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2010

Goosebumps

지난 토요일, 큰 아이의 전화를 받고 있는 아내옆에서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들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악” 하면서 울상이 되는데 큰 아이가 어딘가에 귀를 부딛쳐 피가 났다는 이야기다. 순식간에 소름이 끼치면서 팔에 닭살이 돋았다. 나와 별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면 사망소식에도 별로 그런 신체적 반응이 오지 않다가, 아이가 다쳤다니까 그러는 걸 보면 피를 나눠준 아이들이 (두째나 막내가 다쳤을 때도 늘 그랬다) 나/우리에겐 특별하고, 귀하긴 귀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기숙사에 가 있는 큰 아이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아내에게 주일 오후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좀 사 가지고 아이보러 갔다오자고 했더니 아내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고 한다. 맘속으론 아이를 놀래키고자 하는 짓궂은 생각도 있었고…

하지만 왠걸…바로 그 토요일 밤 9시쯤. 둘째가 밖에 웬 차가 한 대 서있는데 이상하니 좀 나가보라고 한다. 문을 열자마자 “짠”하고 큰 놈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 오면서 나한테 안긴다. 쿵쾅쿵쾅 뛰어 들어가서는 지 엄마도 안아주고. 차 가진 친구가 집에 오는길에 묻어 왔다는 것이다. 참 이상도 하다…아내와는 가끔 ESP(Some people can communicate using monocookie also known as ESP. Where one knows what the other is thinking without speaking aloud-Wikipedia)가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딸도...? ㅎ ㅎ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아이들과 뒹굴뒹굴 자고, 먹고, 보고, 자고, 먹고, 보면서 먹고 하며 일요일 오후를 푹 쉬면서 보냈다. 저녁엔 피자가게에서는 맛 볼 수 없는 피자 2가지를 온갖 재료를 넣어 큰 아이가 만들고, 아내가 아이들 좋아하는 돼지구이를 해서 먹고는 큰 아이를 다시 그 친구에게 딸려 보냈다. 짦은 만남이라 아쉬웠지만 보고 싶던 아이를 보고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다행히 귀는 크게 다친 건 아니였고. 무슨 머슴아 처럼 약도 안 바르고 그냥 딱지가 되게 말려서 왔길래 약을 발라주긴 했다. 제발 어디 아픈데 없이 잘 자라서 층만한 삶을 살아다오, 얘들아!

p.s. 저녁시간내내 아이들과 본 것은 디스커버리의 Life라는 최근의 기록영화였는데 온갖 희안한 물고기와 새들을 보여줬다. 해설자의 목소리가 "Oprah (Winfrey)"같다고 하니 아이들이 멈칫 하면서 눈만 한 번 동그랗게 뜨고 반응들이 없이 넘어간다. 나도 겸연쩍게 넘어가고. 한참을 있다가 둘째가 갑자기 까르르 웃기 시작하면서 "아빠, 아까 Oprah라고 한 거였어? 하하 우리는 "Opera"라고 들어서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했는데. 이제야 알았어!"한다. 큰 아이와 아내도 배꼽을 잡고 깔깔. 아무리 오래 노력해도 우리는 2세와 같은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이런데서 느낀다.  ㅡㅜ

6 comments:

  1. This entry made me laugh! I'm glad I got to come home and relax with everybody too. Don't worry next time when I get hurt! Sorry to worry you about my ear :) thank you for putting medicine on it. I'm so thankful I have wonderful parents and siblings. Even watching that discovery show was fun, and I will not forget the Oprah joke haha! Love you, see you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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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느 가족이나 그렇듯이 온 가족이 모두 건강해야 행복한 것 같아요. 한 명이라도 아프고 다치면 너무 힘들어요. 특히 애들이 그러면... 그리고 잔잔하고 다정스러운 가족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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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Hey, pumpkin!

    I am so glad that you were able to spend some time with us.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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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eni님,

    맞습니다. 아이들이 아프면 엄마들이 더 아파하겠지요? 몸으로 낳지 않은 아빠도 닭살이 돋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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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랫만에 들러서 훈훈한 가족의 얘기, 잘듣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늘...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좋은 일중의 하나지요.
    장로님이 그렇습니다. 저도 거의 매일 멀리 떠나 있는 아이들과 전화를 하지요.
    다음달에는 큰애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둘째애는 대학을 졸업한답니다.그리곤 직업을 가져야 겠는데 미국의 경제가 말이 아니어서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하나님께서 준비해 주실 줄 믿고 기도하며 기다리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이웃으로 함께 하심에...
    늘 행복하신 가정,축복이 임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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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hespiritofcorean 님,
    우리 부모들의 걱정은 언제나 끝이 나는 걸까요? 자녀들이 교육을 마치게 그렇게 애쓰셨는데 또 다른 걱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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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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