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2010

우연?

지금도 뭐 그리 나아진 상황은 아니지만 먹고 살기가 몹시 힘든 때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 하던 가게가 바로 코 앞에 경쟁가게가 생기는 바람에 거의 문을 닫게 되었다. 그래서 과외로 시작한 것이 컴퓨터교육 및 판매였다. 집의 차고에 형광등조명도 달고, 벽에어콘도 달고, 바닥도 먼지 안나고 걸레질도 가능하게 반질반질해지는 폴리우레탄페인트로 바르고, 탁구대를 책상으로 삼아 의자 6개 놓고, 벽에 칠판을 다는 등 교실로 개조. 기본적인 컴퓨터사용법과 워드나 액셀등을 매일 밤 가르치며 한편으론 컴퓨터를 조립해 팔거나 작은 회사나 사무실에 LAN(작은 네트워크)을 구축해 주는. 그 당시에 열심히 배우고 나중에 추가로 더 공부해서 지금은 워싱턴의 어느 회사에 취직해 전문네트워크관리자로 일하는 엄마도 있다고 하니 지금에사 느끼는 보람은 있다.

하지만 수입은 보잘것 없어서 그 당시 컴퓨터 한 대 조립원가가 $1700 정도였는데 $2000에 팔면 $300정도 남기는 그런. 그것도 가정을 방문해 설치해 주고, 사용법을 보여주고, 나중에 몇 번 더 불려가서 추가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나면 이게 남는 장사인가…하는 회의가 들곤 했다. 가게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게 되면서 생활이 도저히 되지 않는 중 어느 날 컴퓨터 주문이 들어왔다. 그것도 2대가 동시에. 문제는 조립할 파트를 구입하는데 드는 돈 $3400이 없는 것이었다. 어디가서 손 벌리기는 싫고 며칠을 혼자 끙끙댔다. 그래봤자 돈 나올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주문한 사람들은 언제 배달이 되느냐고 계속 전화를 걸어오고…

한 가지 길 밖에 없었다. 무릎꿇고 기도하는 것. 며칠 후 아내가 은행에서 온 월거래내역보고서를 보면서 나에게 물었다. “누가 자기에게 온라인으로 돈 보낸 적 있어?” “왜?” “응, 여기 $3500 이 들어와 있네?” 설마… 하면서 들여다 봤더니 확실히 $3500이었다. 부리나케 은행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봤다. 막상 전화가 연결되니 잠시 갈등이 일었다. 이걸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말아야 하나...이거 지금 나 한테 꼭 필요한 액순데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그래도 내 돈이 아닌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했기에 말을 꺼냈다. "저...그 돈 저나 다른 사람이 입금한 적이 없는데요...혹 귀 은행에서 가끔 이런 실수가 생깁니까...?" 행원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곤 누구한테 물어보는 모양이다. 전화너머로 다시 행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몰라도 그 돈은 고객님 돈입니다. 제 상사에게 알아본 결과 만일 저희 쪽의 실수라 하더라도 지금은 확인 불가능이니 고객님이 집행하셔도 된답니다.” “…….”

아내가 볼까봐 가게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한참을 꺼이 꺼이 울었다. 정말 떳떳하게(?) 인출을 했다. 온라인 송금료를 제한 $3400이 정확히 내 손에 들어왔다. 아직도 어렵고 힘들 때마다 이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또 구한다. 믿고 구하는 자녀들에게는 한 없이 주시는 그 분이기에…우연과 실수를 가장해서라도…정확하게…그것도 내가 구하기도 전에 이미 아시고(한 달에 한 번 오는 은행내역서는 기도 후 받아봤지만 입금은 그 전에 이루어져)...

8 comments:

  1. 저도 20대 젊은 나이에 컴퓨터 조립해서 팔고, 가르치고... 등등의 일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게임 개발회사의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후에라도 다시금 그런 일을... 내 일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때 많은 경험을 해 봤기에 지금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경험보다 좋은 것을 없지요...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ReplyDelete
  2. 아멘입니다. 아멘...
    할렐루야....주를 찬양하나이다.
    믿고 구하니 들어 주시는 하나님,
    늘 주님은 그렇게 함께 하시더이다.
    이 아침에 장로님의 간증,
    감사입니다. 늘 건양하시길 기원드립니다.

    ReplyDelete
  3. 웃는 남자?님,
    맞습니다. 그때 그 경험이 있으셨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으신 거겠죠. 저 역시 그렇고. 잘 준비하셔서 자신이 해 보고 싶으신 일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plyDelete
  4. thespiritofcorean 님,

    그렇습니다. 늘 감사한 일 뿐입니다. 건강하세요!

    ReplyDelete
  5.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은 말 보다 눈물이 먼저 나오지요. 오늘 들은 저희 교회 목사님의 설교 말씀과 oldman님의 글, 감사합니다.

    ReplyDelete
  6. 정말 그렇더군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눈물이, 고마와서 놀라와서 오히려 통곡이 나왔었더랬지요. 주일설교에 관한 님의 글에 저도 역시 많은 공감을 하고 왔습니다. ^^

    ReplyDelete
  7. 정말 주님은 우리의 사정을 속속히 아시는것같아요..
    가슴 찡한 이야깁니다..

    ReplyDelete
  8. 모든 걸 다 아시는 분, 정말 든든하죠?

    ReplyDelete

반갑습니다!

댓글을 남기시려면 작성자 선택 시 Google계정등으로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시면 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Hi!
If you would like to leave a comment, please log in with your Google, WordPress, or AIM accounts. If you don't have one, please choose the option '이름/URL', then put your name or nickname in '회사명' leaving 'URL' bl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