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많이 과장된 비교 |
간호원을 하다가 은퇴하신 할머니가 사는 집인데 젊은 흑인분이 와서 잔디관리를 해 주는 걸 보곤 했다. 몇 년전 어느날 내가 잔디를 깍고 있는데 마침 왔길래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물었다. 난 한여름 내내 저 많은 잡초들과 전쟁을 하며 아무리 뽑고 약을 뿌려도 그 수가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데 아예 시즌 처음부터 잡초가 그렇게 하나도 없고 노상 푸르게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고. 이야기해주는 내용이 내가 늘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가 마지막에 드디어 눈이 번쩍뜨이는 특이한 대목이 있었는데… @.@
꼭 수행중 모든 걸 깨우치고 하산한 도인(?)과 같은 말을 던지더라는. “잡초는 사람이 직접 싸워서는 안되고 건강한 잔디가 잡초와 싸우게 해야 한다”라는 이해 못할 이야기를 했고 그 다음에 “ 잡초가 아예 있지도 보이지도 않는 늦 가을에 이미 그 다음해 싸움이 끝난다”라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진다.
"그 뜻이 무엇입니까? 쌰부님" 여쭈니 얘기인 즉슨 당장 잡초와 싸우는 걸 깨끗하게 포기하고, 그 대신 가을에 비료를 SOD(September, October, December)에 세번에 걸쳐 뿌려주고 10월 말 쯤에 질 좋은 잔디씨를 좀 많다싶을 정도로 잔디밭 전체에 충분히 뿌려주라는 것. 잔디가 겨울동면에서 깨어나 다시 다 자라는 것이 아니고 월동을 하면서 많이 죽기에 그렇다는 설명이 따르셨고. 마지막으로 3-4월 되면 한 번 더 비료를 주되 잡초성장억제제가 들어간 것을 사용하라고 하신다. 아, 물론 잔디밭 땅에 일년에 한 번 구멍을 숭숭 뚫어주거나(Aeration) 필요에 따라 Lime을 뿌려주는 건 다 아는 기본이니 따로 언급하는 건 생략하셨고.
그 고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을 따랐더니 1년이 되던 작년엔 재작년 가을에 뿌렸던 잔디씨가 자라나와 기존의 잔디와 섞여 정말 ‘시퍼렇게’ 되면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 잡초가 아예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억누르는데 정말 잡초가 그 전해에 비해 삼분지 일 정도로 줄었었다. 2년 지난 금년엔 그 집의 좋은 잔디와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푸르고 싱싱하게 그리고 잡초도 간혹 몇 개 만 보일 정도로 되었다는… 얼마전 잡초로 맘 고생하시는 어느 블로거도 계시길래 혹 도움이 될 까 해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ㅋ ㅋ 그 집 아빠만 또 죽어나게 생겼네... 죄송함다. ^^;
추신: 얼마전 그 사부께서 친히 들리셨다. 그리고 우리 잔디를 쓱 한 번 보고 하는 말, "Well done, my friend!"
번역하면 "얘야 수고했다. 너 이제 하산하그라!" 정도 되지 않나 싶은데...
재밌는 잔디 기르기네요. 저는 정원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영국은 지금 가문이라서 푸르디푸른 잔디 구경하기 힘드네요! 새 블로그 분위기 좋습니다.
ReplyDelete아 거기도 가물었군요. 여기도 비 한번 시원하게 왔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램이지요. 근데 영국은 원래 축축한 나라 아닙니끼? 그래서 바바리코트도 유명한 거고. ㅋ
ReplyDelete블로그스킨은 워낙 제가 싫증을 금방 느껴 자주 바꿔줍니다. ^^;
자진신고 합니다. 글을 읽는 순간 저를 위해, 아니 저희 집 바깥 양반을 위해 쓰셨다는 느낌이 팍팍왔어요. ㅎㅎㅎ
ReplyDelete저희도 한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시기를 잘 맞춰서 하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이번 9월부터 한번 알려주신대로 해볼께요. ^^
ㅎ ㅎ 누군지 밝히면 좀 실례일 것 같아서 그랬는데 제대로 자수하셨네요. ^^ 한편으론 아이들 아빠께 (미리)미안하기도 했고...ㅋ
ReplyDeleteㅎㅎㅎ 재밌습니다~
ReplyDeleteㅎ 사실 잔디관리하는 일은 그럴 일이 없는 분들 한테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 일인데 재미 있으셨다니 다행... ^^;
ReplyDelete전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법한 방법이군요. ^^
ReplyDelete세계 어디서나 모두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두루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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