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ooaaat????!!!!!!!

어제 한 국민학교를 들려 넷트웍 기기를 점검하던 중 이었다.

바로 옆방의 문이 열려있길래 무심코 들여다 보니 한 5 갤런 정도 되어 보이는 투명플래스틱 병이 2개 있고 그 하나의 안에는 string bean이, 다른 하나에는 난생 처음보는 시커먼 것들이 담겨 있었다. 껍질을 기계로 벗겨 다듬어 놓은 것 까지는 알겠는데 다가가서 돋보기까지 걸치고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 봐도 그 정체가 파악이 안 됨.

일을 마치고 서버실을 나오면서 교장과 마주쳤길래 도대체 저게 뭐냐고 물었다. 그녀가 신이나서 설명하기를 인근에 있는 농장에서 자기네가 생산하는 야채나 과일 두가지를 아이들 학습용으로 2주 마다 한 번씩 보내준다고. 이번에 온 저 시커먼 것은 purple carrot인데 색깔이 너무 칙칙해 “ugly’라고 하며 아무도 안 가져 간다고 한다. 주말이라 버려야 하니 필요하면 좀 가져가라고 하면서, 달라지도 않았는데 비닐봉지에 막무가내로 집어넣기 시작. 나도 재미로 좀 가져가 볼까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고 해서 그냥 받아왔다.

집에 가지고 와서 칼로 잘라 단면을 보니 정말 진보라색인데 눈감고 먹으면 그냥 당근이라고 할 정도로 맛은 똑같다.

한 사이트(http://www.carrotmuseum.co.uk/maroon.html)에 보니 이 purple/maroon carrot이 근래에 나온 신종이 아니고 기원전 2000년경에 그려진 이집트벽화(그럼, 모세도 이 당근을 먹고 자랐다는...?)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오래 존재해 왔고 아프가니스탄, 이란, 파키스탄등 중동지역에서 주로 길러져 왔다고. 오히려 우리가 지금 보통 먹는 주황색당근은 16세기 이후에나 보이기 시작한 변종일 거라는 이야기도 한다. 이 보라색 당근이 아프가니스탄 황실의 의복을 염색하는 데에도 쓰였다고 해 얼른 화장실로 뛰어가 혀를 낼름 내밀고 거울을 보니 “뜨억” 혀가 온통 진보라색으로 변했다. 맛 보느라 한 개 씹어 먹었더니...

특기할 점은 이 보라색을 띄게 하는 물질에 항산화성분(antioxidants)과 항염증성분(anti-inflammatory)이 주황색당근의 28배나 있다는 것. 실험에서 쥐에게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16주를 먹여서 고혈압이 생기고 심장, 간에 손상이 올 정도로 비만쥐로 만든 다음, 다음 8주간을 똑 같은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먹이되 이 보라색 당근쥬스를 섞여 먹었더니 놀랍게도 모든 수치와 장기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뭐, 이 정도면 한국에서 약이나 대체식품으로 만들어 "만병통치" 혹은 "기적의 다이어트"등의 단어를 사용해 가면서 떠들썩하게 팔고 있음직 한테 아직들 잘 모르는지…

집에 돌아와 식탁에 놓인 이 보라색당근을 난생 처음 보는 식구들 마다 모두 같은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Whoooaaat????!!!!!!!”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