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2012

야고보의 길

얼마 전  우연히 접하게 된 영화, The Way

마틴쉰이 배낭을 맨 모습만 덩그러니 나와 있는 티저포스터에 지루하고 단순한 영화가 될 게 뻔해 그냥 지나려다 워낙 마틴쉰형님의 광팬이라 '봐 주기로' 함.

지겹게도 말 안듣고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 살며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안과의사 톰은 어느 날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던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프랑스로 떠난다. 아들의 싸늘한 시신을 확인하고 들은 사연인 즉슨 아들이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Camino de Santiago라고(영어로는 The way of St. James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우리말로 '성 야고보의 길' 정도라면 될라나) 알려진 순례길을 가다 사망 했다는 것. 그리고 아들의 배낭을 인계받은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화장하여 상자에 담고 800여 킬로미터, 30여일이 걸리는 순례의 길을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나선다.

그 여정에서 만나는 다른 순례자들의 삶과 애환이 자신의 것과 교차되면서, 아들의 삶과 생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그 긴 여정을 마치게 되는 이야기. 순례자 대부분 원래의 결심과 목적했던 바를 성취하거나 마음속에 있던 나름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면서...

영화를 마치고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잔잔한 감동에 한참을 그냥 천정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요즘 부쩍 말을 안듣기 시작한 아들녀석을 다시 생각해 보게도 되었고...

마틴쉰의 탈도 많고 말썽 많은 아들들 중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감독과 동시에 죽은 아들역을 맡아 마틴쉰형님께서 더 가슴에 와닿는 연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도 나이가 더 들기 전 혼자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뭉글뭉글 올라오기 시작. 달포정도 잡고 말을 아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길은 멀어도 격한 산행이 아니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길 이라니 다행이고 영화에서 본 그 풍광을 실제로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욕심이 난다. 남은 생애 동안 해 보자고 결심한 Bucket list 1호 되겠다.

source: http://www.thoughttavern.com/camino-de-santiago/

여정은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오른쪽에 위치한 프랑스 여러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중간쯤 스페인으로 넘어 와서는 그 모든 길이 만나게 되어 한 길로 가게 된다. 그 여정의 왼쪽 끝에 위치하고 열두 사도의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유해가 매장되어 있는 스페인의 Santi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들리는 것으로 대장정이 마무리 되는 사도 야고보(James)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순례의 길. 9세기 부터 기독교도이건 아니건(아닌 경우는 그저 자기성찰을 위해) 많은 순례자들이 걸어 왔단다.

18 comments:

  1. 매번 안부 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변화의 시기를 맞는 것 같아요. 좋은 여름으로 마무리해야 할텐데, 모자란 것 같기도하고, 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그런 기분이에요.
    포스팅하신 영화는 꼭 보고싶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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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럼 잘 계신 거네요.^^ 힌동안 힘들어 보이셨지요.
      영화는 여기 저기 올려놓은 곳이 많을 거예요. 보내주신 작품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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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늘 방문만 받다가 글 남기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언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네요. 자극적인 영화들 투성이라... 이런 영화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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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갑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자극적'이지 않으면 안 팔릴거라는 걸 알면서도 감독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즈가 아버지 마틴쉰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이 영화를 제작하고 난 후 두 사람이 같이 쓴 책
      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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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영화는 어제 구워 놓았네요.
    그런데 자막이 안 나와서 우분트로 오늘 자막설정을 해 준다고 합니다.
    가족이 그러는 거죠.ㅎㅎ
    님은 미쿡말 잘 하시니까 그점 많이 부럽습니다.
    주인공과 스크린만 보아도 감명 깊은 영화일 것 같습니다.
    영화광인 가족이 설명하더군요.
    아들 중 하나는 마약쟁이고...에밀리오 에스떼베스 그런 이름도 들먹이고...
    기대되는 영화 잘 감상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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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드님이 효자인 것 같아요. 매번 엄마를 위해 그런 작업을 해 주는군요. 마틴쉰가족이 히스패닉계라 그쪽 말로 된 것도 분명히 있을 텐데...

      맞아요. 막내인 찰리쉰이 중독자여서 같이 사는 여자를 팬다던가 소란을 피우다 경찰서로 끌려 간다던가 하는 온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돌출행동을 할 때 마다 아빠인 마틴쉰이 골머리를 썩는다네요. 아빠인 마틴쉰은 일반대중의 존경을 받는 배우로 대통령후보로도 거론 되는 사람인데... 큰아들 에밀리오를 포함한 세 아들과 딸 하나 모두 배우니 배우 가족인 셈이지요. 아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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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잘 지내시나요? 계신 곳도 많이 더우시죠?
    보면 감동적인데... 처음에 보는 건 주저하게 하는 그런 영화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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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 정말 찌는듯한 더위가 2주차에 접어드는 중 인데 잘 있습니다. 칼같으시네요. 맞아요 처음 1/4정도는 지루할 수 있어요. 뭐, 감동도 저만 유별나게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르고...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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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영화도 여행도 매력적인 주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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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력'이란 단어가 적절한 것 같습니다. ^^ 아닌게 아니라 20-30여일을 걸어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감이 저한테는 차라리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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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도 친구와 함께 언젠가 저 길을 한번 걸을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연이 닿으면 그 길을 걷다가 Oldman님을 만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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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떠나게 되시면 연락주세요. ^^ 전 아무래도 5년 내엔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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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모처럼 제 취향의 영화를 접하게 되어 감사함을 전하게 됩니다.
    보면서 순례자들에게서 나와 너와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경치 너무 예뻤어요.
    주연과 조연들의 개성을 매우 잘 표방했다고 봅니다.
    두어 번 다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나게 되어 기뻐요.
    첨에 한글자막이 화면보다 앞서가서 웃으며 시작했고, 그리고 다시 손 봐줘 제대로 된 화면과 자막을 접했죠. 제가 외국어에 미약하거든요.
    아들인 감독이 마약쟁이를 소재로 다룬 영화도 있다니 그것도 볼 생각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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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때문에 괜히 2시간 손해 보실까 은근 걱정됐었는데...^^

      에밀리오의 다른 영화 찾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그 친구가 감독한 다른 영화를 둘 정도 봤는데 이 영화처럼 기억에 남거나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야 좋은 영화라는 법은 없지만 이 친구 워낙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기에 그랬을까요?

      이 영화도 달랑 필름 몇개 들고서 현지 식당주인의 트럭을 빌리고 주요 출연배우들 몇 사람을 제외한 모든 조역들은 방문한 지역의 일반 현지인들을 즉석에서 끌어들여 찍었다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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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너무 자주 댓글을 드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에밀리오의 다른 영화 소개입니다.
    아마 보셨을 거랍니다.
    저처럼 영화를 어쩌다 보는 사람을 위해 구운 영화라네요.

    The War At Home
    시리즈라서 1996을 꼭 첨부해야 한다고 해요.
    Emilio Estevez
    Martin Sheen

    아버지는 한국 전쟁 전투 경험
    아들은 베트남 전쟁 전투 경험
    부자간에 다툼이 있는 소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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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년전에 본 영화인데 그 당시는 에밀리오가 감독인 줄 모르고 봤네요. 지금 알았습니다. 함 찾아서 다시 봐야 하겠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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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산티아고에 관한 책은 산나님의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꼐 걷는 길과 가수 박기영씨가 쓰신 박기영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를 읽으면서 알게되었던 순례길이죠. 책으로만, 책에 있는 사진으로만 알게 된 길을 이렇게 영화로 보니 느낌이 다르네요. 영화처럼 책을 쓰신 두 분도 어떤 이유로 산티아고를 다녀오셨는데, 제게도 그런 이유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요즘같이 무기력하고 현실을 잠시 떠나있고 싶은 기분이 드니 말입니다.

    영화는 토렌트라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얻었어요. 한글 자막도 같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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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 ㅋ '어둠의 경로'에 터졌습니다.

      한국분들도 이 순례길을 많이 가시는 모양이네요. 다들 어떤 연유로 갈 작정을 하게 되는 거겠죠. 그 책 들을 구해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인데 우선 책 줄거리들을 좀 찾아봐야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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