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6/2011

시상식

둘째의 졸업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와서 며칠 전 아내와 같이 Award Ceremony를 다녀왔다.

요즘은 고국에서 고등학교졸업식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때는 학생대표 몇 명 만 나가서 상을 받곤 교장이 졸업이라고 선언하면 그냥 그렇게 졸업한 걸로 알고 쭐래쭐래 교문을 나섰는데, 여기 고등학교는 한 사람씩 순서대로 불려나가 졸업증서를 받는다. 그런 이유로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데 거기다가 무슨 이름을 걸고 나와서 축사하는 사람이 그리 많은지...해서 졸업식 전에 미리 상장 주는 날을 아예 따로 정해서 상을 준다.

사교(?)에 목숨걸고 놀기 좋아하는 둘째가 과연 공부를 제대로 할려나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친구 많이 사귀고 건강하기만 하면 됐다 싶은 생각에 학업에 관해서는 일체 혼자 하게 놔 두었었다.

하지만 그 날은 아이에게 참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제대로 공부를 도와주거나 진로를 잡아주지 않았는데도 혼자 잘 해낸 것 같아서. 몇 안되는 아이들이 받은 대통령상, 주지사상, 그리고 무식한 우리 내외는 이름을 듣도보도 못한 셀 수 없는 상을 받는데 옆에 나란히 같이 앉은 친한 친구들의 부모들 보기가 민망하고 박수치는 것 조차 눈치가 보일 정도였으니...

얼마전 교통사고로 딸 Avery를 잃은 Spence내외도 와서 딸이 받을 예정이었던 장학금에다 자신들이 액수를 더 더해서 다른 졸업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시상을 하는 순서도 있었다. 대단한 부모라고 밖에는 더 생각나는 단어가 없다. 세 시간이 넘게 계속된 시상식이 끝나고 나오면서 잠시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How are you guys(Avery 밑으로 어린 딸 둘이 있다) doing?"라고 물었더니 "We are holding up ok so far..."하는 끝에 입술을 앙다문다. 우리 딸을 보니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성한 딸을 가진게 그렇게 미안하고 죄스러울 수가 없었다...

10 comments:

  1. 와..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을 닮는다고 하던 말이 역시 맞군요.
    그리고, 딸을 떠나보낸 두 분에게 멀리서나마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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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엇, 멀리 남극에서 찾아와 주셨네요. ^^

    ㅋ ㅋ '부모님'은 아니고 '모님'을 닮았지 싶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세종기지에 얼마나 더 계셔야 하는지는 몰라도 하루빨리 그리운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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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제는 기억이 없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을 그리 성대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올해 내에 졸업은 하려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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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W Yoon (尹聖雄) 님,
    잘 마치시고 학위취득하는데 문제가 없으시길 빕니다. 근데 그 후의 계획은 블로그에 언급한 적이 없으시던데 살짝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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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축하해요. 짝짝짝..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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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ittletree 님,
    ㅎ 감사합니다. 그저 기록으로 남기기위해 적은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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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죠. 축하합니다.
    똑똑하게 자라는것 보다는 바르게 자라는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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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imbackpacker 님,
    아, 그런가요? 축하해 주시니 감사. 저와 생각이 같네요. 바르게 자라는 것이 제 최고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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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자녀분 졸업 축하드립니다. ^^

    우리나라는 한사람이 축하를 엄청 오래하는데, 그곳에서는 여러명에서 돌아가면서 오래하나보군요. 하하 (^^;)

    그나저나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분, 장학금에 추가금까지 더해 기부했다니 정말 대단한 결정을 하신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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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안드로키퍼 님,
    감사합니다. 축사를 한 열 명쯤 하는데 길지는 않아서 다행이지요. 시간을 3분정도씩 제한하는 모양. 그 부모님들은 다른 아이들 모두 졸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펐을 듯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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