서 '다행'이라는 역설적인 님의 포스팅을 보고 얼마나 폐인이 되셨었는지 짐작했다는...ㅎ ㅎ 트윗은 스마트폰(OS가 내장되어 있는)이어야 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전 그런 전화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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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평생 공부해 보겠다고 직업군인 생활을 접고 유학온 제게는... 글쎄요, 월드컵보다는 무언가 이루는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싶은 거겠죠. 부디 월드컵 이외에도 즐거운 것들을 많이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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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SW Yoon (尹聖雄)님,
    그러시군요...아 뭐 그냥 행복에 겨워 그저 궁실거려본 것 뿐입니다.^^;; 더 많은 즐거움을 열심히 찾도옥 해 보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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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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