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Boxing.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Boxing. Show all posts

2/28/2013

Boxing training 8

아들녀석의 기량이 요즘 부쩍 향상되면서 나름 고민이 생긴 것 같다.

권투에 좀 더 집중해 늘고 있을때 바짝 실력을 키우고 싶은데, 이제 고등학교 10학년인 녀석의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배울것과 과제가 많아지니 그런 듯. 특히 성적이 괜찮은 학생들에게 이수할 기회가 주어지는 AP 과목(대학학점을 고등학교때 따 놓아 대학을 조금 빨리 마칠 수 있게하는)이 여러개라 권투와 학업 두개를 다 만족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서서히 드는 모양. 어른이건 아이건 선택과 집중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생각.

얼마전 이웃도시에서 어느 코치가 학생을 하나 데리고 와 막내와 스파링을 했는데 유튜브에 올려 그 학생과 막내 둘 다 보고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얀글러브가 막내고 백인아이는 막내보다 무거운 체급이었는데 같은 체급의 훈련생이 우리팀엔 없어 그냥 막내가 땜빵으로 대전. 근데 그 상대아이의 코피가 두 번이나 터져서 결국은 정지시키고 말았음.

녀석 늘 제 코피만 쏟다가 처음 놈의 피를 흘리게 하더니 감회가 새로운 모양. 집에 오는 길에 묻는다.

"아빠, 오늘 스파링 확실하게 찍었어?"

10/07/2012

Boxing and more...

하나.

아들이 속한 복싱팀이 지역 주간지에 특집으로 나간 여파가 크다. 여름 내내 냉방이 없이 지냈는데 다 늦게 갑자기 여기 저기서 냉방된 찬 바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이제는 추울지경이고, 경찰체육관으로 쓰던 건물을 시에서 내어줘서 이제 며칠 후면 입주할 예정. 아이들이 모두 기뻐하는데 그 중 우리 막내가 제일 좋아하는 듯. 마치 그 곳으로 옮기게 되면 실력이 갑자기 향상이라도 될 듯이... ㅎ ㅎ


두울.

아이들이 2주 전 이곳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팀의 도장으로 가서 스파링을 했다. 금년에 있었던 올림픽에 미국올림픽팀 복싱코치로 참가했던 코치가(흑인 할머니. 그 도장 아이들의 수준이 전부 올림픽선수 수준이다) 운영하는 도장인데 아들녀석이 몹시도 가기 싫어 했다. 이유는 초보인 자신이 얻어 터질 것이 뻔한데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터지고 올 필요가 있겠냐는 거다.

억지로 보냈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네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라. 안가도 좋다. 단 그렇게 다양하고 실력있는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는 건 좀 얻어 맞아도 네겐 귀한 경험이 될 거다 라고 충고를 했는데 스스로 간다고 하길래 보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녀석의 얼굴을 보니 콧등이 벌겋게 벗겨져 있는 등 많이 맞은 흔적이 보였고 말이 없다. "그래 좋은 경험이 됐니?" 했더니 툭 던지듯 돌아오는 딱 두마디 대답. "아빠 말대로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 이제 만족해?". 쿵쾅대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녀석의 표정에 원망이 많이 뭍어 나왔다.

화가 잔뜩난 녀석에게 뭐라고 받아 치기도 싫었고 설명해 줘도 듣지 않을 것 이기에 그냥 아무말 않고 지나갔지만 미안한 마음.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맨날 똑같은 아이들과 매일 똑같은 수준으로 톡톡 치고 받는 걸 벗어나지 못하는 걸 어쩌랴... 어떤 새 종류는 다 자란 새끼들이 날 수 있을 정도로 날개에 힘이 붙게 되면 높은 둥지에서 밀쳐내 강제로 날게 한다는데 그런 어미 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세엣.

지난 주일 저녁에 구역예배를 드리면서 느낀 점. 모두들 한결 같이 이런 저런 모습의 힘든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눴고 observer로 참석하셨다가 구역교사인 나를 대신해 말씀을 전해 주신 목사님은 오직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이겨내는 것 만이 우리의 갈 길 이라는 답을 제시해 주셨다. 

그게 믿는 사람들의 정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젊은 부부들은 정답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토로했다. 그런 정답이야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힘든 순간 순간들은 계속 우리에게 찾아오고 그 아픔들은 고스란히 겪어 내야 하지 않느냐 라는 것. 목사님은 적잖이 당황해 하셨고, 나로서는 목사님께서 그런 원리원칙만을 강조하시는 것 보다는 그 어려움과 안타까움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 주고, 위로해 주는 쪽으로 리드를 하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8/24/2012

Sponsors stepping forward

막내가 속해 있는 복싱팀은 불우한 동네아이들을 모아 무상으로 가르치는 곳 이기에 늘 가난하다.

그나마 시청에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코치에게 주기에 명맥이 유지되고 있고, 그것 마저 예산에서 짤리지 않을까, 그래서 팀이 없어지지 않을까 늘 마음을 조리는 중. 복싱글러브등 장비가 필요할 때는 코치가 시청을 찾아가 사정을 해 푼돈을 쥐어 주면 겨우 몇 개 사오는 형편.

이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외의 후원자들을 확보해야 하기에 그런 쪽으론 쑥맥인 코치를 위해 계속 시도해 온 것은 지역 매스컴의 도움을 얻는 것. 두어달 전 4군데의 지역 티비채널과 3군데 신문사에 연락해 열악한 중에도 열심히 훈련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아이들이 나쁜쪽으로 빠지지 않도록 애쓰는 도장이 있으니 함 나와서 취재를 하면 어떻겠냐고 했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그러다 얼마전 일주일마다 발간해 리치몬드 전 지역에 무료배부되는 Style Weekly라는 잡지사 편집장에게 같은 내용으로 이메일을 보냈더니 연락이 왔고, 기자와 사진사가 성실하게 취재를 해간 다음 드디어 잡지가 나왔다. 그것도 표지기사로.

http://www.styleweekly.com/richmond/fighting-chance/Content?oid=1747531

결과: 코치의 전화통에 불이 난다고 했다. 잡지의 기사내용을 본 티비채널(그 쌀쌀맞던)에서도 취재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시청에서도 필요한 게 뭔지 이야기만 하라고 했단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에서도 스폰서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하고. 코치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다. 쉬지말고 계속 외부에 알려 훈련생들도 더 많아지고 스폰서도 더 확보해 나가야 겠다는 생각.

이번 주말 조지아주 아틀란타에서 있을 시합에 막내는 아직 준비부족으로 참가하지 못해 아쉽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하는 바램.

7/12/2012

Baby sitting

오늘은 복싱체육관에 새 식구가 방문온 날.

우리 아들 오른쪽이 케빈
얼마전 득남한 18살짜리 아빠 케빈이 집에 애 볼 사람이 없었는지 아기를 가슴팍에 메고 왔다. 운동하러 온 녀석이 아기를 안고만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달라고 하고 운동을 시작하게 함.

한줌 밖에 안되는 아기를 안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 갓난아기 적 생각이 들어 좋기도 했고, 앞으로 곧 생기게 될 지도 모를 장래 우리 손주들 봐주는 연습도 겸했다.

냉방도 안되는 그 찌는 체육관에서 가슴에 따끈 따끈한 아이를 두시간 안고 있으려니 나보다도 아이가 짜증이 많이 나는 모양. 자꾸 몸을 뒤채며 싫다 도리질을 한다. 하지만 어쩌랴 아빠가 연습시간을 채워야 하니...

6/23/2012

Boxing training 7

이제 아이들이 방학으로 들어섰기에 그런지 권투훈련의 강도가 조금씩 높아져가고 있다.

아마 8월 초 미주리주의 캔사스시티에서 있을 예정인 전국대회를 염두에 두고 체력과 기술을 서서히 올려 가려는 코치의 의도 일 것. 한달 전 쯤 아들녀석에게 물었을 땐...

"너 8월 시합에 출전해 볼래?"
"아빠, 미쳤어?"

했는데 며칠 전 물어보니...

"생각 좀 해 봤어? 캔사스시티에서 함 싸워볼래?"
"Hmm...maybe."

로 바뀌었다. 조금씩 자신이 붙는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엄마가 질색을 하고 "너, 자꾸 피흘리고  코 뿌러지는데 싸우려고 하니? 하지 마!"라고 한 마디만  더 해 주면 녀석이 반발심이 생겨(예의 사춘기 청개구리 법칙) 당장 참가하겠다고 펄펄 뛸텐데...ㅎ ㅎ ㅎ

이렇게 전국시합에 참여해 봤으면 하는 내 욕심은 지난 나의 경험에서 나온다. 격투기는 아니었지만 전국규모의 사격대회와 육상대회에 참가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보고 교감을 나누면서 세상이 크다는 걸 배웠었고 사람이 크는 걸 느꼈었기에...시합에 나가 잘하고 못하는 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같이 권투를 하는 다른 아이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다들 어떻게 그렇게 살아왔나 싶을 정도로 험하게들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나쁜데 빠지지 않고 잘 크고들 있다.

엘비: 아빠가 13살 때 27살 엄마를 만나 임신을 시키고는 바로 형무소로 들어가 아직까지 형을 살고 있고, 엄마는 엘비를 낳자마자 바로 할머니에게 줘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기 때문에 엄마 아빠 얼굴을 본 적이 없단다. 아직 할머니께서 키우고 계시고 며칠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8살. 하루빨리 프로로 전향해 돈을 벌어 할머니를 잘 모시고 싶은 소망이 있는 아이. 처음 권투를 배우러 왔을 땐 몸무게가 350파운드(160킬로 정도)여서 것는 것 조차 힘들었는데 꾸준히 권투훈련을 하고 땀을 흘려 지금은 175파운드(80킬로)로 잘 균형잡힌 몸집이다. 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을 통해 자동차정비를 배웠는데 이번에 졸업하면서 정비학교 선생이 어느 정비소에 이 아이가 엄청 성실하고 똑똑하다 이야길 해서 정비소사장이 인터뷰도 없이 바로 채용하겠다 했단다. 그래서 모두가 기뻐하고 있는 중. 돈을 벌어 대학도 가고 싶어하는 착하디 착한 순둥이.

케빈: 18살. 어렸을때 부터 지금의 코치로 부터 차근차근 배워 우리 도장에선 제일 잘 하는 친구. 이 아이 역시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최근에 여자친구가 아들을 낳았다. 고등학교를 여러 번 포기하려 하는 걸 코치가 그러면 안된다고 말려 마침내 이번에 졸업. 제일 잘 해서 국가대표감이고 지금 당장 프로로 나서도 연봉 십만불은  받을 수 있는 아이. 아빠가 도망가고 양부밑에서 컸는데 얼마나 맞고(주로 가죽혁대로) 미움을 받고 자랐는지 자기의 아이는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게 소원이란다.

지구촌의 이 외딴 구석에서도 아름다운 도전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지금 쓰여지고 있다.

5/30/2012

Boxing training 6

막내가 벌써 복싱 4달차에 들어간다.

좀 허접하긴 하지만 꾸준히 녹화해 오던 비디오를 편집해 막내가 속한 권투팀을 홍보하는 비디오를 만들어봤다. 이걸 DVD에 담아 자녀가 팀에 합류해 훈련하길 원하는데 부모님들이 팀을 좀 알고 싶다 하면 하나씩 건네 주기 위함. 유툽에도 HD로 올려놨는데 누가 와서 볼지는 미지수.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 도장이 무료긴 해도 발생하는 비용을 시에서 어느 정도 감당해 주면서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고, 훈련생이 줄거나 없게 되면 당연 그 지원이 자동으로 끊기기에 그런 것. 계속 동네 학생과 부모들에게 홍보를 해 훈련생을 모집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냥 누가 우연히 코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해 오면 설명해 주곤 하는 수준이었지 이런 팀소개 DVD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본 적이 없기에 시도해 보려고 하는 것.


4/19/2012

Boxing training 5

지난 한 달 동안 주말이면 막내가 속한 팀이 참가하게 된 각종 시합이 있어 막내와 함께 참관하러 가보곤 했다.

코치가 잘 가르치고 열심히들 연습을 해서 그런지 성적이 놀랍도록 좋다. 많은 팀이 엄청 많은 선수들을 데리고 나와 떠들썩 했지만 막내가 속한 팀은 정작 몇 안되는 아이들이 나가 노른자는 다 차지했다고 해야되나... 소수 정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엘리자베스씨티에서 열렸던 Golden Glove대회에서는 단촐하게 6명만 참가했는데 참가한 6명 모두 결승에 올랐고 그 중 하나가 금메달, 나머지는 은메달을 차지해 대회장의 화제가 되었었는데 그 대회 다른 참가팀들이 권투에서 전통적으로 최강이라는 미해병대, 해군, 육군, 그리고 큰 일반 클럽팀들이어서 더 그랬다. 짐작하다 시피 군에 속한 선수들은 월급받고 하루종일 권투만 하는 친구들이다.

source:
http://boxing-weight-classes.com/
/usa-boxing-weight-classes.html
한편 막내와 주로 스파링을 하는 우리팀의 얼굴격인 친구(이후 리치몬드 촌놈으로 부른다)는 지난 주 메릴랜드에서 있었던 시합에서 전미국챔피언이자 차기 올림픽 선수와 붙었는데 좀 치사하고 황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리치몬드라는 촌동네에서 이름도 없는 선수가 올라와 시합하는 것이기에 그냥 대충 밟아주면 될 줄 알았는데 웬걸, 1라운드부터 리치몬드 촌놈이 챔피언을 신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던 것. 2라운드 들어서는 점점 더 심각한 상황이 되니 챔피언측, 대회주최측, 심판이 후다닥 머리를 짜내서 3라운드에서는 리치몬드촌놈의 레프트훅이 규정에 어긋나는 펀치였다고 실격을 선언해 버렸다.

시합의 성격이 전미국 챔피언전이나 올림픽국가대표선발전 결승이 아니고 지역에 보여주는 정도로 끝나는 exhibition성격의 비정규 시합이라서 굳이 챔피언 쪽팔리게 할 일 없고 챔피언을 보호하고자 하는 눈에 뻔히 보이는 결정이었다. 뭐, 국가적인 배려였다고 해야 하나...대신 리치몬드촌놈을 그 체급에서 아마추어복싱협회 미전국 2위로 이름을 올려주고 올림픽팀을 구성할 때 포함시키는 걸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해 줬다.

일은 대충 그렇게 마무리 되었는데 리치몬드 촌놈과 같이 메릴랜드로 올라갔던 코치 두 사람의 의견이 서로 달라 다툼이 생겼다. main 코치는 이 시합이 목숨걸고 시비를 따질만한 official한 시합이 아니었고 전국의 프로모터들과 아마추어연맹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리치몬드촌놈의 존재를 이제사 알리게 되었으니 그걸로 소정의 목적 이상을 이루었다는 거고, assistant 코치는 대회주최측에서 경기규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모르고 던진 펀치였으니 선수를 링에 올린 main 코치가 책임지고 주최측 실수였음을 밝히고 따져서 부당판정 내지는 무효판정을 이끌어 냈어야 했다고 하는 거였다.

글쎄...둘 다 크게 틀린 것 같지는 않은데 옳고 그른 걸 따지자면 후자가 맞지만서도 그렇게 따져서 무효판정을 받아내는 싸움판까지 갔다면 전국2위로 올려주는 호의를 받아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사람사는 데는 어디든 politics가 있는 듯.

8월쯤에는 막내도 시합에 참가하게 한다고 하는데 좀 열심히 연습해야 하겠지...

2/22/2012

Boxing training 4

막내가 복싱을 시작한 지 한달이 되어간다.

가끔은 몸이 여기저기 많이 아프고 쑤시니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고 사정을 하곤 하는데 그것도 극기훈련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매정하게 No라고 대답한다. 나중에 그런 일이 있었노라고 아내에게 이야기 하니 약간 싸~한 무표정으로 듣고는 노코멘트.

아내의 듣는 그 태도와 표정을 '번역'하면 이뻐 죽겠는 아들에게 혹독하게 그러는 아빠가 맘에 안드는 거 되겠다. ^^

근데 오늘 드디어 일이 '터졌다'. 글자 그대로 스파링을 하던 녀석의 코피가 '터졌다'. 코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권투를 하다보면 코피가 터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 대충 지혈을 하고 다시 스파링을 계속하게 했는데 문제는 오늘 따라 하얀 셔츠를 입고 갔다는 것...

마누라가 피로 얼룩진 옷을 보면 뭐라고 할까 걱정하면서 집으로 들어가는데 녀석도 엄마가 보고선 너 복싱 그만두라고 할까봐선지 냉큼 목욕탕으로 뛰어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를 한다. 아무래도 엄마가 빨래를 세탁기에 넣을 때 못보도록 내가 옷을 찾아서 피묻은 쪽을 안으로 들어가게 둘둘 말아놔야 할까부다.

내 체력에도 일부 진전이 있는 걸 느낀다. 두 시간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와 처음 운동을 같이 시작했을 땐 줄넘기를 20개만 해도 완전 방전이 되어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저질체력이더니, 이젠 한 번에 150개를 3세트 가뿐하게 하게 되었고 발전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처음보다 몇 개씩은 더 하게 되었으니 이젠 중저급체력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봐야하나... 이젠 언감생심 식스팩에 대한 욕심이 스물스물... ㅋ ㅋ 아직 배불뚝이인 주제에.

2/10/2012

Boxing training 3

오늘은 결국 진통제를 세 알 먹고서야 권투연습을 다녀왔다.

손가락 끝하고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게 지금 내 몸뚱아리에 딱 맞는 표현일 듯. 코치가 뭉기적대는 내 동작을 쓱 한 번 보더니 어떻게 알아챘는지 묻는다.

"왜, 생전 안쓰던 근육들을 갑자기 사용하니 많이 욱씬거려?"
"쫌 그런데?"
"그럼 오늘 집에 가서 뜨거운 물을 욕조에 받아 Epsom salt를 풀고는 거기에 한참 몸을 담가봐."

끙끙소리를 내면서 욕조로 들어갔는데 나올때는 정말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왜 이런걸 몰랐을까? 참.

아들이 얼떨결에 처음 스파링을 한 역사적인 날 이기도 한데, 코치가 복싱글러브를 끼우고 헤드기어를 씌우더니 덥썩 링 안으로 넣어버렸다. ㅎ ㅎ 그러더니 프로 데뷔도 하고 수입도 제법 있는 게중 제일 잘 하는 친구를 투입해 스파링을 하게 함.



그 친구는 아들녀석이 펀치날리는 연습을 하도록 웬만하면 맞고 있다가 아들녀석의 옆구리가 열려 헛점이 노출되기만 하면 바로 전광석화같은 주먹을 날려 찌르는데 얼마나 노련한지 충격을 주지 않고 살짝 건드리기만 한다.

비디오를 보면 아들녀석은 지금껏 배운게 그것 밖에 없으니 잽과 원투만 연신 날리고 있고. ㅋ ㅋ 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녀석이 한마디 한다.

"아빠, 아빠가 운동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그 운동한 것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서 이제부턴 음식조절을 해야 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응, 탄수화물이 많은 밥, 라면, 흰빵 같은 건 이제 줄이고 좀 더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도록 애써야 해. 뭘 사거나 먹더라도 꼭 칼로리를 확인하는 습관도 들여야 하고."
"..............................응."

점잖게 타이르는 14살 짜리 아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 저녁...흑 흑

2/07/2012

Boxing training 2

아들녀석의 작심이 용케 삼일을 넘기고 3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주 4일(월-목), 훈련장의 거리가 멀어 하이웨이로만 45분 운전을 해 3개의 톨게이트를 지나야 하는데도 아들이나 나나 90분의 승차시간에 대해 눈꼽만큼의 불만도 없다. 나는 나대로 아들녀석이 이제서야 사람되는 훈련을 좀 받는구나 하는 안도감에, 녀석은 그토록 원하던 제대로 된 권투훈련을 받는다는 기쁨에...(짜식, 아빠는 족보도 없는 엉터리라는 걸 나름 눈치챘던 모양)

어제 두 시간을 의자에 앉아 학생들이 연습하는 걸 지켜보다가 얼핏 든 생각. "아니, 난 왜 여기에 이렇게 멀거니 앉아 2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거지?" 였다. 코치에게 물었다. "저, 내일부터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와서 아이들과 같이 운동 좀 하면 안될까요?"

그래 오늘부터 아이들과 같이 굴렀다. 내가 껴서 그랬는지 오늘은 많이 봐주면서 살살 시키는 바람에 그런대로 견딜 만 했지만 내일 부터가 진짜 걱정. 귀가해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지금 복근이 서서히 뻐근해져 오면서 팔 다리에 힘이 없다.

아들녀석은 약간 못마땅한 표정. 쪽팔리게 늙은이가 다른 아이들 앞에서 주책 부린다는 생각이 드는지... 하지만 녀석아 석달만 기다려라. 이 아빠가 너희 십대, 이십대들 보다 더 날렵하고 강한 훈련생으로 거듭 나 주마.

1/26/2012

Boxing training

이제 아들에게 내가 직접 복싱을 가르치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source: http://www.bebodysmart.com/
지금까진 젊은 시절에 몇 년 했던 킥복싱의 기본동작을 가르쳐 주고 스파링도 하면서 대충 지내올 수 있었지만, 이젠 아들녀석 주먹에 힘이 불끈 실려 훈련용 미튼을 끼고도 녀석의 강한 펀치에 손이 아파 견딜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끔 내 몸을 쳐 보라고 하면서 가드를 내려 주기도 하는데 몸으로 맞는 펀치는 더 끔찍하게 아파 복부를 한 대 맞기라도 하면 숨이 턱 막히면서 무릎이 스르르 꺽일 지경.

그래 리치몬드지역에 있는 권투트레이너란 트레이너는 모조리 연락해 알아보게 되었는데... 대부분 선수생활도 안해 본 사람들이 색깔만 트레이너랍시고 대충 흉내만 내는 형국이다. 그런다가 한 사람의 훈련장엘 아들을 데리고 찾아가게 되었는데 이거 진짜다 싶은 생각이 듦.

Jerry라는 이름의 흑인 트레이너. 다운타운에 있는 빈민가에서 국민학교 체육실을 빌려 정부의 보조를 받아 가면서 대부분 엄마가 누군지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불쌍한 동네 아이들을 모아 무상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자신과 다른 트레이너들도 모두 비슷한 환경에서 온갖 사고뭉치로 자라났고 권투를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삶이 바로 잡아졌다고, 그래서 이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고 설명해줬다.

벽에 붙여논 사진들을 보니 이 분을 통해 버지니아주 아마추어챔피언, 전미국 아마추어챔피언이 여럿 나왔고 연습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친구들이 몇 눈에 띄였다.

아들녀석이 첫 날은 그냥 구경삼아 가는 거니까 하면서 맨발에 샌달을 질질 끌고 가길래 안되겠다 싶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가자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견례가 끝나자마자 녀석을 바로 훈련생들 속으로 밀어 넣었다.

ㅋ ㅋ 우리 아들 그 날 얼굴이 허옇게 되도록... 굴렀다. 난 신병훈련소에서 유격훈련때 받은 "앞으로 굴러, 뒤로 굴러"가 한국에만 있던 걸로 알았는데 이 코치도 똑같은 방법으로 굴리더라는...

복싱기술 외에도 기본적인 정신상태, 훈련에 임하는 태도, 아껴서 꼭 필요한 말만 하는 방법, 어른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 등을 눈물이 쏙 빠지도록 무섭고 호되게 가르친다. 한 번 들어서 못알아 듣는 녀석 뒤통수에는 빨래판 같은 그의 손바닥이 광속으로 날라오고... 이 아이들 커서 잘못되는 아이는 없을 것 같다.

향긋한 방향제를 뿜어대며 바닥이 대리석으로 반짝거리는 일반 체육관같지 않고 땀내가 넘치다 못해 쉰내가 코를 마비시키는 후줄근하고 어두운 도장(전기 아끼느라 백열등 딱 몇 개 켜놨다), 백퍼센트 까만 아이들 속에 혼자 노란둥이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날로 그만 두겠다하지 않을까 슬쩍 물었다.

"해보니 어때?"
"아빠, 나 태어나서 이렇게 쎄게 운동해 본 거 처음이야.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근데...나... 여기 매일 올꺼야" 한다.

글쎄... 그 작심이 얼마나 갈 지는 좀 두고 봐야 헐 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