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2012

Boxing training 5

지난 한 달 동안 주말이면 막내가 속한 팀이 참가하게 된 각종 시합이 있어 막내와 함께 참관하러 가보곤 했다.

코치가 잘 가르치고 열심히들 연습을 해서 그런지 성적이 놀랍도록 좋다. 많은 팀이 엄청 많은 선수들을 데리고 나와 떠들썩 했지만 막내가 속한 팀은 정작 몇 안되는 아이들이 나가 노른자는 다 차지했다고 해야되나... 소수 정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엘리자베스씨티에서 열렸던 Golden Glove대회에서는 단촐하게 6명만 참가했는데 참가한 6명 모두 결승에 올랐고 그 중 하나가 금메달, 나머지는 은메달을 차지해 대회장의 화제가 되었었는데 그 대회 다른 참가팀들이 권투에서 전통적으로 최강이라는 미해병대, 해군, 육군, 그리고 큰 일반 클럽팀들이어서 더 그랬다. 짐작하다 시피 군에 속한 선수들은 월급받고 하루종일 권투만 하는 친구들이다.

source:
http://boxing-weight-classes.com/
/usa-boxing-weight-classes.html
한편 막내와 주로 스파링을 하는 우리팀의 얼굴격인 친구(이후 리치몬드 촌놈으로 부른다)는 지난 주 메릴랜드에서 있었던 시합에서 전미국챔피언이자 차기 올림픽 선수와 붙었는데 좀 치사하고 황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리치몬드라는 촌동네에서 이름도 없는 선수가 올라와 시합하는 것이기에 그냥 대충 밟아주면 될 줄 알았는데 웬걸, 1라운드부터 리치몬드 촌놈이 챔피언을 신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던 것. 2라운드 들어서는 점점 더 심각한 상황이 되니 챔피언측, 대회주최측, 심판이 후다닥 머리를 짜내서 3라운드에서는 리치몬드촌놈의 레프트훅이 규정에 어긋나는 펀치였다고 실격을 선언해 버렸다.

시합의 성격이 전미국 챔피언전이나 올림픽국가대표선발전 결승이 아니고 지역에 보여주는 정도로 끝나는 exhibition성격의 비정규 시합이라서 굳이 챔피언 쪽팔리게 할 일 없고 챔피언을 보호하고자 하는 눈에 뻔히 보이는 결정이었다. 뭐, 국가적인 배려였다고 해야 하나...대신 리치몬드촌놈을 그 체급에서 아마추어복싱협회 미전국 2위로 이름을 올려주고 올림픽팀을 구성할 때 포함시키는 걸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해 줬다.

일은 대충 그렇게 마무리 되었는데 리치몬드 촌놈과 같이 메릴랜드로 올라갔던 코치 두 사람의 의견이 서로 달라 다툼이 생겼다. main 코치는 이 시합이 목숨걸고 시비를 따질만한 official한 시합이 아니었고 전국의 프로모터들과 아마추어연맹의 주요 관계자들에게 리치몬드촌놈의 존재를 이제사 알리게 되었으니 그걸로 소정의 목적 이상을 이루었다는 거고, assistant 코치는 대회주최측에서 경기규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모르고 던진 펀치였으니 선수를 링에 올린 main 코치가 책임지고 주최측 실수였음을 밝히고 따져서 부당판정 내지는 무효판정을 이끌어 냈어야 했다고 하는 거였다.

글쎄...둘 다 크게 틀린 것 같지는 않은데 옳고 그른 걸 따지자면 후자가 맞지만서도 그렇게 따져서 무효판정을 받아내는 싸움판까지 갔다면 전국2위로 올려주는 호의를 받아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사람사는 데는 어디든 politics가 있는 듯.

8월쯤에는 막내도 시합에 참가하게 한다고 하는데 좀 열심히 연습해야 하겠지...

4 comments:

  1. 좋은 소식이군요. 개인적으로는 assistant 코치의 말이 옳은 것 같은데 운동경기 같은 순수함에 파워게임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다친 부위가 악화되어 간신히 수영이나 하고 있는데...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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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 순수함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것 같더군요. 즉석에서 연맹과 선수측이 짜고 승부를 내는 것이나 모종의 호의를 받아들이면서 부당함을 알면서도 묵인해 주는 것이...

      빨리 완쾌가 되셔야 할텐데요. 온자 유학생활하면서 아프면 그것 처럼 힘든 것도 없지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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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느 사회나 기득권의 아집은 존재하는 것 같군요.
    운동 세계에도 그런 틀이 오랜 세월 짜여져 있는 행태를 한국의 체육계에서 요즘 자꾸만 들썩여지기도 하지 않는지요.

    엇그제 운동을 시작한 것 같은 아드님이신데 벌써 관전하기도 하고 미래의 시합을 설계하는 모습도 떠올라 반갑습니다.
    좋은 운동이고 좋은 단련이고 좋은 성적도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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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수해야 하는 운동세계에 자꾸 짜고 하는 게임이 왜 그렇게 많아지는지 걱정입니다.

      예, 다른 것 보다 극기하는 걸 배우니 참 다행입니다. 집에만 있었으면 가르쳐주지 못했을 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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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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