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2012

다시 새로운 도전

바로 작년 요 맘 때쯤 우리가 속한 교육구에서 제일 큰 고등학교를 맡을 만한 사람이 없으니 좀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임없이 떠 맡았었다. http://oldman-james.blogspot.com/2011/06/blog-post.html

전임자가 해 놔야 될 일 들을 안 해 놓은 것, 하지 말아야 할 일 들을 해 놓은 것이 너무 많아 그것 들을 바로잡고 되돌려 놓느라 많이 힘든 지난 일년을 보냈다. 그런 일년간의 노력으로 인해 이젠 좀 쉬엄 쉬엄, 쾌적하게 일을 해 나갈 바탕이 겨우 마련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

근데 어제 다시 연락이 오기를 우리 집과 가까운 학교들을 맡고 있는 동료직원 하나가 자신이 현재 속한 팀의 구역을 벗어나 현재 내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옮겨 왔으면 하는 의사표시를 메니지먼트에 정식으로 했는데, 자신들도 내가 다시 옮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 해서 연락해 본다는 것이다. 다시 학교를 옮길 의향이 없냐고...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할 필요도 없어 바로 대답을 했다. "Nope!"

지난 번도 메니지먼트에서 사정을 해서 수락을 했고, 고생고생 끝에 이제 좀 자리가 잡히고 할 만 하게 만들어 놨는데 내가 왜 가겠냐고. 주말을 지나면서 생각해 보긴 하겠지만 아마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노라고 이야기 하고 대화를 맺었다.

그리곤 바로 그 직원이 속한 팀의 팀장에게 연락을 해 한 번 만나 식사를 하자고 연락하고 휴일인 오늘 아침 집 근처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왜 그 친구가 그러는지 그 배경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 달라고 하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다른 팀원들이나 학교 교장 교감들 혹은 교직원들과 갈등이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얼마전 사고로 양다리가 절단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 부인도 일을 하는 맞벌이 부부라 점심시간에는 그 친구가 집으로 가서 자신의 점심도 먹고 아들 점심도 챙겨 주면서 잠깐 돌봐 주고는 온다는 거다. 문제는 그 친구의 집이 내가 맡은 학교 근처 인데 반해 정작 일터는 우리집 근처라 편도 25분 이상의 시간(당연히 나도 출퇴근 시 그 만큼의 시간이 걸림)이 걸린다는 데에 있었다. 만일 나와 학교를 맞 바꾸면 그 친구의 집이 직장에서 5분 거리가 되니(나 역시 집에서 5분 거리) 급하게 운전해 왔다갔다 하지 않고도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게 되는 상황.

그 팀장은 내가 이제껏 맡은 학교에서 수고해 얻은 결과를 이제는 내가 누려야 하는 걸 알고 있기에 내가 싫다고 하면 다른 구역을 알아 보겠으니 절대 부담갖지 말라고 한다. 이 팀장은 같은 크리스천으로서 가끔 만나면 서로가 가진 문제를 위해 기도도 서로 해주고, 나처럼 주일학교 교사이자 골수 공화당, 그리고 자녀들에 관한 조언을 서로 주고 받던 사이라 그의 팀으로 가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고, 아내도 그런 일에는 당연히 동의해 줄 걸 알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을 해 줬다.

"그 친구가 그런 상황이라면 더 생각해 볼 필요도 없구먼. 언제 바꿀까?"
"Whoaaatttt! I am so lucky to have you in my team, man!"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의 일은 내겐 신선한 도전이고 차라리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 젊은 친구가 마음편히 아들을 잘 돌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잘 훈련되고 정돈이 된 학교에서 힘 안들게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나 역시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다만 내가 새로 맡게되는 학교들에서 어그러진 것을 재정비하고 10여명의 교장들과 교감들, 그 학교들에 딸린 350여명의 교사들을 잘 협조할 수 있게 길들이고 인격적으로 한사람 한사람 알아 가야만 하는 일(IT담당자가 이런다면 누구나 웃기는 이야기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다. 나의 서비스를 받는 엔드유저를 나는 인격적으로 알고 있기를 원하고 그래야만 진정한 서비스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믿는다)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걸 어쩌랴...

18 comments:

  1. 역쉬! 아름다운 선택 ^^ 그 수고와 노력, 주님께서 아시고 보상해주시리! 기도할께요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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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 사정을 들었다면 누구나 그렇게 결정했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선교사님 위해 기도하고 있답니다. 배탈을 달고 사시는 분이라...ㅋ ㅋ....우간다 물 드시고 배앓이 안 하시게, 가르치시는 족족 학생들이 쏙쏙 이해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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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 팀장님이 자신이 럭키라고 얘기했듯, 저 역시 이런 결정을 내린 올드맨님을 알게되어 엄청 좋네요! 새로 발령받으실 곳에서도 멋진 환경을 만드실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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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 그 팀장이 워낙 사람이 좋아 제가 환영받는 기분이 들도록 그런 대답을 한 게 아닐까 합니다. 예,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좋은 환경과 좋은 관계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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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무튼 참 마음이 좋으시네요. 저같이 각박한 군생활만 한 사람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덕과 겸손으로 뭉치신 결정이니 다음 부임지에서도 잘 하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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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죠. 군이 원래 명령과 절대복종으로 이뤄진 사회라 어떤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런 결정들을 내릴 수는 없죠... 한 번 더 힘과 열심을 내어 부딛쳐 보겠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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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참 잘 하셨어요!
    선하신 님이 제 주위에 계셔 추위에 덜 춥다는 느낌입니다.
    훈풍입니다.ㅎㅎ
    저는 이 말 내 그대들에게 어쩌다 사용합니다.
    탁월한~~~
    진정 탁월한 마음이셨습니다.
    우리가 행하는 크고 작은 결정은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전해진다고 확신하는 저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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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지금 그 곳은 추운 계절이던가요?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이 엄마아빠가 속삭이듯 의견 나누는 모습을 보고는 눈치를 채고 무슨 일이냐고 채근을 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줬더니 안심하더군요. 앞으로는 제 일에 관한 것도 아이들에게 알리고 같이 결정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이젠 다 컸어요. ^^

      이제 거의 다 지나갔지만 남은 좋은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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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뵙지는 못했지만, 어떤 일을 만나도 격파 잘 하실 듯~~~ㅎㅎ
    댁에서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이 가장 축하 할 일이라고 봅니다.
    가족과 더 많이 지내시길!
    자녀들이 다 성장했다는 건 그들이 둥지에서 날아 가는 연습을 다 익히는 중이라는 의미도 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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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아이들이 우리 슬하에 머물러 있을 날이 멀지 않았네요. 깨달음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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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참 귀한 삶을 사시는군요. 시간을 내어 어려운 사정을 알아내시고...장로님을 통해 그분 특별한 은혜를 받으셨군요. 귀한 믿음과 행함 배우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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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한 삶으로 따지면 전 선교사님의 삶이 너무 귀하게 생각됩니다. 홈리스에게 입던 옷을 벗어 입히고 상처를 싸매어 주시는...늘 감동이고 그 현장에 같이 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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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제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입니다.
    더우기 세월이 갈수록 안정은 찾으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요..
    하지만 그 결정이 다른 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선뜻 동의하신 것에 감동을 받습니다.
    가끔 들으는 블로그지만 제겐 큰 힘이 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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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런 사연을 들었다면 어느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런 결정을 내렸을거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자주 들러 좋은 정보가 담긴 글들을 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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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댓글을 남겨 주셔서 어떤 분이신가 궁금해서 들어와 봤는데, 장로님이셨네요^^ 도전되는 삶의 이야기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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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직분만 받고 본이 되지 못하는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들려주셔서 감사드리구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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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오랫만에 들어와봤는데 멋지십니다.
    삶속에 예수님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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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계셨죠? 부끄러울 뿐 입니다. 놀러 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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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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