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2010

제발 잘 견디고 있어라, Abby

Abby 라는 16살 미국 아이가 있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를 출발해 지구 한 바퀴를 돌아 8월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계획으로 자그만 배(Wild Eyes)를 타고 혼자 세계일주에 나섰었다. 그 아이의 블로그( http://soloround.blogspot.com/ )를 Follow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 초에 며칠 블로그 엔트리가 멈췄었다. 오늘 우연히 CNN뉴스를 보고야 그 이유를 알았다. http://www.cnn.com/2010/US/06/11/missing.teen.sailor/index.html?hpt=T1

심한 강풍과 6-8미터의 높은 파도에 돗대가 손상되고 통신이 두절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긴급구조신호를 띄웠고 현재 위치한 인도양에서 제일 가까운 나라가 2000마일 정도 떨어진 호주인지라(말이 2000마일이지 시속 50마일 정도로 빨리 달리는 배로 꼬박 달려도 이틀 걸리는 뱃길이다) 호주와 미국 그리고 제일 가까이 항해하고 있는 배가 프랑스국적의 어선이기에 프랑스 해서 세 나라가 연계 구조작업을 하고 있단다.

배가 안전하게 만들어져서 뒤집어져도 다시 바로 서게 되어있고 물에 뜨는 옷, 탈 수 있는 부유물, 비상식량등 이 갖추어져 있어 걱정할 건 없다고 하는데 그게 어디 그런가. 자연에서는 각본대로 안 되는게 더 많은지라. 하루만 견디면 프랑스어선이 도착해 호주로 견인해 갈 계획이라고 하니 그 때 까지 잘 견디거라…


지금은 아이의 엄마가 대신 블로그를 업데이트 하고 있는 중. 애가 혼자 망망대해에서 배가 막 뒤집어지는데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니 내가 다 멀미가 나기 시작한다.

수년 전 아버님과 아버님 친구분 몇 분을 모시고 배를 전세내어 대서양쪽으로 참치낚시를 나간 적이 있었다. 시속 80km정도의 속력으로 두시간을 달려서 물빛이 시커먼 깊은 바다에 도착했는데 달릴때는 그저 2-3미터 되던 파고가 낚시를 시작하니 강한 바람이 불기시작하면서 바로 6미터 정도로 바뀌는 거다. 그러니 취소하고 두시간 걸려 돌아오게 되면 기름값만 소비하고 전세비용을 못 받을 것 같은 걱정에 선장이 무리를 해서 결정을 내렸다. 파도가 쳐서 배가 거의 뒤집어질 정도로 기우뚱거리는 가운데 낚시를 강행하는 것. 그 바람에 난 낚싯대가 고정된 의자에 몸을 묶은 채로 우웩 한 번 하고 줄 끝에 걸린 참치를 한 번 당기고 또 우웩 하고 당기고 하는 웃지 못할 황당한 낚시를 했다는… 결국은 한 20여 마리 잡기는 했다. 그 날 같이 출조한 20여 척의 배 중에 제일 많이 잡았고 그 날 잡힌 모든 참치를 통틀어 제일 큰 150파운드 정도의 Big Eye를 잡아서 다른 배의 선장들이 우리 배 선장에게 축하 무전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그 “우웩 우웩”이 몸으로 기억나 이가 다 시어지는 지금. ㅠㅠ 그래서 난 높은 파도가 무서운 걸 조금 아는 편 이다.

7 comments:

  1. 어휴~ 별일없어 다행이지..
    저도 한 10년전쯤 진도에서 배타고 두시간 반쯤 들어가는 '관매도'라는 섬으로 친구들과 휴가를 간적이 있었는데 돌아오는날 기상이 악화되 배가 못떠서 발만 동동.. 우여곡절 끝에 배가 떴는데 내 키보다 훨씬 높은 파도에 배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더라구요. 불안해서 배에 선적된 자동차속에 앉아 꼼짝도 못했었죠.. 그후로 와이프도 저도 섬으로는 휴가를 안간다는..저는 파도가 무서운걸 많이 아는 편입니다.ㅎㄷ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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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omyou74님도 큰일 날 뻔 하셨군요. 저도 그 이후로 매년 11월 말 이면 가던 참치잡이를 딱 끊었습니다. - -;; 땅 밟고 하지 않는 낚시는 절대로 안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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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헉.. 저도 아주 작은 고깃배를 탔었는데, 잔잔한 바다에서 조차 배멀미로 뻗었는데, 그 높은 파도 속에서 참치를 잡으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정말 이 아이가 무사히 여행을 마쳤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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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 친구 얘기를 저도 뉴스에서 봤습니다. 어린 친구가 용기있게 나선 먼 길이었는데 무사히 잘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꼭 돌아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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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aden님,
    그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낸 돈이 아까와서...ㅎㅎ 원래 멀미 안 하겠다고 배꼽에 파스, 귀에 붙이는 멀미방지약, 먹는 멀미약 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파도가 워낙 높으니까 대책이 없더라고요.

    웃는 남자(A laughing man)님,
    프랑스어선에 구조되어 잘 있다고 아이가 직접 올린 포스팅이 있네요. 배는 버린 듯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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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정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고 자신의 이야기와 잘 조화시키시는군요.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금 저도 이곳 타국에서 오토바이를 탑니다. 누가 압니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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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잡스러운 글들에 칭찬을 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근데 저도 한 때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봐서(친구 뒤에 앉아..흑흑) 관심이 있었는데 사고가 나면 꼭 팔꿈치, 어깨 등 길에 미끄러 지면서 마찰로 크게 다치더라고요. 가능하면 어깨/팔굽/무릎은 좀 단단한 걸로 보호를 하시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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