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2012

Boxing and more...

하나.

아들이 속한 복싱팀이 지역 주간지에 특집으로 나간 여파가 크다. 여름 내내 냉방이 없이 지냈는데 다 늦게 갑자기 여기 저기서 냉방된 찬 바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이제는 추울지경이고, 경찰체육관으로 쓰던 건물을 시에서 내어줘서 이제 며칠 후면 입주할 예정. 아이들이 모두 기뻐하는데 그 중 우리 막내가 제일 좋아하는 듯. 마치 그 곳으로 옮기게 되면 실력이 갑자기 향상이라도 될 듯이... ㅎ ㅎ


두울.

아이들이 2주 전 이곳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른 팀의 도장으로 가서 스파링을 했다. 금년에 있었던 올림픽에 미국올림픽팀 복싱코치로 참가했던 코치가(흑인 할머니. 그 도장 아이들의 수준이 전부 올림픽선수 수준이다) 운영하는 도장인데 아들녀석이 몹시도 가기 싫어 했다. 이유는 초보인 자신이 얻어 터질 것이 뻔한데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터지고 올 필요가 있겠냐는 거다.

억지로 보냈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네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라. 안가도 좋다. 단 그렇게 다양하고 실력있는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는 건 좀 얻어 맞아도 네겐 귀한 경험이 될 거다 라고 충고를 했는데 스스로 간다고 하길래 보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녀석의 얼굴을 보니 콧등이 벌겋게 벗겨져 있는 등 많이 맞은 흔적이 보였고 말이 없다. "그래 좋은 경험이 됐니?" 했더니 툭 던지듯 돌아오는 딱 두마디 대답. "아빠 말대로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 이제 만족해?". 쿵쾅대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녀석의 표정에 원망이 많이 뭍어 나왔다.

화가 잔뜩난 녀석에게 뭐라고 받아 치기도 싫었고 설명해 줘도 듣지 않을 것 이기에 그냥 아무말 않고 지나갔지만 미안한 마음.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맨날 똑같은 아이들과 매일 똑같은 수준으로 톡톡 치고 받는 걸 벗어나지 못하는 걸 어쩌랴... 어떤 새 종류는 다 자란 새끼들이 날 수 있을 정도로 날개에 힘이 붙게 되면 높은 둥지에서 밀쳐내 강제로 날게 한다는데 그런 어미 새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세엣.

지난 주일 저녁에 구역예배를 드리면서 느낀 점. 모두들 한결 같이 이런 저런 모습의 힘든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눴고 observer로 참석하셨다가 구역교사인 나를 대신해 말씀을 전해 주신 목사님은 오직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이겨내는 것 만이 우리의 갈 길 이라는 답을 제시해 주셨다. 

그게 믿는 사람들의 정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젊은 부부들은 정답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토로했다. 그런 정답이야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힘든 순간 순간들은 계속 우리에게 찾아오고 그 아픔들은 고스란히 겪어 내야 하지 않느냐 라는 것. 목사님은 적잖이 당황해 하셨고, 나로서는 목사님께서 그런 원리원칙만을 강조하시는 것 보다는 그 어려움과 안타까움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 주고, 위로해 주는 쪽으로 리드를 하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다.

8 comments:

  1. >> 하나. 아마 바뀐 환경만큼 실력도 더 늘 것으로 생각합니다.

    >> 두울. 이제 홀로 헤쳐나갈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권투를 흥미와 취미, 그리고 특기 가운데 어디다 적을 건지, 아드님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죠.

    >> 세엣, 구체적인 생활을 결정하는 절대 원칙 같은 것은 없으니, 마음에 위로는 안되겠지만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위로를 바란다면 이 또한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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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항상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아들녀석은 흥미로 생각하고 전 특기로 발전시키기를 원하는 동상이몽 중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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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hopperY 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권투를 하게된 동기가 무엇인지,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정답.
    셋..때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 주는것이 더욱 효과적일때가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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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 하도록 돕겠습니다. ^^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자신이 온 우주의 중심에 있고 자신의 생각이 절대진리인 것 마냥 믿는 시기로 들어 선 모양입니다. 쉽지는 않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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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하나~

    둘...

    셋~

    둘에서 제가 다 아픕니다.
    운동을 잘 모르지만, 다른 복싱보다 더 맞는 거 아닌지요?
    에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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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 ㅋ '다른 복싱보다 더 맞은'것 맞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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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왜 이 아침에 님이 하나도 미안해 보이지 않나요?ㅎㅎ
    미리 당겨서 고생 시키는 님의 자식사랑 가슴 훈훈하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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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늘 좋게 봐주시니 고맙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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