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2010

아내의 부재

당장 오늘 저녁은 식구들을 위해 뭘 만들지?…빨래감이 통에 꽉 차면 어떻게 세탁기에 돌려야 하나…색깔있는 것과 흰색계통을 분리해 빨아야 한다는 것 같던데 어느정도까지가 색깔이 있는 거라고 해야하나…건조기에는 얼마나 오래 돌려야…가게에 물건이 떨어지면 뒤 창고 어디에서 찾나…가게 수표구좌에는 어떤 경우에 입금을 해야 하는 건지… 입금해야 하면 얼마를 어떻게 입금을 해야 하나…

아내가 탄 비행기가 뜬 지 45분 밖에 안됐는데 벌써 이런 걱정들이 몰려온다 ㅡㅜ. 한국에서 모처럼 처형댁으로 방문하신 장모님을 만나 한 일주일 지내려고 아내가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처형댁으로 방금 떠났다. 가게때문에 방문할 엄두를 못내고 걱정하는 아내를 내가 일주일 직장에서 휴가를 내고 집에 방학으로 와있는 큰 아이와 같이 나가 가게를 보면 된다고, 걱정하지 말고 엄마 언니와 일주일 잘 쉬다 오라고 설득을 했다. 여행비용도 들고 가게나 집안꼴이 어떻게 되겠냐고 포기하려고 뭉게는 짠순이를 걱정말라고 큰 소리쳐서 보내 놨지만... 난... 지금...학교에 입학하고 첫 등교해 아랫도리를 움켜쥐고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 헤메는 국민학교1학년 학생이 된 기분이다. 당최 아무것도 모르겠다. ㅠㅠ

아내가 일주일 전부터 오래 먹을 수 있는 장조림, 멸치조림, 각종 무침 등 반찬을 만들어 놓고 될 수 있으면 일주일분의 일을 해 놓으려고 분주히 일하는 모습이 다시는 못 돌아올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비장해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바로 엄마/아내의 자식들과 지아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었던 게다.

막상 없으니 그 사람이 있던 자리가 왜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8 comments:

  1. Isn't it strange for us to be able to feel sombody's love when the person is not arou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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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맞네요. 그 사람이 없으니 알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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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직장을 구하던 얼마간 저도 집에서 살림이란 것을 해봤습니다. 전에는 오늘 저녁은 뭘 해먹나하는 아내의 근심을 이해 못했는데, 삼 일째 되니 오늘 저녁은 뭘 해서 아이들을 먹이나 하는 걱정이 절로 들더군요. 아내, 남편에게 참 소중하고 귀한 존재지요. 좋은 글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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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틀 지나니 까마득 해 지더라니까요. 그래 일주일 중 3일은 라면으로 때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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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죠.. 다른 그 어떤것보다 나와 우리 가족이 우선인 사람..
    '금성인'의 본성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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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ㅋ ㅋ '금성인의 본성'... 역시 적시 적소를 찌르시는 군요. ^^* 무지 소중한 사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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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혼자 사는 제게는 참 꿈같은 말씀이시구만요. 그 행복을 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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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꿈,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는 것을 뵈니 곧 싱글을 벗어 나셔야 할 듯...

    하지만 독하게 공부하셔야 할 때는 싱글이 유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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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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