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2011

사부님, 그건 안 가르쳐 주셨는데... - 잔디 4

늘 깜깜한 아침에 나가서 깜깜한 밤에나 돌아오기에 잔디를 자세히 볼 시간이 없었는데 지난 3월 마지막 주일 오후에 2층에서 밖을 둘러보다가 엄청 충격을 받았다.

우리 집을 포함해 다른 모든 집들의 잔디는 아직 누르퉁퉁 한데 우리 옆집의 잔디는 독야청청 푸르다 못해 마치 스프레이로 녹색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 마냥 짙은 녹색이더라는...

벼르다가 오늘 오후에 옆집 잔디를 관리하는 고수가 밖에 와 있길래 튀어나가서 여쭈었다.

사부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제자?
"사부님, 저게 뭔일 이래유? 워째 그 집 잔디만 갑자기 파란 거여유?"
씩 비밀스럽고 비아냥섞인 웃음을 쪼개며 사부가 하는 말, "너 지난 2월에 프리이머징...뿌렸냐?"
"Pre...what?"
"Pre-emergent 말이야"
"What the heck is that?"
"Pre-emergent라고 2월에 뿌려줘야 하는 건데 초봄에 겨울잠을 깨어난 잔디의 성장을 촉진하는 강력한 비료와 잡초씨앗의 발아를 억제하는 약이 들어 있지."
"그런게 있었어유? 그럼 왜 진작 야그해 주시지 않었시유?"
"어허, 네가 언제 나에게 물어보기라도 했냐? 이젠 시기가 너무 늦었으니 일반 비료나 얼릉 주도록 하여라."

흑, 맞다. 내가 모르니 물어보지 못한게 당연한거고, 그렇다고 수강료를 내고 잔디의 모든 것에 관해 좍 처음부터 끝까지 특강을 들은 것도 아닌게 맞다. 씨...니 내년 2월에 보자. 나도 그거 '꼭' 뿌려줄테다...

(1. 잔디를 오래 관리해 오신 분들은 이미 다 아시는 일이겠지만 아버님으로 부터 잔디관리를 물려받은지 몇 년 안되는 왕초보라 아직도 어리버리 합니다. ^^
2. 제가 서울사람이면서 외람되게 근본도 없는 엉터리 사투리를 써서 죄송합니다. 제가 우리 나라 각 지방 고유의 정겨운 사투리를 워낙 좋아해 그런 것이니 용서하셔요. 두 특정 도 경계에 있는 지방에 가면 꼭 요렇게 두 도의 섞인 사투리를 쓸 듯 합니다.)

13 comments:

  1. 아...깍고물주면 더 파릇파릇 해지는거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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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더' 가 아니라 '다' 입니당 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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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un Ju Joyce Kim★님,
    전...난생 처음 접하는 단어인데 '깍고물'이 혹시 무슨 거름종류인가요? ㅎ ㅎ 흥미롭습니다. 빨리 답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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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뛰어쓰기가...ㅋㅋㅋ
    깍고 물 주면 인데 말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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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구글, 백과사전, 국어사전 안 뒤진데가 없습니다...혹 제가 모르는 비밀스러운 비료일까봐. ^^

    깍고 물 주는 건 아이들 학교는 기본으로 다 다니는 것 처럼 기본이고, 여기저기 학원 보내듯이 과외로 줘야하는 비료니 약이 꽤 됩니다. 미국사는 남자들의 자존심중 하나가 바로 잔디죠.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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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잔디도 풀일진대, 선별적으로 자라게 하는 것 역시 좋은 것은 아니겠지요. 군대시절 토끼풀 뜯던 생각이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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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먼데서 들려오는 사투리 들으니 우리 말이 얼마나 정겨운지를 알겄구먼유. 자주 방문하겄시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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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SW Yoon (尹聖雄)님,
    그러고 보니 잔디가 정말 '푸른' 풀 일 뿐이군요. ^^

    이야기를 그렇게 써서 그렇지 유난스럽게 가꾸는 건 아니고 그냥 정도껏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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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BH Yoo 님,
    반갑시유. 차린 건 없지만 자주 놀러오셔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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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이런... SOD (9, 10, 12월)가 다가 아니었군요. ㅡㅡ; 이 고수님께선 기왕에 비법을 전수해 주시려면 팍팍 좀 푸시지 왜 이리 조금씩 흘려주신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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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겨울아이 님,
    맞아요, 기억하시죠? 사실 '잔디 - 2'는 겨울아이님을 염두에 두고 올렸던 글인데 그때 그 고수가 SOD에 비료주고 3-4월에 한 번 더주면 된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제와서 그러는 걸 보면 아마 누구도 자기가 가꾸는 잔디를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맨날 그렇게 얌체처럼 물어보지만 말고 정식계약을 해서 자기가 직접 우리잔디를 가꿀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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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전 잔디라도 있었으면,!!
    마당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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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belike_him님,
    정반대의 로망을 갖고 있습니다. 전 관리하고 깍기 힘든 저 잔디를 싹 갈아엎고 그냥 흙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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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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