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6/2012

지난 며칠간의 단상

i.
직장으로 부터 이번에 새로 나온 iPhone 5를 받았다. 여지껏 쓰는 개인용 Droid Razr가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전화를 며칠 써보니 좀 과장해서 '속아 살았다'는 느낌이다. 뭐 전체적인 성능은 아직 비교해 볼 시간조차 없었지만 평소에 Droid Razr를 쓰면서 "아이씨 이건 왜 이런 기능이 없는거야!" 하던 것 들을 차분히 모두 해결해 놓은 전화가 iPhone 5라는 생각. 대표적인 예가 회의나 교회예배중 깜빡잊고 소리를 죽이지 못했을 때. 소리를 없애기 위해 버튼을 두세번 누르지 않아도 되게 이녀석은 자그마한 스위치를 만들어 놓았다. HD화질의 비디오녹화도 깔끔하고, 나같이 뇌세포가 2/3는 이미 굳어버린 꼰대들이 쓰기에도 어렵지 않게 메뉴가 되어있고.

ii.
매년 이맘 때면 작지만 내가 담당한 학교들을 청소하시는 분들의 성탄선물을 마련해 드린다. 이번학기 들어 일하는 지역을 다른 직원과 맞바꾸느라 학교갯수가 늘어서 금년엔 선물이 28개. 최선을 다해 청소하는 이분들 노고 덕분에 내가 청결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생들을 위해 학부모회나 교육부에서 시끌벅적한 년말잔치나 선물을 해 줄 때 이분들은 눈에 띌세라 안보이는 곳에서 숨어지내시기에 이분들도 마땅히 누군가로 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


iii.
막내가 권투를 갔다 오는 길에 심각하게 털어 놓는다.

"아빠, 너무 허탈하고 허무해."
"왜? 뭐가 그리 허탈해?"
"무슨 목표와 기대를 갖고 지내다 그것을 이루고 나면 허무하고 또 다른 목표와 기대를 가져야 하기에 세상이 뭐 이런가 싶어."
"음. 예를 들면?"
"지겨운 학교에서 집에와서 쉴 생각만 하다가 막상 집에 와서 얼마간 있다가는 잠자고 나서 또 학교로 가야 한다는 것. 아빠가 준비하는 맛있는 저녁을 잔뜩 기대하면서 그 생각으로 하루를 버티다가 그 저녁을 먹고나서 배가 부르게 되면서 느끼는 허탈함. 뭐 그런 것들 말야."
"응, 아빠도 네 나이때는 그랬어. 그래서 훌륭한 사람들은 늘 '큰 꿈과 목표를 가져라!' 그러쟎아. 그래야 작은 목표와 기대가 금방 이루어져도 더 큰 꿈을 바라보고 허탈해 하지 않을 수 있는 건가봐."

뭐 이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럼 내 꿈과 목표는 뭐냐고 아들놈이 물어 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

8 comments:

  1. "그럼 내 꿈과 목표는 뭐냐고 아들놈이 물어 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
    이부분 읽고 순간 피식 했습니다. ^^;;
    저랑 같은 고민을 하시는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뭐라고 말해야죠?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거? 이런 추상적인것 말고, 진짜 제가 하고 싶은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그냥 막살고 있는건 아닌지..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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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 ㅎ 말씀하신 가족건강과 행복한 삶 만큼 중요하고 큰 목표가 어디있겠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거창하고 큰 목표는 없었던것 같네요. 있다면 남은 나이를 헤아리기 시작한 요즘 하나 둘 씩 늘어가기 시작한 Bucket list가 생겼다는 정도. 그저 작은 바램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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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 아직 iPhone 4S 를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단점도 좀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구나 저같은 Windows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나 분명 편리하실 듯.

    2. 이번에는 많은 선물이 보이는군요. 정말 감사를 실천하시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3. 그런데 정작 권투에 관한 이야기는 없군요. 그럼 권투는 끊임없는 목표와 기대를 갖게 한다는 것인지... 아버지로서 하실 말씀은 아들은 그런 것들을 찾을 나이고, 나는 그 목표와 기대를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시는 것이 (하시는 봉사와 더불어) 가장 어울리실 듯 합니다. 저는 아직 젊어서 그렇게 느끼질 못하지만, 인생의 목표라 생각하고 시작한 공부가 주는 허탈함은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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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시 기존사용자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거겠죠. 게중 많은 배려가 눈에 띄는 제품인것 같아요.

      숫자가 작년보단 많아졌죠? 근데 내용물은 줄어 들어 조금 미안하지요.

      참 그렇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저도 할 말이 많이 있네요. ^^ 뭐 공부라는게 끝이 없는 것이니 학위취득후 그냥 멈추지 않고 계속 파고 드실 분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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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iPhone5가 한국에 출시되어 사려고 하는데, 참고해야겠습니다.허허허;

    간만에 소식 접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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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pperY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분명 한계와 고쳐야 할 점들이 있는 건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몇 안되는 전화들을 사용해 본 저로서는 현재까지 다른 전화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 수준이네요. ^^ 다시 글로 마주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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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며칠 전에 Warrior(워리어)라는 격투기 영화 보면서 아드님이 연상 되었어요.
    운동은 잘 모르지만 성장기의 청년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운동은 그럴 것 같아요.
    살살 치고 살몃 맞지는 않죠.
    미리 맞는다 여기면 금과옥조 아닐까요?
    지인 중에 출판기념회 하고 나면 엄청 허탈함을 느끼는 분 계십니다.
    저야 워낙 단순한 사람이라 뭐든 좋은 게 좋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허탈을 느끼는 분일수록 실패가 없더군요.
    훌륭한 아드님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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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그 영화에 클릭을 할까 말까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들녀석과 함 봐야겠네요.
      그렇게 좋게 해석하여 주시니 감사할 뿐 입니다. 출판기념회라는 게 큰 이벤트임은 분명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출판하기 전 글을 써내기 위해 긴 시간 출산의 고통을 견뎌내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은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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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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