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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2015

또...혼났다...


막내인 아들녀석. 얘는 좀 별나다. 가지고 있는 목표가 얼마나 확고한지 이미 그렇게 된 것 처럼 군다. 그 목표란게 가끔 바뀌어서 그렇긴 하지만...(5년전 쯤엔 해병전투헬기조종사였던걸로 기억. 그 당시 자신의 시력이 기준에 못미친다는 걸 알고는 군법무관으로 목표를 수정. 엄마가 레이저시력교정을 해준다고 하니 뭐 눈에 칼을 대기 싫다나)

녀석이 목표로 하고 준비하고 있던 곳은 해군사관학교와 ROTC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몇개의 대학들. 해군사관학교건 ROTC건 그곳에서 법을 전공하고, 해병대장교로 임관하게 되면 최전선에 나가 소대를 이끄는 지휘관으로 근무하고, 그리고선 군 변호사나 검사가 되고...퇴역후에는 정치권으로 나간다는 계획이란다.

그런데 성적과 함께 서너명으로 부터의 추천서만 가지고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일반대학과 달리 사관학교들은 성적과 추천서만 가지고는 지원할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지명제도(Nomination).

간단한 예로 미국에서 한 정당의 대통령과 부통령후보가 되려면 그냥 하겠다고 나서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당에서 정식으로 추천/지명을 받고 당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후보로 선거에 나설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졸업자가 사관학교를 지원하려면 미부통령, 연방 상하원의원들에게서 지명을 받아야 한다. 각 정치인들이 지명할 수 있는 인원은 한 사람당 5명. 지원자가 3명정도의 자기를 잘 아는 인사에게서 추천서를 받고 자신을 소개하는 에세이를 작성해 첨부한 후 위에 언급한 정치인의 사무실(백악관, 상하원의원 사무실)에 일정한 기한내에 제출하면 그 사무실에서 지명위원회를 개최해 심사하게 된다.

그래서 마감시한이 이르기 전에 빨리 추천서들을 부탁하고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라고 수십번 녀석에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마감날 저녁먹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있었다.



아들: 엄마 아빠, 오늘 마감날이어서 서류를 다 챙겨서 지명위원회 접수처에 5:30에 갔더니 이미 5시에 문을 닫았고 마감이 지났다는 사인이 붙어 있었어...

나: ?!#%&)(*^#%$^&%#$@%^$%@!!!! 아니 내가 뭐라 그랬어? (밥상을 박차고 일어서며 내 방으로 쿵쾅 쿵쾅 소리내며 걸어감)

아들(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빠, 그렇게 화만 내지말고 내 이야기 아직 안끝났으니 이성있는 사람답게 끝까지 좀 들어봐. 제발 아이들처럼 목소리부터 높이지 말고.

아내(양쪽의 눈치를 보며): 그래, 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구요.

아들(아빠 때문에 몹시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그래서 그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마감이 오늘 밤 자정인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봤고, 그 담당자는 여러 정황을 참작해 자신의 집으로 바로 가져오면 받아주겠노라고 해 그 집에 갖다주고 왔어.

나(쪽팔리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그래 내가 이야기를 다 들어보지도 않고 화부터 내서 미안하다...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떤일을 하던지 마감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찌감치 처리하란 말이야. 알았어?!!!  어흠 흠...


우씨...아이앞에서 성질내다가 또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