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2012

늙어감 = 아름다움

오늘 새벽예배 성경본문 교독시간에 성경을 펴고 나서야 돋보기를 안 가져왔다는 걸 알았다. 간유리를 통해 보듯 부옇게 퍼져 전혀 읽을 수 없는 글자들… 앞에서 나만 뚫어져라 보고계신 듯 한 목사님, 근처에 있는 교인들 눈치 챌까봐 난감한 기색을 감추고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찾는 척, 읽는 척. ㅋ ㅋ 운전하다가 어디서 전화가 와도 돋보기를 걸치기 전엔 전화에 찍힌 번호나 이름을 읽을 수 없으니 그것 역시 답답하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늙는 증세가 가속화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요즘. 이제 8월이면 official하게 오십이고 오십이면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뜻을 이해한다는지천명(知天命) 인데 난 과연  하늘이 나에게 주신 사명/뜻 을 알고 있는가… 정말 그러고 싶다.

난 머리를 짧게 잘라 새치가 눈에 잘 안 띄지만 그 수가 적지 않고 아내도 역시 머리에 희끗 희끗함이 묻어 있다. 흰 머리에 관한 한 아내와 나의 의견에 차이가 있는데 난 그대로 가자는 쪽이고 아내는 염색을 해서 감춰야 한다는 쪽이다. 솔직히 아내의 늘어난 흰 머리가 내겐 아름답고 멋지다. 아내가 지난 번 둘째가 해줘서 처음 염색을 했을 때 말은 안 했지만 조금 화가 나기도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내가 아내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배우자나 다른 사람들 에게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능이지 않은가. 그 사람의 아름다움은 흰 머리를 감추는 것이고 난 그냥 놔두는 것인 걸 어찌하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머리가 백발인 노부부가 손을 잡고 지긋한 웃음을 머금은 채 오손 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는 모습이 나에겐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진 광경이다. 그리고 그 노부부가 함께 헤쳐 온 그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깊은 주름살들이 이마에 새겨져 있다면… 그건 더 화려하다. 그래서 나에겐 몸 여기 저기가 삐걱거리거나 눈이 잘 안보이는 등의 불편함은 있겠지만 늙는다는 것이 두렵거나 싫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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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쓴 글

27 comments:

  1. 아직 젊다면 젊지만, 선생님의 글에 동의합니다. 저는 가끔 빨리 늙어서 백발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는데 말씀하신 아름답고 멋진 광경이 제 머리 속에도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런 모습이 나오려면 오늘 좋은 태도로 살아야지 생각해 봅니다.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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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시군요. "오늘 좋은 태도로 살아야지"는 정곡을 찌르시는 말씀입니다. 저희 내외도 잘못 늙어 추한 늙은이들은 되지 말자 하고 늘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고 아무리 화 낼 일을 당해도 이해해 주고 받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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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제 블로그에 이름 모를 댓글이 달려, 너무 신기한 나머지 선생님 블로그를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글 많이 읽고, 많이 배워 갑니다. 종종 들러 선생님 소식을 접하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하며, 좋은 댓글 또한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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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 들러 주시고 부끄러운 글들을 좋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놀러 가겠습니다.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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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른 글들을 읽고 다시 돌아왔더니 제글에 대한 댓글이 달려 있네요. 가르침에 대한 보답으로 선생님께 조그마한 엽서를 보내고자 합니다.
    gonjeon@gmail.com
    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쪽으로 선생님 주소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다면 알려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감사합니다.
    전충곤 드림. in Stock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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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일을 통해 주소 잘 받으셨는지요? 그렇지 않아도 여행다니는 사람으로 부터 엽서를 받는 분들을 보면 부러웠는데...앞으로 매일 우체통을 들여다보게 생겼네요.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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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동안 써오신 글들에 묻어나는 세월의 향기에서 인생의 경륜을 느끼며 님의 나이를 가늠해 왔었는데.. 생각보다 안old 하시네요..^^
    '건강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도 있듯이 눈 건강에 좀 더 신경쓰시구요~
    염색을 해서 감출수 있다면 아직은 젊다는 얘기겠지요.. 아직은..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아름다운 백발이 더 자연스럽게 어울릴 때가 올겁니다..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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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기 젊은 애들이 친구들하고 이야기 할 때 자기 아빠를 두고 'my oldman'라는 은어를 많이 씁니다. 가끔 큰 아이의 블로그(http://vafoodhead.blogspot.com/)에 댓글을 달고 싶을 때 'dad'라고 하면 그 아이가 친구들이 주로 오는 자기 블로그에서 '대외적으로' 좀 창피해 할까봐 쓰려고 'oldman'이라는 구좌를 만들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사용하는 아이디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뭐 일부러 나이 많은 척 하려는 건 아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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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나이듦에 대해 쓴 글이 첫 페이지부터 있네요 oldman님..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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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갑습니다. 제가 님의 블로그를 방문했었던가 보뇨? 혹, 필명을 '아르미아'로 쓰시는...? 역 링크가 걸려있지 않네요. 역링크가 되면 제게 방문하시는 블로거들께서도 님의 뜰을 거니실 수 있으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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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it's time for a post in english. haha. nice hair photos. i hope you're not writing about ajjumah's hair.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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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y!!! What a pleasant surprise! Yes, it's about her and her beautiful gray hairs...lol
      Is everything going ok for you? I like your photos greatly and am so proud of you, Eu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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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Dear Oldman!!!
    Thank you so much for translating our post on babytae!!! Any old time you want to translate, feel free!!! We try to translate and usually come up with something that doesn't make a lot of sense to us. Where do you live, in Korea or here? Thank you thank you for your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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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garet,
      Thank you for visiting my blog even though you get no pleasure out of reading my postings! ;-)
      I do not mind visiting your blog every once in a while and translating whatever the comments Mr. Kang leaves on your entries.
      Yes, I am living in Richmond, VA. It would be my joy to watch Tae gr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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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도 흰머리가 제법 많아 염색을 하는데, 언젠가는 그대로 두리라 마음 먹고 있어요. 아마 65세 넘어서...ㅎㅎㅎ 제대로 된 아름다움을 아직 모르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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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닙니다. 남자건 여자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웬만하면 염색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게 정상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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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신변 잡기와도 같은 제 블로그에 가족 외의 첫 손님이셨습니다.
    아직 글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함께 생각할 것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제 블로그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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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의 글들을 보는 기쁨이 제겐 몹시나 큽니다. 물론 얻는 것도 많고. 일본에 계신 듯 한데 앞으로 태평양건너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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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oldman님!
    제 필명은 아르미아는 아니옵고..^^
    저에게 역링크가 무엇인지 친절히 알려주고 싶지 않으시온지? 역링크의 '혜택'에 구미가 당기네요.
    아, 제가 블로그에 나이드는 것에 대해 쓴 포스팅 댓글 남기신 것 보고 답방했다가 댓글 남겼던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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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그렇군요! 보통 여기에 댓글을 남기시는 분들의 필명에 클릭하면 그 분들의 블로그로 바로 갈 수 있게 되어 있잖습니까? 그런데 님의 필명을 클릭하면 아무데도 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혹 Dashboard로 가셔서 보이는 Settings/Publishing에 "BlogSpot Address"가 실제 님의 주소인 http://skidolma.blogspot.com/ 로 바로 입력이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떠신지요. 저야 님의 블로그를 Follow하고 있으니 다시 방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가실 수가 없게 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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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이제 링크가 제대로 작동하는군요. 쓰고 계시는 블로그가 여럿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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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전 나이가 많진 않지만...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봅니다..

    앞으로의 날들이 어떻게 될까?...
    시간이 지나면, 눈이 잘 보이지 않겠지?
    머리도 많이 빠지겠지?

    20대 중반을 정점으로 제 몸은 점점 안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지요..아마도 누구나 그럴꺼에요..

    그러면서도, 항상 생각하는게... 그냥 생긴데로 살자 입니다..
    제가 집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할때마다, 집사람은 그렇게 못하겠다구 하더라구요.ㅋㅋㅋ

    저도 예전에는 외모나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없어지는 것같은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이 저를 보기 좋게 만드셔서, 이런부분에 대해 별루 고민없이 살아서 그런가봅니다.ㅋㅋㅋ. 대단한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죠(너무 뭐라하지마세요ㅋㅋㅋ). 우리 딸내미들도 그런 감사함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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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 여성은 아무래도 '생긴대로 살자'가 용납이 안되지요. 그게 도리어 자연스러운거고요. 그렇지 않아도 처음 프로필사진을 뵈었을 때 참 잘생긴 분 이다 라고 생각했고 자녀분들도 예쁘더라고요. 맞아요.그거 축복 맞습니다. 이렇게 댓글이나 답글을 달 때마다 위에 댓글을 이미 다신 분들께 copy가 이메일로 모두 전송되는데...이런 이야기 해도 이해해 주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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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좋은 말씀 잘 듣고 갑니다. 아마도 세대 자체가 '낀세대'인것 같습니다. 두개의 가치관 사이에 끼어버린...저는 우왕좌왕세대 라고 가끔 생각하곤 하지요~ 머리카락하나에서도 참 따스한 정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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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같은 감정을 자주 느끼는데...공유하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 자주 오가도록 하지요. ^^ 따스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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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just dropping by to say hello and wishing you a wonderful christmas!! and I will be back in your blog for wish a happy new year too :)

    I wish you hapiness and healthy for you and for your family! Merry Christmas!!

    Yasemin

    (about white hair, I think is a good thing to have them, having white hair is like a sign of wisd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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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ey, Yasemin!

      Thank you! Wish you and your family a very merry Christmas and a prosperous new year as well!

      (Yes, I definitely agree with you and that's what this post is 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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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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