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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는 수영장사진들은 모두 식구들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바람에 여기 올리지 못하고 그저 규모가 비슷해 보이는 불특정 가정의수영장을 여기에 올리니 양해해 주시압 |
물론 수영장에는 철칙이 있었다. 수영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수영장입구는 항상 자물쇠로 잠가야 하고, 아이들이 하나라도 수영을 할 때는 어른이 반드시 같이 있어야 한다는. 정말 철저히 지켰다. 근데…하루는 할머니(어머니)와 같이 수영하던 조카아이가 수영을 마치고 할머니와 함께 나왔다. 할머니가 간식을 만드셔 갖곤 먹일라고 찾는데 아이가 보이질 않는 거다. 그래서 온 집안팎으로 찾아 다녔는데 못 찾으시겠더라고. 근데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잠겨진 수영장을 열고 들어가 보니 녀석이 수면과 바닥의 중간쯤 물속에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둥둥 떠 있었다. 그래 아이를 건져내어 심폐소생술을 쓰셨더니(우리 어머니 신식할머니셔서 그런것도 할 줄 아신다. 처녀때 한전배구선수셨는데 아마 그때 배우신 것 같음.) 이내 아이가 물을 토하고 숨을 쉬기 시작. 아이가 뭘 가지러 수영장으로 돌아갔는데 그게 물 위에 떠 있어 손으로 건지려고 하다가 빠졌다고 나중에 이야기하더란다. 지금은 다 큰 처녀가 되어 자기 밥벌이하며 잘 있고…ㅋ
그것 뿐 아니다. 한 번은 교회의 젊은 부부들을 초대해 한 아이의 생일파티를 풀에서 하던 중 이었다. 아이들도 많았지만 어른들도 한 열 댓명(길이가 12미터, 깊은쪽 수심은 3미터 정도였고 물은 25,000 갤런이었으니까 20-30명이 들어가도 충분했음)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상황이 발생해 역시 심폐소생으로 아이가 살았었다. 이번에는 어른이 너무 많아서 일어난 사고. 서로 지켜보겠지 하고 있었던거다.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 없었고. 그 때 일 났으면 여러사람 시험들 뻔 했다.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수영장이 맨날 혼자 그렇게 유지되고 돌아가는 게 아니고 정성과 수고가 들어가야 한다. 주로 쓰는 약품에 Chlorine과 Baquacil이란 약이 있는데 후자는 클로린처럼 눈을 따갑게 하지 않아 좋긴 한테 엄청 비싸서 한 여름 써 보고는 다시 클로린으로 돌아갔다. 그래 싼 클로린이라도 그것을 비롯한 열댓가지의 약품을 사는 비용이 한 여름에 $1500-$1800정도 였다. 지금은 조금 더 올랐겠지만. 그리고 집에 수영장있다고 여름에 어디 안 놀러가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텐데… 안 그렇다. 바다로 놀러가는 건 또 다른거라고 아이들이 생각하는데 문제가…흑
<그 집 아빠는 '죽었어’ 다>
이틀에 한 번은 배큠으로 바닥청소를 해줘야 하고 수영장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충 한 번에 30-40분은 걸린다. 그것도 배큠을 쓱 하면 되는게 아니고 펌프로 가서 펌프방향을 바꿔주어야 하고 배큠호스니 배큠헤드를 연결하고 호스안에 있는 공기를 완전히 빼줘야 하고…청소가 끝나면 다시 펌프방향을 바꾸고 호스와 헤드를 끄집어내고…이것 뿐만이 아니다. 역시 며칠에 한 번 수영장물을 테스트해서 pH발란스가 맞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좀 높거나 낮으면 산이나 알칼리를 물에 풀어 pH를 맞춰줘야 한다. 여름이 끝나면 각종 준비를 해서 커버를 덮는 등 마무리를 해야 하고, 여름이 시작되면 커버를 벗기고 시퍼렇게 이끼로 가득찬 수영장을 청소해야하고 가끔 쥐나 고양이 빠져죽은 것 건져내는 것도 아빠의 몫.
<집은 공중목욕탕으로 변한다>
한 여름 내내 친구들, 교인들, 동네아이들 로 집안이 꼭 무슨 공중목욕탕같이 변해 버린다. 모두들 물을 뚝뚝 흘리며 화장실로 가는 바람에, 마루바닥 흥건한 물에 미끈덕하고 넘어져 뇌진탕으로 우리아이건 놈의 아이건 잡을 뻔한 적도 여러 번.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수영장에서나 집 안 에서 손님중에 누가 이렇게 죽거나 다쳐서 소송이라도 건다면 법적으로 수영장있는 집 주인이 옴팡 쓰게 되어 있더라는 것.
좋은 점도 있다. 더우면 바리바리 챙겨 갖고 수영장을 간다, 계곡을 간다 뭐 그런 것 없이 훌떡벗고 풍덩 들어가면 그만이고 아이들이 물에 친숙하게 되는 것 정도랄까? 덕분에 우리아이들과 조카들은 물에 던져 넣으면 모두 적어도5분에서 10분은 살아 남을 수 있는 수영은 한다. 그런데 그런 몇 가지에 비해 안좋은 점이 너무 많은거다. 솔직히 말해 아내와 난 그 집에서 도망나오듯 뒤도 안돌아보고 이사를 나왔다. 순전히 그 수영장에 얽힌 그런 나쁜기억때문에...그래 누가 "우린 수영장딸린 집 보고 있는 중이예요!"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볼라치면 우리 내외는 씩웃으며 속으로 "Rookies, 이거 말을 해줘, 말어?"하게 된다.
자… 아직도 여유 좀 있으시다고…수영장생각이 간절하십니까? ㅋ ㅋ ㅋ
아, 집에 상주하는 정원사 외에 수영장관리사까지 두시겠다면야 제가 말리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