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오년 전 쯤 위와 대장 내시경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검사를 마친 의사가 다 좋은데 위벽에 좀 심하게 붉은색을 띈 부위가 보여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곳으로 보냈으니 일주일 후 전화해서 검사결과를 확인하라고 했다. 검사결과 암조직은 아니나 5년후 다시 검사해 보는게 좋겠다는 권고가 있었고.
그 후 5년이 흐른 지난 화요일 다시 위와 대장검사를 한 결과는 5년 전 들었던 검사결과의 판박이. 역시 붉은 부위때문에 조직검사를 했고 결과 역시 normal tissue. 때문에 음식을 너무 맵게 먹기 때문이라고 믿는 아내가 밉지않게 눈을 살짝 흘겼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삶에 대해 더 겸허해 지는 듯 싶고 우리의 사는 것과 죽는 것이 하나님께 달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나님께서 나를 더 살도록 허락하신다면 아이 셋 모두의 결혼식을 지켜주고 싶고, 그 아이들이 낳는 손자손녀들도 만나고 싶은 바램이 있는데 꼭 그런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간구하는 중.
요즘 한 열 개 정도의 바램들을 담은 버켓리스트를 떠올리고 있고, 1번은 지난 번에 올렸더랬는데 이제 그건 2번째로 밀려 내려와야 할 바램이 생겼다. 이름하여 "Cousins' Camp".
우리 슬하의 세 아이들이 모두 시집장가를 가면 이 근처에 모여살 확률보다는 미전국에 뿔뿔이 헤어져 살게될 확률이 크고, 그렇게 되면 자연 얼굴 볼 기회도 거의 없게된다. 또 그 애들은 나름 각자 배우자와 맞벌비하는 바쁜 생활과 자녀들 키우는 일에 치여 중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느긋하게 쉴 시간도 없을거고. 그들의 2세들 역시 우리가 자라던 시절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졌던 따뜻하고 포근한 추억도, 사촌들과의 사귐도 거의 없게 될 것이 뻔하기에 생각해 본 것.
매년 여름 손자손녀들을 모두 우리내외가 살고있는 곳으로 불러 모아 일주일을 보내게 해 주는 것인데 제 엄마아빠가 아이들을 내려놓고 어디 휴가라도 한 일주일 호젓하게 단둘이 다녀올 수 있게 배려하고, 손자손녀들은 우리 내외가 일주일 데리고 있으면서 오랬동안 못 봤던 사촌들과 함께 신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우리내외와도 사귐을 갖는 다는 컨셉인데 키워드는 역시 "추억"이 아닐까 싶고. 그 귀엽고 한편 시끄럽고 말썽꾸러기일 아이들과 참 많은 걸 하고 싶다. 우선 15인승 밴을 하나 빌려야 하겠고, 재미있는 성경이야기도 매일 가르치는 한편 수영장이나 동물원, 박물관, 극장 등을 떼거리로 방문하고, 엄마아빠에게 보낼 감사편지도 쓰게하고, 캠프파이어도 하고, 산으로 가 밤하늘의 별도 세어보게 하고...등등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해가 거듭해 가면서 좀 큰 아이들은 보조교사로 할머니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을 테고...
이렇게 생각을 해 보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나 많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비슷한 동기로 이런 캠프를 하는 것 같다. 부모된 마음은 다 같은 모양.
하여간 "Cousins' Camp" is #1 in my bucket list now.
#2 item in the list: Walking St. James' way which is 650 miles long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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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2014
7/11/2012
야고보의 길
얼마 전 우연히 접하게 된 영화, The Way
마틴쉰이 배낭을 맨 모습만 덩그러니 나와 있는 티저포스터에 지루하고 단순한 영화가 될 게 뻔해 그냥 지나려다 워낙 마틴쉰형님의 광팬이라 '봐 주기로' 함.
지겹게도 말 안듣고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 살며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과의사 톰은 어느 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던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아들의 싸늘한 시신을 확인하고 들은 사연인 즉슨 아들이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Camino de Santiago라고(영어로는 The way of St. James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우리말로 '성 야고보의 길' 정도라면 될라나) 알려진 순례길을 가다 사망 했다는 것. 그리고 아들의 배낭을 인계받은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화장하여 상자에 담고 800여 킬로미터, 30여일이 걸리는 순례의 길을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나선다.
그 여정에서 만나는 다른 순례자들의 삶과 애환이 자신의 것과 교차되면서, 아들의 삶과 생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그 긴 여정을 마치게 되는 이야기. 순례자 대부분 원래의 결심과 목적했던 바를 성취하거나 마음속에 있던 나름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면서...
영화를 마치고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잔잔한 감동에 한참을 그냥 천정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요즘 부쩍 말을 안듣기 시작한 아들녀석을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되었고...
마틴쉰의 탈도 많고 말썽 많은 아들들 중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감독과 동시에 죽은 아들역을 맡아 마틴쉰형님께서 더 가슴에 와닿는 연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도 나이가 더 들기 전 혼자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뭉글뭉글 올라오기 시작. 달포정도 잡고 말을 아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길은 멀어도 격한 산행이 아니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길 이라니 다행이고 영화에서 본 그 풍광을 실제로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욕심이 난다. 남은 생애 동안 해 보자고 결심한 Bucket list 1호 되겠다.
마틴쉰이 배낭을 맨 모습만 덩그러니 나와 있는 티저포스터에 지루하고 단순한 영화가 될 게 뻔해 그냥 지나려다 워낙 마틴쉰형님의 광팬이라 '봐 주기로' 함.
지겹게도 말 안듣고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 살며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과의사 톰은 어느 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던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아들의 싸늘한 시신을 확인하고 들은 사연인 즉슨 아들이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Camino de Santiago라고(영어로는 The way of St. James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우리말로 '성 야고보의 길' 정도라면 될라나) 알려진 순례길을 가다 사망 했다는 것. 그리고 아들의 배낭을 인계받은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화장하여 상자에 담고 800여 킬로미터, 30여일이 걸리는 순례의 길을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나선다.
그 여정에서 만나는 다른 순례자들의 삶과 애환이 자신의 것과 교차되면서, 아들의 삶과 생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그 긴 여정을 마치게 되는 이야기. 순례자 대부분 원래의 결심과 목적했던 바를 성취하거나 마음속에 있던 나름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면서...
영화를 마치고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잔잔한 감동에 한참을 그냥 천정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요즘 부쩍 말을 안듣기 시작한 아들녀석을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되었고...
마틴쉰의 탈도 많고 말썽 많은 아들들 중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감독과 동시에 죽은 아들역을 맡아 마틴쉰형님께서 더 가슴에 와닿는 연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도 나이가 더 들기 전 혼자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뭉글뭉글 올라오기 시작. 달포정도 잡고 말을 아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길은 멀어도 격한 산행이 아니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길 이라니 다행이고 영화에서 본 그 풍광을 실제로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욕심이 난다. 남은 생애 동안 해 보자고 결심한 Bucket list 1호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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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thoughttavern.com/camino-de-santiago/ |
여정은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오른쪽에 위치한 프랑스 여러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중간쯤 스페인으로 넘어 와서는 그 모든 길이 만나게 되어 한 길로 가게 된다. 그 여정의 왼쪽 끝에 위치하고 열두 사도의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유해가 매장되어 있는 스페인의 Santi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들리는 것으로 대장정이 마무리 되는 사도 야고보(James)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순례의 길. 9세기 부터 기독교도이건 아니건(아닌 경우는 그저 자기성찰을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걸어 왔단다.
5/16/2011
CHOI's BOIS
비행기타고 우리의 최경주를 쫓아다니는 광팬들. 이번 플레이어스챔피언쉽에서 정상을 차지한 최경주선수가 출전하는 게임이면 열 일 제쳐놓고 따라다니면서 자신들이 만든 "CHOI'S BOIS"라고 새긴 티셔츠(땀에 젖은 셔츠를 빨아 말려입을 시간이 없어 그냥 페브리즈를 뿌려서 다음날 다시 입어야 하는 고충도 있단다)를 입고 응원을 하는 여섯명의 씩씩한 백인아저씨들인데 너무나 고맙고 든든하다. 최선수가 고마와서 시상식후에 같이 기념촬영도 하게 해 주는 특별대접을 했다고. Source Link
놀라움 이전에 나와 아내는 언제나 저런 '정말 할 일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의 여유를 누려 볼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부러움이 앞섰다. 오직 좋아하는 게임이나 선수하나를 보기 위해 대륙의 반대쪽까지 날아가 며칠씩 먹고 자는 극성을 부릴 수 있는...다른 아무생각이나 걱정근심도 할 필요없이...내 나쁜 머리로 기억할 수 있는 한 기억하는 그런 여유와 완벽한 한가함은 신혼여행 5일간 밖에 없었던 듯 하다. 바로 그 다음날 부터 지금까지 내내 그저 치여 사는 고달픈 하루 하루의 연속이었다면 좀 지나치고 억울한 표현일까...
놀라움 이전에 나와 아내는 언제나 저런 '정말 할 일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의 여유를 누려 볼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부러움이 앞섰다. 오직 좋아하는 게임이나 선수하나를 보기 위해 대륙의 반대쪽까지 날아가 며칠씩 먹고 자는 극성을 부릴 수 있는...다른 아무생각이나 걱정근심도 할 필요없이...내 나쁜 머리로 기억할 수 있는 한 기억하는 그런 여유와 완벽한 한가함은 신혼여행 5일간 밖에 없었던 듯 하다. 바로 그 다음날 부터 지금까지 내내 그저 치여 사는 고달픈 하루 하루의 연속이었다면 좀 지나치고 억울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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