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2010

26th anniversary

어제 4월 28일이 우리 결혼 2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사무실에 있는 여자 두 사람에게 물었다. 뭐 듣고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어떻게들 하는지 알고는 싶었기에 "너희 남편들은 결혼기념일에 어떤걸 하니?" 했더니 하는 얘기들은 대충 이렇다. 10, 15,20,25, 30…등으로 끊어지는 때는 멕시코, 지중해크루즈등 조금 먼데로 여행을 가거나 보석등의 큰 선물을 해주고, 그렇지 않은 해에는 간단하게 분위기 있는데서 저녁식사를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 아직 아무 계획이 없었으면 더 늦기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장미꽃 한다발이라도 전화 주문해서 아내에게 배달하라는 긴급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하루종일 전전긍긍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고 말았다. 뭘 해도 아내가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할 게 뻔하기에… 오후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우리 26주년인데…” “어머 그러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결혼기념일도 잊고 있었네.” “근데 뭐 특별히 하지 않을껀데…?” “당연하쥐, 우리끼리 그런거 따지거나 챙기지 않기로 했잖아?”하고 돌아오는 아내의 대답이 명랑하고 밝아 고마웠다. 사실 그랬다. 서로의 생일도 그냥 서로 그 날짜를 기억해 주고 말로 축하하는 것으로 대신 했었고, 크리스마스때 조차 아이들, 어르신들 것만 챙기고 서로를 위해서는 생략한다. 넘치는 재정형편도 아니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우리 두 몸뚱아리를 위해 쓰는 것 보다는 주위의 어려운 가족/친지나 이웃을 위해 쓰고 싶은 바램이 우리에게 있기에. 그런데 정말 아내가 섭섭해 하는 마음이 없을까? 정말 그럴거라고 믿고 싶은 내가 바보같은 놈 일께다.

고마운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 내가 어떤 분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받은 큰 축복중  두가지만 말해보라면 하나는 하나님을 알게된 것이고, 두번째는 아내를 만난 것이라고. 정말이다.

8 comments:

  1. 장로님 저희는 결혼기념일이
    4월 27인데요.
    저는 그냥 치즈케익 하나사고
    꽃 한송이 사려다 너무 비싸
    내려놓고 왔답니다.
    두분의 대화는 언제나
    사랑이 넘쳐 좋습니다
    행복하세요,
    가까이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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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님,
    아시다시피 코스코의 장미다발이 싼 것으로 유명하지요. 저도 그걸 들었다가 놨답니다. 참...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모두...

    저희하고 기념일이 하루 차이니 다음 기념일에는 익명님 내외분하고 저희하고 같이 저녁이나 한 번 하지요. 잊지말고 연락주세요. 늘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시는 익명님이 누구신지 알게될 수도 있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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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축하드려요. 저의날과 똑 같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늘 그렇게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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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러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역시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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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는 옆서 모으는게 취미이긴 하지만...
    거창하게 모으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이모네 댁이 캐나다여서 놀러갔다가,.. 그 시절엔 디지털 카메라도 없구,
    옆서에는 정말 경치 좋은 풍경들이 많이 담겨 있더라구요...그래서 100장정도 사왔습니다..모두 캐나다 Ontario 풍경으로만..ㅋㅋㅋ

    해외출장을 1번 간적 있었는데, 그때는 미국이었거든요..새애틀, 오스틴, 덴버...거기 갔을때도 왕창 사온거 같아요..

    신혼여행은 뉴질랜드로 갔었구..거기가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사진을 왕창 사왔더랬죠..

    이후로는 해외 다녀오는 사람들한테, 그지역의 경치가 담긴 옆서 한장을 기념품으로 부탁하곤 합니다..ㅋㅋㅋ

    그래서, 집에 옆서들이 많아요. 제가 전문 수집꾼이 아니다 보니..모은 옆서를 하나씩 사용하거든요...집사람 생일, 발렌타인, 결혼기념일에...
    그래서, 기념일에 옆서로 글쓰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서...아내에게 옆서에 글을 남겨 냉장고나 책상위에 올려놓습니다...어느덧 와이프도 제 옆서 모음 봉투를 뒤적뒤적 하더니 저한테도 쓰더군요...ㅋㅋㅋ

    *너무 아름다운 옆서는 똑같은거 몇장씩 사거든요...최소한 한장은 남겨놓는데, 어느 순간부터 최소한 한장이고 뭐고 없더라구요...아내가 한장밖에 안남은 옆서도 마구 써요..

    제가 오늘 유난히 댓글을 많이 남기네요...

    회사에서 마지못해 머물러 있어야 할 사정이 있어서요..^^*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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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두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 그래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표현과 관심이 상대방을 눈물나게 하지요. 괜찮습니다, 저도 오늘 한가해요. ㅎ ㅎ ㅎ 이런 글들 님 블로그에 올리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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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댓글 감사드립니다. 장로님.
    하나님을 만난 것이 인생의 최대의 축복이고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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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지요? 영국에서 학업 중 이신 것 같은데 건강 잘 챙기시구요. 하나님만 바라보다 보면 배우자도 하늘에서 뚝 떨이질 거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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