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011

Roasting marshmallows on bonfire(not quite)

오랜만에  캠핑기분을 좀 내 보자고 아이 셋 모두에게 텍스트를 보냈더니 모두 '좋아라' 답신이 왔다. 큰 아이와 둘째는 각자 남자친구와 데이트가 있는데 자기들이 데이트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 까지 '꼼짝말고' 기다리라고 메세지뒤에 꼬리를 붙였다.

캠핑기분을 낸다는 건 별거 아니고 캠핑을 가서 마른나무 가지들을 모아다가 불을 지피고(bonfire) 빙 둘러 앉아 작대기에 꽂은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는 것이었는데, 밖은 너무 춥고 불을 지펴 연기가 올라가기라도 하면 소방서에서 뛰쳐 나올 것 같아 집안에서 하기로 했다. 집안에서 불을 지피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가스로 작동되는 캠핑용 히터를 사용해 깔끔하게 해결 됐다. 화력도 나쁘지 않고, 텐트안에서 쓸 수 있는 실내용으로 사용하다 넘어지면 자동으로 꺼지기에 안전하기도 하고.

저녁밥을 먹은 후 후식삼아 온 가족이 둘러앉아 굽기 시작했는데 제법 잘 구워진다. 아내가 굽는 것엔 연신 불이 붙어 불끄느라 정신이 없고... ^^  엄마가 입을 내밀어 급히 후후 불어끄는 걸 지켜보는 아이들은 배꼽을 잡는다. 그 와중에 막내는 겁이 좀 났는지 부엌에 달아놓은 소화기를 슬그머니 가지고 와 대기시켜 놓기도. 누가 사내녀석 아니랄까봐 ㅋ. Graham cracker가 빠질 수 없어 내어 놓았더니 잘 구은 마쉬멜로우를 그 과자에 하나씩 쓱 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녀석도 있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막내가 벌벌 기어다니고 큰 아이 둘은 학교도 채 들어가기 전) 선선한 가을이 되면 수영장데크에 텐트를 쳐 놓고, 에어메트리스 깔고, 침낭에 하나씩 처박아 넣어 머리만 빼꼼 나오게 해서 뉘어 놓고 무서운 이야기를 해 주며 밤을 지새다가 심심해 하면 이렇게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게 해 줬었는데 그 기억이 새로워서인지 자신들의 전화로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며 좋단다.

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조그마한 기쁨과 행복의 조각들을 찾을 수 있는 듯...

16 comments:

  1. 저도 해보고 싶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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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emin 님,
    어디 캠핑이라도 가시면 함 해 보세요. 달아서 금방 질려 버리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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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스마트폰에 블로그 리더 앱을 설치해 올드맨님의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 있네요. 진작 했어야 했는데요. ㅎ, 저도 잘 구워진 마쉬멜로 맛보고 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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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꿈의 스웨덴 님,
    그런 스마트폰 앱이 나왔군요. 저같이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구글블로거 Dashboard에 가서 올라온 글들을 읽는 수 밖에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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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도 아이들 데리고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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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글을보니 저 어릴적에 엄마와 집에서 쿠키나 케이크 만들어 먹던 일들이 생각나는군요..ㅎ 가끔씩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는 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유익한 것 같습니다. :)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다보면 그만큼 삶의 단순한 행복감도 잊고 지내기 쉬운 것 같아요.. (나아감과 성취문제도 중요하지만.. 소박한 행복감 사이의 가끔씩은 중재도 필요한 듯요)

    p.s. 그냥 저도 달달한 마시멜로가 먹고싶네요 ㅎㅎ 근데 구워먹어본 적은 없어서.. 더 맛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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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Samuel Kim 님,
    지금 계시는 호주는 한여름이니 캠핑도 가능하시겠네요. ^^ 광활한 자연도 장난이 아닐테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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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Arche 님,
    ㅋ ㅋ 그래요. 우리모두 하늘을, 세상모든 걱정을 머리에 이고 사느라 한눈 팔 시간이 없지요. 사실 가끔 한눈 파는 것도 필요한 것을...

    아, 말랑하고 쫄깃한 원래 마시멜로우에 비해 구운 것은 1. 겉은 약간 바삭거리고 2. 속은 완전히 녹아 씹지 않고 입에 담고만 있어도 사르르 없어진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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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this was very fun. let's do it again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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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I am sure we will have a chance before you head back to C'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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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음.. 로스팅 마시멜로..?
    부럽기도 하고, 낯설기도하고,
    암튼, 이런 문화를 볼때면 새삼 멀리 계심을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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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tomyou74 님,
    우리가 설이면 윷놀이 하듯이 여기 사람들 캠핑에선 이것과 무서운 이야기가 빠지지 않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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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마시멜로를 나름 잘 굽는다고 자부는 합니다만, 아직도 그게 별로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너무 달고, 입 주변이랑 손에 달라붙어서 지저분해지고... 어느새 저도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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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Black and Berry 님,
    ㅎ 여기저기 뭍히고 늘어 붙는 것은 피할 수 없지요. 저희도 어른들은 너무 달아서 몇개 못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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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소소한 행복 하나 찾으신 것, 축하드려요^^
    문득 아이유의 마쉬멜로우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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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Ponder 님,
    감사합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기쁨을 님도 계속 누리시길 소원합니다. ^^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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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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