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Unplugged.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Unplugged. Show all posts

2/19/2016

우리가 그토록 믿고 의지하는 것들

어제 내가 관리해야 하는 학교중 한 학교에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메인 네트웤라인이 다운되는 바람에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며 느꼈던 것.

지난 주말에 그 지역에서 천둥번개가 치면서 정전이 되었었고 그로 인해 Verizon전화회사에서 공급해주는 광섬유 접속기기에 이상이 생겨 인터넷이 먹통이 되었던 것. 전기는 복구가 되어 교실에 그럭저럭 불은 들어오지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기에 선생들은 평소처럼 자신들의 노트북을 사용해 유툽등 온라인자료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칠판과 손, 그리고 입을 사용해야 했던 것.

불편했던 건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중앙관리소에서 인터넷을 통해 관리하는 냉난방장치와 냉온수조절장치 그리고 전화가 그 예. 인터넷이 복구될때 까지 이 추운 겨울에 학생들과 직원들은 난방이 안되는 상태로 지내야 했고, 화장실 변기에서는 김이 펄펄나는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냉온수 조절도 역시 먹통이 되니)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곤 엉덩이를 데이는 사람은 없었는지 궁금할 정도.

현대화니 뭐니 해서 앞서간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하루.

8/09/2010

구글중독

하루에 한 번도 구글을 사용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있을까 싶다.

어디가 조금 아파도 그 증세가 무슨 질환인지 알고 싶어 두드리면 온갖 질환과 관련 증세, 그 치료법까지 나오니 뜨는 자료들을 한 30분만 읽으면 현장경험만 없지 반 의사가 되어버린다. 얼마전 막내의 엄지발톱이 살을 파고들며 자라서 구글해 보니 자세한 치료법(수술해서 발톱의 양쪽을 잘라내야 한다는)과 동영상구글을 쳐 보니 실제 수술하는 동영상이 뜬다. 그래서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는데 미리 본 게 있어서 의사가 그 수술을 처음 해보는 건 줄 딱 알겠다. 잘 못하더라는... 의사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이런 돌팔이”했다. 이걸 구글의 폐해라 해야 할 지…너무 알아서 탈이다. 요즘 의사들 “못해 먹겠다”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GPS 없는 나같은 미개인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의 집을 주소넣고 지도뽑아 출발하는게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고, 뭘 만들어 먹고싶으면 역시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걸로 사진을 곁들인 설명과 함께 동영상으로 만드는 전 과정을 볼 수 있고, 가사가 기억 안나는 노래의 곡조가 입 안에서 맴돌고 있으면 그저 생각나는 한 두 단어만 치면 가사가1절부터 3절까지 좍, 식구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면 역시 구글로 개봉관과 시간을 미리 알아보는 동시에 표까지 미리 구입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얼마 전 어떤 필요에 의해 한 사람을 찾는 중이었는데 이름석자로 구글을 통해 60여 년간 생사를 모르던 인물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정확히 찾았던 적도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리포트나 에세이 쓸 때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사는 것 보다는 역시 구글에 손이 먼저 가는 것 같고…내가 아무리 내가 구글을 쓰는 이유를 더 생각해 내어 여기에 죄 적는다 해도 아마 사람들이 구글을 이용하는 전체 이유의 0.001퍼센트도 안되는 예 일 것이다. 그저 거의 모든 걸 해결 할 수 있는 ‘정보’도깨비방망이.

(아, 내가 무슨 구글로 부터 선전비를 받는 것도 아니니…) 꼭 구글뿐 만이 아니라 야후, 빙 과 같은 서치엔진도 탄탄하고 훌륭한 것 같다. 각기 특색이 있고 나름대로의 강한 면들이 있다. 하려고 하는 얘기는 이 모든 것들이 편리하고 유익은 한데 너무 그것들에 의존적으로 우리가 변해가는 듯 해서다. 전화에 수백개의 전화번호가 들어있고 텍스팅을 매 15초 마다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서 전화를 빼앗아 보거나 전화가 고장나기라도 해봐라. 아이들이 손을 다 떨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겐 죽음과 마찬가지. 직장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의 경우 역시 모든 연락처와 일체의 중요한 스케쥴을 적은 칼렌다가 들어있다. 그걸 잃어 버린 사람을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사람이 완전히 혼이 나갔었다. 그걸 자기 컴퓨터와 연동해서 모든 데이터의 백업을 가지고 있는 중 컴퓨터가 전화와 동시에 크래쉬가 나는 경우엔 사람이 한 두 달 완전히 폐인이 되더라는…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약속과 할 일 들을 적어넣곤 하는 종이로 된 메모패드가 더 확실해 보이고 마음이 간다. 몇 년 전 이곳에 큰 눈이 내리는 바람에 전기가 완전히 끊어진 채로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다. 온 가족이 벽난로 앞에 이불, 베게, 담요를 다 끌고와 둘러 앉아 벽난로 불을 온기 삼아서 낄낄대며 놀다가 무서운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지냈는데 그 때 아내와 한 이야기가 있다. “컴퓨터, 전화(핸드폰조차도 충전이 안되니), 티비 없이 지내는 게 이렇게 좋은 걸 여태 몰랐네? 우리 가끔 이렇게 ‘Unplugged’로 지내볼까?”

구글중독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은 했는데 가다 보니까 Unplugged로 빠져 버렸다…하지만 평소에 이런 유용한 테크놀러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불편하게 사는 연습도 좀 해 둬야 지난 2003년 8월에 미동부와 캐나다에 걸쳐 발생했던 대정전 같이 온 세상이 언제 복구된다는 기약없이 깜깜해지고 마비되는 때에 좀 덜 놀라지 않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