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2012

Boxing training 7

이제 아이들이 방학으로 들어섰기에 그런지 권투훈련의 강도가 조금씩 높아져가고 있다.

아마 8월 초 미주리주의 캔사스시티에서 있을 예정인 전국대회를 염두에 두고 체력과 기술을 서서히 올려 가려는 코치의 의도 일 것. 한달 전 쯤 아들녀석에게 물었을 땐...

"너 8월 시합에 출전해 볼래?"
"아빠, 미쳤어?"

했는데 며칠 전 물어보니...

"생각 좀 해 봤어? 캔사스시티에서 함 싸워볼래?"
"Hmm...maybe."

로 바뀌었다. 조금씩 자신이 붙는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엄마가 질색을 하고 "너, 자꾸 피흘리고  코 뿌러지는데 싸우려고 하니? 하지 마!"라고 한 마디만  더 해 주면 녀석이 반발심이 생겨(예의 사춘기 청개구리 법칙) 당장 참가하겠다고 펄펄 뛸텐데...ㅎ ㅎ ㅎ

이렇게 전국시합에 참여해 봤으면 하는 내 욕심은 지난 나의 경험에서 나온다. 격투기는 아니었지만 전국규모의 사격대회와 육상대회에 참가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보고 교감을 나누면서 세상이 크다는 걸 배웠었고 사람이 크는 걸 느꼈었기에...시합에 나가 잘하고 못하는 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같이 권투를 하는 다른 아이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다들 어떻게 그렇게 살아왔나 싶을 정도로 험하게들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면서도 나쁜데 빠지지 않고 잘 크고들 있다.

엘비: 아빠가 13살 때 27살 엄마를 만나 임신을 시키고는 바로 형무소로 들어가 아직까지 형을 살고 있고, 엄마는 엘비를 낳자마자 바로 할머니에게 줘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기 때문에 엄마 아빠 얼굴을 본 적이 없단다. 아직 할머니께서 키우고 계시고 며칠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8살. 하루빨리 프로로 전향해 돈을 벌어 할머니를 잘 모시고 싶은 소망이 있는 아이. 처음 권투를 배우러 왔을 땐 몸무게가 350파운드(160킬로 정도)여서 것는 것 조차 힘들었는데 꾸준히 권투훈련을 하고 땀을 흘려 지금은 175파운드(80킬로)로 잘 균형잡힌 몸집이다. 고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을 통해 자동차정비를 배웠는데 이번에 졸업하면서 정비학교 선생이 어느 정비소에 이 아이가 엄청 성실하고 똑똑하다 이야길 해서 정비소사장이 인터뷰도 없이 바로 채용하겠다 했단다. 그래서 모두가 기뻐하고 있는 중. 돈을 벌어 대학도 가고 싶어하는 착하디 착한 순둥이.

케빈: 18살. 어렸을때 부터 지금의 코치로 부터 차근차근 배워 우리 도장에선 제일 잘 하는 친구. 이 아이 역시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최근에 여자친구가 아들을 낳았다. 고등학교를 여러 번 포기하려 하는 걸 코치가 그러면 안된다고 말려 마침내 이번에 졸업. 제일 잘 해서 국가대표감이고 지금 당장 프로로 나서도 연봉 십만불은  받을 수 있는 아이. 아빠가 도망가고 양부밑에서 컸는데 얼마나 맞고(주로 가죽혁대로) 미움을 받고 자랐는지 자기의 아이는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게 소원이란다.

지구촌의 이 외딴 구석에서도 아름다운 도전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지금 쓰여지고 있다.

8 comments:

  1. 여러가지 의견의 있을 수 있겠지만, 저도 대회에 참가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네요. 근성과 노력의 결과를 체험하는 것,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 참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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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씀하신대로 직접 자신이 겪어보기 전에는 깨닫게 힘든 것이라 일단 가게해서 몸소 느끼게 해주려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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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드님이 졍열을 쏟는 권투가 앞으로의 날들에 보다 많은 스승이 될 것 같아 보기에 흐믓합니다.
    지켜 보시는 가운데 보람과 염려가 함게 하실 듯~~~

    엘비와 케빈의 생애에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권투였음 하고 바라게 되네요.
    새로운 주의 시작입니다.
    활기찬 날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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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잠시의 관찰이지만 권투를 시작하고는 다른 분야에서도 자신감이 조금씩 늘더군요. 학업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좀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잘되어서 보기 좋은 가정을 꾸려나가는 걸 보고 싶기도 하지요. 좋은 주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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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권투 도장 아이들이 새롭게 젊음을 시작함을 보면서,
    세상이 매일 새롭게 시작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역시 세상은 새롭게 살아볼만한 아름다운 곳이군요.

    아드님도 벌써 아름답게 시작하고 있구요.
    아름답게 사시는 것 지켜뵙는 것도 저의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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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지요? 망가지고 넘어져도 늘 새로운 기회가 찾아 오고 도전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 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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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권투코치가 참...대단하신 분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엘비와 케빈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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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씀대로 그 코치님은 아이들의 성격을 까칠한 돌에서 황금으로 변화시켜 가는 연금술사로 제겐 비쳐지네요. 저도 그 아이들이 잘 되어 아름다운 가정들을 꾸렸으면, 훌륭한 사회 구성원들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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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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