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2010

구글중독

하루에 한 번도 구글을 사용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있을까 싶다.

어디가 조금 아파도 그 증세가 무슨 질환인지 알고 싶어 두드리면 온갖 질환과 관련 증세, 그 치료법까지 나오니 뜨는 자료들을 한 30분만 읽으면 현장경험만 없지 반 의사가 되어버린다. 얼마전 막내의 엄지발톱이 살을 파고들며 자라서 구글해 보니 자세한 치료법(수술해서 발톱의 양쪽을 잘라내야 한다는)과 동영상구글을 쳐 보니 실제 수술하는 동영상이 뜬다. 그래서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는데 미리 본 게 있어서 의사가 그 수술을 처음 해보는 건 줄 딱 알겠다. 잘 못하더라는... 의사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이런 돌팔이”했다. 이걸 구글의 폐해라 해야 할 지…너무 알아서 탈이다. 요즘 의사들 “못해 먹겠다”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GPS 없는 나같은 미개인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의 집을 주소넣고 지도뽑아 출발하는게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고, 뭘 만들어 먹고싶으면 역시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걸로 사진을 곁들인 설명과 함께 동영상으로 만드는 전 과정을 볼 수 있고, 가사가 기억 안나는 노래의 곡조가 입 안에서 맴돌고 있으면 그저 생각나는 한 두 단어만 치면 가사가1절부터 3절까지 좍, 식구들이 영화를 보러 가자면 역시 구글로 개봉관과 시간을 미리 알아보는 동시에 표까지 미리 구입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얼마 전 어떤 필요에 의해 한 사람을 찾는 중이었는데 이름석자로 구글을 통해 60여 년간 생사를 모르던 인물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정확히 찾았던 적도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리포트나 에세이 쓸 때 자료를 모으기 위해서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사는 것 보다는 역시 구글에 손이 먼저 가는 것 같고…내가 아무리 내가 구글을 쓰는 이유를 더 생각해 내어 여기에 죄 적는다 해도 아마 사람들이 구글을 이용하는 전체 이유의 0.001퍼센트도 안되는 예 일 것이다. 그저 거의 모든 걸 해결 할 수 있는 ‘정보’도깨비방망이.

(아, 내가 무슨 구글로 부터 선전비를 받는 것도 아니니…) 꼭 구글뿐 만이 아니라 야후, 빙 과 같은 서치엔진도 탄탄하고 훌륭한 것 같다. 각기 특색이 있고 나름대로의 강한 면들이 있다. 하려고 하는 얘기는 이 모든 것들이 편리하고 유익은 한데 너무 그것들에 의존적으로 우리가 변해가는 듯 해서다. 전화에 수백개의 전화번호가 들어있고 텍스팅을 매 15초 마다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서 전화를 빼앗아 보거나 전화가 고장나기라도 해봐라. 아이들이 손을 다 떨기 시작한다. 아이들에겐 죽음과 마찬가지. 직장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의 경우 역시 모든 연락처와 일체의 중요한 스케쥴을 적은 칼렌다가 들어있다. 그걸 잃어 버린 사람을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사람이 완전히 혼이 나갔었다. 그걸 자기 컴퓨터와 연동해서 모든 데이터의 백업을 가지고 있는 중 컴퓨터가 전화와 동시에 크래쉬가 나는 경우엔 사람이 한 두 달 완전히 폐인이 되더라는…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약속과 할 일 들을 적어넣곤 하는 종이로 된 메모패드가 더 확실해 보이고 마음이 간다. 몇 년 전 이곳에 큰 눈이 내리는 바람에 전기가 완전히 끊어진 채로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다. 온 가족이 벽난로 앞에 이불, 베게, 담요를 다 끌고와 둘러 앉아 벽난로 불을 온기 삼아서 낄낄대며 놀다가 무서운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지냈는데 그 때 아내와 한 이야기가 있다. “컴퓨터, 전화(핸드폰조차도 충전이 안되니), 티비 없이 지내는 게 이렇게 좋은 걸 여태 몰랐네? 우리 가끔 이렇게 ‘Unplugged’로 지내볼까?”

구글중독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은 했는데 가다 보니까 Unplugged로 빠져 버렸다…하지만 평소에 이런 유용한 테크놀러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불편하게 사는 연습도 좀 해 둬야 지난 2003년 8월에 미동부와 캐나다에 걸쳐 발생했던 대정전 같이 온 세상이 언제 복구된다는 기약없이 깜깜해지고 마비되는 때에 좀 덜 놀라지 않겠나 싶다.

12 comments:

  1. 한국에서는 구굴보다는 아마도 네이버의 사용이 많을 듯 합니다. 특히, 네이버의 지식 써비스는 유용한 것도 많고, 재미난 것도 많지요...

    근데, 저는 구굴에 심각히 중독된것 같아요...Oldman님의 글에 말이에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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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연락처부터 간단한 메모까지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니 편하긴 한데.. 간혹, 간단한 전화번호조차 기억이 안나 폰을 검색하고 있는 저를 볼때면 뇌 어느 한부분이 퇴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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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에 비하면 뭐 별로 그러시네요.
    전공자랍시고 검색엔진은 종류별로 다 쓰고 있고,
    아이폰에 넥서스원까지 스마트폰 다 쓰고,
    일정, 연락처, 메모, 연구까지 웹으로 통합되어 있지요.
    가끔씩 도망가고 싶어 바이크타고 멀리 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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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Kris님,
    정말 그렇더군요. 한국에서 오셔서 몇 년 지난 분들도 구글쓰시는 분은 거의 없고 아직도 네이버를 줄창 쓰시더라구요.

    앞으로도 일부러 전기를 다 뽑고 지낼일은 없겠지만 어쩔수 없이 전기를 쓰지 못하며 지냈던 그 겨울밤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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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tomyou74님,
    암산을 통 하지 않고 계산기로만 계산을 하며 지내다가 16 x 100 을 계산하겠다고 무심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같은 심정이겠군요. ㅋ ㅋ 맞아요, '퇴화'라는 단어가 적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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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W Yoon(尹聖雄)님,
    ㅎ ㅎ 고수앞에서 주름잡고 있었군요. 도망갈 만 하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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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저도 구글만 사용합니다. 마땅한 검색결과가 없으며 다음을 쓰고, 그러다 네이버를 사용합니다. 미투데이를 하다보니 네이버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가능하면 네이버는 사용하지 않을려고 하고요. 구글만 사용합니다. ^^

    구글이 보유한 쿠키의 보유기간도 줄어들었다곤 하지만 길긴 길더라구요. 그래도 구글을 사용합니다. ^^

    언제부터 구글을 사용했는지 기억은 없지만 오래전에 위의 쿠기 얘기를 듣고 구글이 궁금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사용하네요.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구글를 펼쳐놓고, 검색도 하고 뉴스도 읽고, 블로그 글도 읽는 답니다. 캘린더에 지나간 일정을 업데이트하고 주소록을 수정하곤 합니다. 정말 저는 구글 중독이 심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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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zizukabi님,
    그만큼 열광하는 사용자가 많으니 구글이 더 개발하고, 발전하고, 그래서 사용자는 더욱 더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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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이거 심각해요.....동감 만번. 전 요즘 눈뜨면 오늘은 되도록이면 인터넷 공간을 떠돌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이메일을 여는 순간에 이 결심은 깨져요. 진짜 필요악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아 그건 그렇고, oldman님 도움 감사드립니다. 역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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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그래도 밭을 돌보시느라 컴퓨터앞에 앉아계시는 시간이 적으실테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 이젠 링크거시는게 잘 되는 모양이지요?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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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Google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깔끔하고 엄청난 정보의 보유하는 Google...심지어 spelling을 찾아보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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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완전히 마비될 정도지요. 심지어 제가 일을 하다가 막히는 것도 구글로 찾으면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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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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