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2010

Politics

큰 아이가 전공을 바꾸고 싶단다. 대학에 가기 전 부터 작정했던 전공인 비즈니스를 몇 과목 들어보더니 영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럼 뭘 하고 싶은건가 하고 물어보니 Politics란다. 더 자세하게 Foreign Affairs를 집중해서 공부하고 NGO쪽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한단다. 벌써 3학년으로 올라가는 마당에 너무 늦은 결정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내와 난 이미 작정한 아이를 말릴 자신도 없거니와 말려 봤자 이미 아니라고 생각하는 전공을 계속하게 할 수 도 없어 흔쾌히 그러렴 했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지역을 떠나 워낙 권모술수가 판치고 싸움일색인 정치판을 생각하면 벌써 미간이 찌푸려지게 되지만 작게 생각하면 우리네가 사는 일상 그 자체가 작은 Politics의 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그걸 공부해서 자신의 일상에 적용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익을 끼치는 일을 하게 된다면... 하는 바램으로.

좀 너무 나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일상에서의 Politics의 예를 "억지로" 생각해 보자니 가깝게는 작년 이맘때 우리 잔디밭이 개X으로 꽈-악 차서 막내 좋아하는 축구공차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었다. 그래서 길가에 “여기 개 화장실 아니거던요”라는 푯말을 작게 만들어서 잔디밭에 꽂아놨었다. 그랬더니 한 달 만에 감쪽같이 개X이 사라졌다. 불특정다수에 대한 의사표현인 셈인데 반응이 있었던거다.

멀리는 고등학교때의 일. 중학교때 사격장에서 산 덕분에 고등학교 입학해서는 바로 사격부로 뽑혀 들어가게 됐다. 기록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봉황기전국사격대회등 큰 시합이면 참가해서 개인기록을 경신해 갔다. 2학년 중반쯤 된 어느 날, 축구부3학년들이 날 조용히 불러냈다. 교내 반 대항 축구시합을 지켜보다 내가 뛰는 걸 눈여겨 본 모양. 좋은 말로 할 때 축구부로 옮겨오라는 협박을 했다. 아니면 죽도록 맞던가. 그래서 맞는다고 했다. 각목으로 한 50대 맞는데 얼마나 세게 치는 지 맞는 동안 뒷 허벅지 살이 부풀어 오르면서 터져 피가 나왔다. 그리고 사격부 선배들에게는 그 일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 선택은 지금 생각하니 지극히 정치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서 그러마고 하고 축구부로 달랑 옮겨가면 사격부 선배들에게 배신을 때리는 것이라 사격부선배들에게 죽도록 맞게 될 것이었고, 협박당하고 맞은 일을 사격부선배들에게 발설하면 학교에서 제일 험하기로 소문난 사격부와 축구부의 피튀는 싸움이 나게 될 게 뻔한 데 나역시 그 싸움가운데서 몸이 온전히 못할 것은 정한 이치였기 때문. 결국은 배신 안 하기로 한 나의 선택, 그리고 그렇게 맞고도 입을 다물고 있던 내가 “너머나" 맘에 든 축구부 선배들이 좋은 타협을 통해 날 축구부로 끌고 가게 되었다. 덕분에 학교에 피바람 부는 것은 면했고...

하여간 이런 것 생각하면 나에겐 사는 것이 모두 정치의 작은 모형 같은데… 아니면 말고… ㅎㅎ

10 comments:

  1. 파란만장한 유년 시절을 보내셨네요. ^^ 저도 고등학교 시절은 제법 재미있는 일을 했어서 아직도 기억이 남습니다. 그때부터 좋아했던 일을 지금은 직업으로 하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자식에게 너무 시시콜콜한 관섭을 하시는것보단 역시나 생각하시는데로 자식을 믿어 보시는게 가장 현명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즐건 시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늘 대한민국이 승리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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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웃는 남자"님의 이름을 "행복한 남자"로 바꾸시는게 어떤지...^^ 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맞아요. 그냥 아이를 믿고 맏기겠습니다.

    여긴 내일 아침 7시부턴데 지금부터 가슴이 떨려옵니다. 상식적으로는 지는 것이 맞고 무승부라도 감지덕지인데도 승리할 것 같은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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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 속하든 축구를 잘하면 인정받으며 생활할텐데 오히려 몽둥이 찜질이라뇨~ㅋ 때려서라도 데리고 가고싶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한 탓이겠지요.. 그러게 축구부에 들어가지도 않을거면서 왜 그러셨어요~? 대충하셔서 점수좀 잃으시지..ㅋㅋ
    근데, 혹시 아드님도 정치학과 선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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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ㅎ ㅎ 여기 아이들도 운동하는 애들은 선후배 전통이 있는데가 많고 어떤데는 장난이 아닐 정도로 혹독하더군요.

    그나저나 이젠 아르헨전의 후유증을 훌훌 털고 새 기분으로 다음시합을 준비해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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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I was told that there might be a good job opportunity at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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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hat's where my daughter said she wants to look for a position. Thank's for the inp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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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설마 저 강아지 사진은.. 몽둥이 찜질을 받고 허벅지가 부어오른.. 그 모습을 비유한 사진인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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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꼭 그건 아닌데... 그렇게 보이네요.ㅋ ㅋ
    좌우간 중고등학교를 내내 맞으면서 다닌 것 같네요. 고3이 되어 좀 안 맞으려니 했더니 웬놈의 졸업한 선배들이 와서... 흑흑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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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지금의 모습이 그때의 고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어린 제가 감히 상상해 봅니다. 그 어떤 일이든 시간이 지난 뒤에 이렇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말해볼 수 있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닐지요. 십수년 군생활을 접고 공부를 다시 시작한 저로서는 자제분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장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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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참 쉽지 않은 결단을 하셨군요. 십수년 군생활 후 학위를 위한 공부...대단하십니다. 제 딸아이에게 꼭 그리 전하겠습니다. 많이 좋아할 꺼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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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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