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2014

버켓 리스트

한 오년 전 쯤 위와 대장 내시경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검사를 마친 의사가 다 좋은데 위벽에 좀 심하게 붉은색을 띈 부위가 보여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곳으로 보냈으니 일주일 후 전화해서 검사결과를 확인하라고 했다. 검사결과 암조직은 아니나 5년후 다시 검사해 보는게 좋겠다는 권고가 있었고.

그 후 5년이 흐른 지난 화요일 다시 위와 대장검사를 한 결과는 5년 전 들었던 검사결과의 판박이. 역시 붉은 부위때문에 조직검사를 했고 결과 역시 normal tissue. 때문에 음식을 너무 맵게 먹기 때문이라고 믿는 아내가 밉지않게 눈을 살짝 흘겼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삶에 대해 더 겸허해 지는 듯 싶고 우리의 사는 것과 죽는 것이 하나님께 달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나님께서 나를 더 살도록 허락하신다면 아이 셋 모두의 결혼식을 지켜주고 싶고, 그 아이들이 낳는 손자손녀들도 만나고 싶은 바램이 있는데 꼭 그런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간구하는 중.

요즘 한 열 개 정도의 바램들을 담은 버켓리스트를 떠올리고 있고, 1번은 지난 번에 올렸더랬는데 이제 그건 2번째로 밀려 내려와야 할 바램이 생겼다. 이름하여 "Cousins' Camp".

우리 슬하의 세 아이들이 모두 시집장가를 가면 이 근처에 모여살 확률보다는 미전국에 뿔뿔이 헤어져 살게될 확률이 크고, 그렇게 되면 자연 얼굴 볼 기회도 거의 없게된다. 또 그 애들은 나름 각자 배우자와 맞벌비하는 바쁜 생활과 자녀들 키우는 일에 치여 중년이 될 때까지 제대로 느긋하게 쉴 시간도 없을거고. 그들의 2세들 역시 우리가 자라던 시절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졌던 따뜻하고 포근한 추억도, 사촌들과의 사귐도 거의 없게 될 것이 뻔하기에 생각해 본 것.

매년 여름 손자손녀들을 모두 우리내외가 살고있는 곳으로 불러 모아 일주일을 보내게 해 주는 것인데 제 엄마아빠가 아이들을 내려놓고 어디 휴가라도 한 일주일 호젓하게 단둘이 다녀올 수 있게 배려하고, 손자손녀들은 우리 내외가 일주일 데리고 있으면서 오랬동안 못 봤던 사촌들과 함께 신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우리내외와도 사귐을 갖는 다는 컨셉인데 키워드는 역시 "추억"이 아닐까 싶고. 그 귀엽고 한편 시끄럽고 말썽꾸러기일 아이들과 참 많은 걸 하고 싶다. 우선 15인승 밴을 하나 빌려야 하겠고, 재미있는 성경이야기도 매일 가르치는 한편 수영장이나 동물원, 박물관, 극장 등을 떼거리로 방문하고, 엄마아빠에게 보낼 감사편지도 쓰게하고, 캠프파이어도 하고, 산으로 가 밤하늘의 별도 세어보게 하고...등등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해가 거듭해 가면서 좀 큰 아이들은 보조교사로 할머니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을 테고...

이렇게 생각을 해 보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나 많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비슷한 동기로 이런 캠프를 하는 것 같다. 부모된 마음은 다 같은 모양.

하여간 "Cousins' Camp" is #1 in my bucket list now.

#2 item in the list: Walking St. James' way which is 650 miles long journey.



2 comments:

  1.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버켓을 발로 찰 생각을 하시기에는 우리 나이가
    아직 너무 어린거 아닌가요, 하여간 우리 부부도 5학년 진급을 하고 나니
    그저 건강, 애들 그리고 하나님....이야기로 좁혀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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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plies
    1. 잘 지내셨어요? 온가족이 여기저기 여행다니시는 모습 늘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
      아직 좀 살 날이 남았겠지만 버켓리스트는 미리 생각해 두는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맞아요. 그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단 생각이 들고, 세상이 좀 더 아름다와 보이기도 하는 나이가 된 느낌입니다. 5학년진급 축하드립니다. 반은 조금 다르겠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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