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2012

아름다운 결혼식, 즐거운 여행

조카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온 식구가 2박3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러시지 못한 한국식구들을 위해 조금 적었다.

날씨도 계속 화창한 가운데 그리 덥지도 않았고, 예식준비나 피로연준비도 완벽했고, 예식 자체나 피로연도 실수나 불상사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 좋다. 아내와 우리 아이들 셋도 오가는 여정이나 머무르는 동안 서로를 만끽하는 가운데 시종 깔깔대며 즐거운 휴가로 다녀왔다.

양쪽 어머니들의 한복차림을 제외한 모든 것이 철저하게 미국식으로 진행됨. 가족들의 일정은 예식 전날 시작되어 예식 다음 날 마무리 되었고, 장소도 18세기에(257년 됐단다) 지어진 컨트리클럽의 야외에서 진행되어 색다른 느낌이었음. 리치몬드에서 운전해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메릴랜드주의 한적한 산 속에 위치.

<예식 전날>
아침 11시: 신랑신부, 양가부모, 신랑신부 들러리들, 칼을 들고 Arch를 만들어 신랑신부가 통과하게 할 육군병원동료군의관들이 식장에 모여 일체의 순서를 3번 정도 반복함.

저녁 6시: 시내의 고풍스러운 식당에서 리허설에 참석했던 모든 인원이 저녁식사를 같이 함. 예식 당일 짧은 멘트와 함께 건배를 제의하게 될 사람은 딱 3명(Bride's maid of honor, Groom's best friend, Father of the bride)으로 정해져 있기에, 이 저녁식사 시간을 통해 신랑과 신부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친구들은 모두 나와 온갖 즐거웠던 추억들과 칭찬들을 이야기했는데 얼마나 재미있고 짓궂게 하는지 모두들 배꼽을 잡으며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보냄.

<예식 당일>
저녁 6시: 모든 하객들이 정원에 자리한 가운데 바닥에 뿌려진 장미꽃잎들을 밟으면서 신랑, Groomsmen들, Bridesmaids들이 먼저 행진해 들어간 다음 아빠를 대신해 내가 조카를 입장시킴. 간단하게 식이 끝나고 성혼이 되었음을 선포. 나가는데 육군장교예복차림에 칼을 치켜 들어줘야 할 신랑동료들이 칼을 올리지 않고 막아선 채 뽀뽀를 한 번 더 하지 않으면 지나가지 못한다고 능청을 떨어 결국 뽀뽀를 하고 지나감. 그러고 나가는 신부의 엉덩이를 칼로 한대 탁 치는 것도 전통이란다. ㅎ ㅎ


이 장면에서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아름다와서 그랬나...
저녁 7시: 밖에 설치된 텐트에 피로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하객들이 자리한 가운데 가족과 신랑신부가 입장. 잘 준비된 식사가 무르익어 갈 무렵, Bride's maid of honor인 우리 큰 아이가 멘트를 하고 건배를 제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Groom's best friend인 쌍동이 형, 그리고 내가 신부아빠의 자격으로 멘트를 하고 건배를 제의 했다. 그토록 조카의 결혼식만큼은 지켜보고 싶어 하셨던 할머니할아버지 이야기를 언급하던 순간엔 조카가 펑펑우는 걸 볼 수 있었고... 그 이후론 파티모드. 놀다 한밤중에 배가 고플까봐 아예 한쪽 구석에 버거킹에 주문해서 배달받은 햄버거 150개를 산처럼 쌓아 놓고, 각종 음료, DJ의 음악, 가터밸트 벗기기, 꽃 던지기, 츰 등으로 신나게 놀며 밤을 새는 젊은이들을 뒤로 하고 우리 구세대는 슬그머니 피로연장소를 빠져 나왔다.

<예식 다음날>
같은 호텔에 거의 모든 가족과 하객들이 의도적으로(호텔에서 식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했기에) 묵었는데, 신랑신부가 9:30부터 11:30까지 식당에 머무면서 전날 참석했던 가족, 하객들과 아침식사를 같이 하고, 떠나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한사람 한사람 안아주며 감사의 말을 다시 해 주는 동시에 배웅하는 것 역시 참 좋았다고 느꼈다.

예식순서지에도 할머니할아버지를 추모하는 글을 일부러 적었고, 건물들어가는 입구에도 두분의 사진을 곁들여 추모하는 테이블을 만들어 놓을 정도로 각별했던 조카의 할머니할아버지 사랑을 엿볼 수 있었음.

<이 부부의 앞으로의 일정>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갔다가 와서는 짐을 모두 싸서 독일로 부치게 되고, 독일에 있는 미국병원에서 몇 년 근무하기 위해 7월 초순에 떠나게 된다고 한다. 군에서 주거비용을 엄청 지원해줘 군의관들은 대부분 큰 저택에서 살게 된다고 하는데, 미국이나 한국식구들이 놀러 오면 특별(?) 대우를 해 주겠다는 다짐을 받았음. ㅋ ㅋ ㅋ

얘들아, 행복하게 잘 살거라!  내가 피로연때 너희들에게 부탁한 말 잊지말고. (Have God in common. Then He will bond you together and bless your marriage!)

컨트리클럽의 전경

정원의 식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멀리서 본 식장

피로연이 열릴 텐트

텐트내부의 피로연 테이블셋업

신부대기실에서



First kiss
Saber Arch

First dance
Cake cutting
우리 큰딸이 직접 진흙을 굽고 깍아서 만든 케익 데코레이션
신부가 던지는 부케를 기다리는 처녀들

조카의 garter belt를 벗겨내는 신랑

garter belt(양말대님)을 초조히 기다리는 총각들
한술도 못 먹었겠지만 마냥 행복한 신랑신부
Party time!
 


밤새 이어지는 파티

10 comments:

  1. 와우~ 정말 멋진 곳에서 아름다운 신부와,잘생긴 신랑의 모습이 정말 부럽습니다.곧 다가올 남동생 결혼식도 저런곳에서 해주고 싶네요. 조카가 대견하고,자랑스럽고 뿌듯하셨겠네요.ㅎㅎ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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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생께도 그렇게 해 주세요. 너무 보기 좋더라구요. 오랜만의 경사라 전 아직도 기분이 들떠 있습니다. 잘 살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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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축하드립니다. 부디 인생 여정동안에도 이렇게 즐겁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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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똑같은 상황을 놓고도 마음먹기에 따라 불행하고 우울할 수 있고 아니면 행복하고즐거울 수 있는 것을 이제야 조금 깨닫습니다. 계속 그렇게 즐겁게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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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정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네요.
    아름다운 커풀입니다.
    결혼식도 참 조촐한가 하면 은근 환하고 좋아 보였습니다.
    부디 행복한 날들 맞고 보내기를 축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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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들이 소박하고 알차게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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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신랑, 신부의 얼굴에서 선함, 지혜, 사랑이 가득 넘치는 것을 느낍니다.
    하나님께서 짝지어주신 두 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언제나 기쁨과 귀함과 사랑이 차고 넘치는
    가정 이루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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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님 안에서 축복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짝지어 주신 분도 그 분, 하나로 지켜주실 분도 그 분 임을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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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름답네요. 정말로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만 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삶을 누리시고, 정말로 좋은 일을 많이 하셨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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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마 저 아이가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이상의 힘든 시간들을 꿋꿋하게 다 견뎌내고 이젠 백조처럼 우아하게 비상하는 모습으로 제게 비춰지기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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