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2011

보이지 않는 힘

엄마가 입원하신 후 처음 몇 밤엔 내가 입원실을 나서려고 할 때 울먹이시면서 많이 서러워하셨다. 말도 안 통하고 낮설은 곳 이라서 그러셨으리라. 그 모습이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서 잠자는 시간외엔 곁에 있어드리고 싶다. 번갈아 병상을 지키는 다른 가족들이 주일엔 좀 쉬고 싶어 하는듯 해 지난 3주간 주일만큼은 하루종일 병원에 있는 중.

예배참석이나 주일학교 가르치는 일, 그리고 교회버스운전은 교회에 사정을 미리 말씀드리긴 했는데 주일학교 우리반 아이들이 제일 맘에 걸린다. 내 슬하의 아이들 만큼이나 ‘내 새끼’로 마음에 둔 아이들이기에… 이번 주중에는 카드라도 보내서 미안하단 얘기와 함께 그래도 선생님이 너희들을 잊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해 줄 생각이다.

얼마전 희안한 광경을 봤다. 병원 1층의 메인 출구에선 퇴원하는 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병원의 방침인지 꼭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고 자원봉사자들이 밀고 나와 환자가 차에 무사히 오를 때 까지 도와준다. 그때 내가 목격한 환자와 자원봉사자도 크게 다를바 없이 휠체어에 타고 뒤에서 밀고 나오던 중. 무심코 지나치다가 그림이 좀 이상하다 싶어 뒤를 다시 돌아봤다.

휠체어에 앉은 환자는 젊고 건장한 아저씨, 뒤에서 미는 자원봉사 할머니는 휠체어 높이보다 겨우 조금 큰 키에 등이 몹시 구부러졌는데 이 할머니 코에 뭘 뒤집어 썼다. 산소호흡기! 산소통은 휠체어손잡이에 턱 걸쳐놨다. 비칠비칠 휠체어를 겨우 밀고가는 이 자원봉사자 할머니를 보는 순간 갑자기 엉뚱하게 “이게 이 나라의 보이지 않는 힘, 근간이요 뿌리”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볼 거리가 필요하기에 마약, 갱, 부도덕, 부조리로 가득한 나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미국인이 남을 섬기는 봉사정신, 박애정신을 보고 배우며 자라고, 자라서는 그걸 당연히 여기고 실천해 가는 삶을 살아간다고 하는 느낌을 늘 받는다.

오늘 아침엔 병실로 들어서는 날 보시더니 엄마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얘, 요즘 너무 국빈급대우를 받는 것 같아 좀 황송하다!”라고 하신다. 병원에서 간호원, 청소하는 사람들, 의사, 음식날라주는 사람들 모두 생글거리는 밝은 모습으로 친절하게 대해주고 우리 자식손주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받들어 모시는 게 좋다시는 거다. “그럼, 병원에 쫌 더 오래 계실까?”라고 응수했다. ㅋ ㅋ ㅋ

12 comments:

  1. ............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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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ife is a Beautiful Struggle. 님,
    매우 도전적이고 중요한 질문 같네요. ^^
    예, 행복합니다! 어렵고 힘든 일 들이 계속 목들 죄어 오지만 하나님 주시는 은혜와 사랑속에 능히 이기고, 극복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힘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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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가 생활화 되어있는 모습을 미국에서 자주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늘 감동이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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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걷는 이 님,
    맞아요. "마음에서 우러나는"것이 눈에 보이지요. 그러니 그걸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으례 그렇게 하는 거려니 하면서 전해져 내려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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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oldman님 오랜만이세요
    저도 어머니 때문에 지금 병원에서 침상을 지키고 있답니다. 말씀하신 미국의 박애정신이 한국에서는 서비스정신으로 발현되었는지 이제는 한국의 의료서비스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되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많이 친절하시더라구요.

    퇴근을 하더라도 가족들과 교대로 병원에 있으니 피곤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서로의 가족애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거 같아 좋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어제 어머니의 검사결과가 잘 나와서 그런거 같아요

    여튼 좋은 글 잘 읽고 있으며 먼 이국땅에서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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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따뜻한 글, 잘 보았습니다.

    남을 생각하는 미국인의 모습. 미국에 있던 것은 얼마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 역시 느꼈던 부분이었습니다. 부럽기도 했고요. 사실 예전엔 미국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감정이었는데 그런 묵묵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 분들을 보며,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되었죠.

    한국도 제가 몰라서 그렇지 어디에선가 그런 분들이 계시기에 지금의 한국이 있는 거라 믿어봅니다.

    어느 새 내일 모레면 설날이네요. 다시 한번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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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Let's be happy!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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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J.Park 님,
    어,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시군요. 어머님의 빠른 완쾌를 빌며 병상을 지키는 식구들이 지치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실 한국의 의료서비스와 비교한 건 아닌데...제 26년전의 기억속엔 친절하고 헌신적인 의사선생님, 간호사들의 모습이 있답니다.

    정말 가족들이 끈끈하게 하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맞습니다. 검사결과가 좋다니 축하드리고요. 자주 뵙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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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Joa 님,
    나라간의 국익을 위해서 각 정부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다툰다는 것 외에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조금 다른 문화와 풍습을 지녔다 뿐이지 비슷한 성정을 가진 사람들이 (물속으로 연결된) 하나의 땅을 밟고 산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국엔 별반 다를게 없는 것 같아요. 그 중 선한사람들, 나쁜사람들이 섞여 사는 것 역시 같고.

    벌써 설날이네요. 때때옷 입고 어르신들께 인사 꼭 드리시고,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가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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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Magu 님,

    Welcome to my place!

    I believe it's my first aquaintance with you and wish you a very healthy and joyful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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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샌디에고에 처음 출장 갔을 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른 사람과 같이 줄서서 버스를 타고, 모든 버스가 휠체어 탑승 가능한 장치들을 갖고 있으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휠체어가 올라서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버스에 고정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다른 어떤 모습보다도 그런 부분이 미국을 강국으로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때의 경험이 소수에 대한 제 태도를 좀 더 확실하게 배려(측은지심이 아니라)해 주는 것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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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최기영 님,
    아, 그런 경험이 있으셨군요. 저도 휠체어가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운전사가 버스를 정지시켜 놓고 내려와서 직접 리프트를 올리고, 고정하고 하는데 추가로 5분 남짓 더 걸리는데도 시계를 보거나 짜증스런 얼굴을 짓는 손님이 없는 걸 보고 놀랐었지요.

    우리나라도 님처럼 배려하는 분위기가 더 퍼지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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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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