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2011

27주년

삐지기도 잘 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다투던 연애시절과 20대 신혼시절이 생각난다. 서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삶을 공유하게 되면서 겪게되는 진통이었으리라.

그 이후로는 각자 자신의 모난 부분을 스스로 깍아내기도 하고 상대의 그런 부분을 아프지 않게 깍아주기도 하며 서로가 좀 더 둥글어 지려고 애쓰며 살아온 것 같다. 이제는 서로의 약점과 장점, 버릇과 취향을 속속들이 숙지하고 있으니 내외간에 무슨 실수를 해도 픽 웃으며 서로 덮어주는 쪽으로 가는 것 같고.

그래도 일년에 한 두 번 정도는 서로에게 순간적으로 화가 꽤 나는 경우가 생기긴 하는데, 그럴 땐 마치 약속한 것 처럼 그 자리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그냥 하루 반나절정도를 지낸다. 그리고는 감정이 가라앉은 다음에 솔직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다시 나누게 되고...결국에는 백이면 백 두 사람 다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게 되는 것으로 끝나기에 싸움이라는 게 좀 싱겁다.

누구나 발에 잘 맞고 편하게 신는 신발 한 두 켤레는 있지 않나 싶다. 그것만 신으면 발이 편하고 안락하리라는 것, 아무리 거친 길을 오래 걸어도 물집도 생기지 않고 별 일 없을거라는 확신이 있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까지 27년(내일이면)이 걸렸다.

이런 상태에서 서로를 더 위해주고 아껴주고 싶은데 이젠 거꾸로 남은 시간을 세어 나가야하는 얼마 남지않은 우리의 나이이기에 그 사람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

12 comments:

  1.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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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생을 배우는데는 한평생이 걸린다'는 격언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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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최기영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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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여름아이 summerkid님,
    그런 격언이 있었군요. 정말 맞는 말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다가 끝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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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먼저 추카부터 드리구요...
    저희랑 같은 해에 결혼하셨군요. 이번 12월이면 27주년이거든요.
    요즘같이 이혼에 별거가 흔한 주위사람들을 보면 축하 받을만 하지요?

    부부가 서로에게 best friend가 되면 참 좋겠지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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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샛별님,
    거 참 인연이라면 인연이군요. 그래도 8달 차이면 한참 후배부부네요. ㅋ ㅋ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서로에게 best friends가 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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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축하드립니다. 저보다 많이 선배시군요. 전 작년에 결혼 10주년 이었습니다. ^^ 언제나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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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jinspapa님,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금년이 11년차시네요. 그럼 20년을 향한 힘찬 행군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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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행복한 기념일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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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J.님,
    오랜만에 구글블로거에 들리셨네요.
    예, 잘 지냈습니다. 금년에는 장미도 몇송이 갖다주고 나름 흉내는 냈습니다. ^^
    공부하시느라 수고가 많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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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휴... 27년이나 걸리는건가요? 작년에 결혼했는데 그럼 저는 까마득 하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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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Sophie's Blog님,
    ㅎ ㅎ ㅎ 그럼 '이렇게 좋기만한테 도대체 부부끼리 무슨 싸울일들이 있는지 이해가 안가!' 할 정도로 신혼부부네요. 좋을땝니다. 많이 사랑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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