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2011

파스타

엄마가 일찌감치 잠이 드셔서 오늘은 병실을 좀 일찍 떠났다. 퇴근하면 가게로 가서 아내와 같이 일을 하다가 같이 집으로 오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지난 2주간은 내가 병원으로 곧장 가는 바람에 아내가 문 닫는 시간까지 혼자 일하느라 많이 힘들었으리라.

그런데다가 집에 오면 밥을 차려서 아이들과 날 먹여야 하고, 청소/ 빨래도 해야하고,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숙제(특히 수학)를 돕기도 하니 밤 11시나 되어서 모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축 처진 몸으로 우리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땐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오늘도 집으로 향하는 도중 “오늘저녁은 뭘 만들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있을거고, 마땅히 대책도 없을 게 뻔하다. 해서 오늘 저녁은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서 내가 준비해 보기로.

Garden Rotini

Penne Rigate
 일단 아내에게 오늘 저녁걱정은 말라고 전화를 해 놓고, 팬트리에 박스에 든 여러가지 마카로니가 보여 이거다 싶어 다른 재료를 찾아봤더니 Alfredo소스와 비슷한 Roasted Garlic Parmesan소스라는게 있고, 냉동실에는 다듬고 썰어놓은 모듬야채, 날새우가 있어 이거면 됐다 싶은 생각에 저녁시간에 늦지 않도록 얼른 준비를 시작했다.


Roasted Garlic Parmesan 소스.
Alfredo소스와 맛과 색이 비슷
1. 우선 큰 냄비에 마카로니 두 가지(Garden Rotini라는 울긋불긋하고 꼬불꼬불한 야채마카로니와 Penne Rigate라는 음료수빨대를 비스듬히 뚝뚝 잘라놓은 것 같은 마카로니) 16온스 정도를 바다소금 조금과 함께 물을 많이 넣고 끓이기 시작. 15-20분.
  
 2. 프라잉팬에다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썰은 양파 1개, 으깬 마늘 조금, 날새우 60-80(1파운드에 60에서 80개 정도 되는 거니까 중간사이즈)짜리 16온스를 같이 넣고 볶기시작. 소금 후추 간을 조금 하고 다 익히지 않고 반만 익힌다.

3. 브로컬리, 칼리플라워, 당근으로 된 냉동야채 16온스는 마이크로웨이브에 5분 정도로 해동을 시키고.



Pepper Jack Cheese
 4. 다 익은 마카로니냄비의 물을 완전히 찌워내고 마카로니만 남은 냄비에 프라잉팬에서 볶은 것들, 해동된 야채, 병에 있는 Roasted Garlic Parmesan소스 16온스를 모두 넣고 중간정도의 불에 잘 섞어 준다.

 5. 이제 다 됐나 싶었는데 맛을 보니 너무 싱겁다. 그래서 냉장실을 보니 Pepper Jack치즈가 있길래 그거 서너장을 넣고 잘 저어주니 녹으면서 간도 맞고 맛도 더 나는 것 같음.

아내가 집에 도착할 즈음에 준비가 끝났고, 까탈스러운 막내녀석이 무슨 Sommelier가 와인을 테스트하듯 몹시 의심스런 표정으로 그것도 한 입도 아니고 반 입만 먹어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난 속으로 “이눔아, 맛이 없어도 그것밖에 먹을게 없거덩?" 했다. ㅎ ㅎ

나름 윤기있어 보이는 완성품.
위의 재료로 한 5인분 정도 나온 것 같고 Garlic bread를
구워 같이 내어 놓으면 더 좋을 듯 싶었는데 아쉽게도
냉동실에 그것만 없네. ㅡㅜ;

8 comments:

  1. 하얀소스 파스타하실땐 마늘을 듬뿍 넣는것이 비결이라면 비결 :) 하얀소스 파스타할때 저는 베이컨을 잘게 썰어서 볶은다음 기름 쏙 빼서 넣어요. 물론 다진마늘을 듬뿍 넣구요. basil 을 넣으면 향도 좋구요.소스에다가 새우,베이컨,마늘 넣고 푹푹 끓인다음 면 위에 부어먹어도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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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oyce★ 님,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네요. 베이컨 생각은 못해 봤는데 맛을 더 나게 할 듯 싶군요. 아, basil과 oregano는 기본으로 넣었습니다. ^^ 주말이면 마늘을 듬뿍 넣었을 텐데 아이들이 다음날 학교가서 마늘냄새 땀시 눈총받을까봐 조금만 넣었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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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굉장히 먹음직스럽게 보이네요!
    그런데 이런 복잡한 것을 다 만드시고 대단하십니다. 무엇보다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젤로 와 닿네요. 과연 내 남편에게 이런걸 얻어 먹어볼 기회가 내 생전에 있을까 생각해 보니, ㅎㅎ 아쉽게도 고개가 좌우로 저어지네요~
    글 조금씩 읽어 나가는데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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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샛별 님,
    대부분의 남성들은 라면 정도는 끓일 줄 알지요. 사실 그것보다 몇 번 더 손이 갈 뿐입니다. ^^

    야채도 다 다듬어 썰어 넣은 봉지제품, 새우도 다 까서 내장청소까지 해놓은 것, 소스도 병에 들은 것, 뭐 이런 것들로 하니 봉지 자르고 뚜껑 열고 하는 이외의 품은 안 드니 정말 쉽습니다. ㅎ 허접스러운 글 읽어 주시니 감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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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언제 한 번 큰 맘 먹고 도전해볼까 핮니다.
    그런데 누군가 "언제 한 번"이란 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
    언제 한 번 밥 같이 먹자, 언제 한 번 우리 집에 부를게, 언제 한 번 술 한잔 하자, 언제 한 번 같이 가지 뭐 이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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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lack and Berry 님,
    ㅋ ㅋ 그럼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겠다는...^^

    생각난 김에 만들어서 서브해 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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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맛있어 보이네요. 그래도 한국 음식이 만들기엔 더 쉬운 것 같아요. 김치만 넣고 끓이면 모든 재료와 다 어울리고 간도 적절하게 된다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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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최기영 님,
    아 그야 그렇죠. 세상 어느 음식이 김치찌게 된장찌게를 따라오겠어요? 전 집사람이 좀 더 자주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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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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