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방문을 해 보니 대학 졸업반인 큰 딸이 엄마를 정성스럽게 간호하고 있었고 난 휴식을 취하는 환자가 깨지 않게 살짝들어가 가져간 풍선과 인형을 놓고만 나오는데 그 딸이 쫒아 나와 날 잡는다. “들어가 이야기 나누세요.” “글쎄… 엄만 내가 누군지 모르실꺼야. 딱 한 두번 얼굴을 잠깐 봤었고 그런것도 벌써 15년이상 지났는걸?” “미스터 안 아니세요? 엄마가 방금 미스터 안 이라고 그러시던데…” “그래?”

그렇다. 그 분만이 아니고 대부분의 우리는 우리가 잘 사는 줄 알고 있다. 어느 한 순간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면서 그저 잘 사는 것으로 알고 지낸다. 직장이나 사업이 번듯하고 집 좋고 차 좋으면, 남편 아내 아이들 건강하고 공부 잘 하면, 통장 두둑하고, 사 놓은 건물 몇 개 있으면 잘 사는 것으로 안다. 순식간이다…순식간에 뒤집어 진다…그래서 그 분이 필요한 것을…왜냐하면 그 분 만이 뒤집어 진 것을 돌려 놓을 수 있고, 피해갈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분이시기에…거기다가 덤으로 구원과 영생도 거저 주시기에.
봄방학이 끝났는데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엄마 곁에서 먹고 자고 하는 수고를 하고 있는 그 딸을 보니 바로 얼마전 까지 엄마가 병원에 계실 때 그러던 내 생각이 난다. 오늘은 컵라면이라도 몇 개 챙겨다 줘야겠다. 병원식사 정말 형편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