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2011

Pay it forward

집을 청소하다가 옷장 깊숙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이 나왔다.

사용했던 기억은 커녕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카메라 망원렌즈. 버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에게는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혹 필요한 사람이 있나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나의 이웃블로거 중 사진찍기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이 너댓분 계시는 걸 기억하고 그 분들께 이메일로 아니면 그 분들의 블로그를 통해 연락을 취함.

거의 30년을 끼고 있었던 셈이라 확실하게 30년 이상된 구닥다리. 요즘 나오는 DSLR엔 맞지 않을 것은 틀림없고, 그 중 한분이 자세하게 알아본 바 특정카메라에만 마운트가 맞게 되어 있을거라기에 연락드렸던 대부분의 블로거이웃들이 정중하게 거절하셨다.

그 중 어떤 분이 혹 사용가능할 지 모르겠다 하셔서 어제 오전에 우편으로 보내 드렸는데 어제 저녁 그 분 께서 이메일을 보내주시길 필요한 서적같은 것이 있으면 답례로 보내 주시겠다는 거였다. 그래 다음과 같이 답신을 보내 드렸다.

"제게 뭘 해주시려는 것 대신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분이 보이신다면 조건없이 한 번 도와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그런 일이 계속 돌고 도는 전염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Pay it forward"란 영화도 있었지만 Pay it forward라는 표현이 이런 개념이 아닌가 한다.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나를 아는 사람들 만이라도 이걸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

17 comments:

  1. 제가 갖고 있는 카메라 중 렌즈를 바꾸는 방식의 카메라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제가 태어났을 때 저를 찍어주시던 카메라입니다. 그 카메라에 그때 렌즈를 물려서 지금은 제가 제 아이를 찍어주고 있죠.

    다른 카메라를 들이지도, 다른 렌즈를 들이지도 않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혹여, 조금씩 손이 덜 가다 멀어지게 될까봐 말이죠.

    제안 자체는 굉장히 감사했고, 따뜻했습니다. :-)

    ReplyDelete
  2. 오래 된 렌즈를 필요한 분을 찾아 드리는
    마음이나 오래 된 카메라를 귀중하게 여기시는 분의 마음이나, 모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요즘 밤을 낮삼아 일할 정도로 많이 바쁘다 보니 블로그에 소홀합니다. 좋은 글, 따뜻한 마음 안고, 또 담고 갑니다.

    ReplyDelete
  3. 최기영 님,
    아, 맞아요. 님은 좀 다른 이유셨죠. 아버님이 물려주신 카메라를 그렇게 귀하게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에 제가 다 숙연해 졌습니다.

    가족이야기를 올리시는 블로그에 댓글란이 없어 적진 못했지만 동생이 생긴 윗 아이가 굉장히 복잡한 감정상태를 가지게 되는 걸 봤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동생을 예뻐하면서도 어떨 땐 몰래 꼬집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답니다. ^^

    ReplyDelete
  4. Giein님,
    그렇게 여겨주시니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시군요. 저도 늘 들려서 좋은 포스팅들 잘 읽고 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누가 뭐래도 바쁜건 좋은 일 입니다. ^^

    ReplyDelete
  5. 렌즈가 있으시다고, 쓸 수 있겠냐고 물어봐 주신 거, 저도 많이 감사했습니다.
    아쉽게도 제게는 맞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마침내 주인을 잘 찾아간 것 같네요. 실은 저도 그게 어떻게 됐나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

    말씀하신 그런 전염병이라면야 기꺼운 마음으로 걸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ReplyDelete
  6. Black and Berry님,
    그 분께 보내드리긴 했지만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도 않았을 시점이네요. 도착한 다음 마운트 해 보시고 연락이 오면 그때서야 제 주인을 찾은 걸 알게되는 거겠지요. ^^

    그 전염병은 누구에게서 무조건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누군가에게 조건없는 작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 전염을 시작할 수 '무서운' 병 이죠. :-)

    ReplyDelete
  7. 혹여 렌즈가 그 분 카메라 바디에 딱 맞지 않더라도, 마운트 어댑터라는 게 있어서 그것만 구입하면 쓸 수 있으실 겁니다.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 듯합니다.

    그 전염병은... 제가 먼저 숙주가 되어 볼까요? ^^

    ReplyDelete
  8. Black and Berry님,
    아, 그분께 무슨 어댑터가 있다고 하셨어요. 좀 있으면 알게 되겠죠. 쓸 수 있는거면 그걸 사용하여 사진을 올리실 거라고 하셨으니깐.

    ㅋ 적절한 어휘 선택...

    야! 우리모두 '숙주'가 됩시다!!!

    ReplyDelete
  9. 올만예요 oldman님^^ 엊그제 시험하나 끝내구 좀 살만하니 들어와 봅니당. 저두 이 영화되게 좋아하는데, 정말 brilliant idea 인것 같아요. 저두 착한 일 하나하구 oldman 님 처럼 써먹을래요 ^^

    ReplyDelete
  10. belike_him님,
    시험으로 바쁘셨군요. 다시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

    아, 그것 누가 특허낸 것 아니니까 누구나 더 많이 써먹을수록 세상은 그만큼 더 살만해 지겠죠?

    ReplyDelete
  11. belike_him님,

    올만=oldman 이 의성어 조크인 걸 지금 깨달았습니다. ㅋ ㅋ 제가 좀 느려요. ^^

    ReplyDelete
  12. oldman님의 말씀처럼 실천으로 옮겨보도록 노력해봐야할거 같읍니다...
    늘 좋은글과 말씀 감사하게 생각하겠읍니다...

    ReplyDelete
  13. 柳吾錫님,
    괜히 부담이나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이해해 주시니 감사하구요.

    ReplyDelete
  14. 멋지십니다. 내가 먼저 한 작은나눔이 점점 더 점점 더 커진다는 것,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pay it forward

    ReplyDelete
  15. imbackpacker님,
    그럼 한 번 시작해 보실끼요? ^^

    ReplyDelete
  16. 안선생님 렌즈잘 받았읍니다...그런데 먼저 메일에 어떤분설명의 렌즈하곤 다른 렌즈입니다..m42렌즈인줄알았는데 일본유명회사인canon카메라마운트용 렌즈입니다 일명 ze마운트라고 합니다...아쉬웠읍니다...꼭써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주위에 canon을쓰는 친구들이 많아서 서로 공유하면서 쓸수있게 건네주어야 할거 같읍니다..운송비도 많이들어 보내주셨는데...다시한번 감사드리고 또 종종 블로그에 놀러오겠읍니다....

    ReplyDelete
  17. 柳吾錫 님,
    그것 참 아쉽게 되었군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사용하실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혹 그 분들이 그 렌즈를 이용해 찍으신 사진을 柳吾錫 님 블로그에 한 번 올려주신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겠네요. ^^

    ReplyDelete

반갑습니다!

댓글을 남기시려면 작성자 선택 시 Google계정등으로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시면 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Hi!
If you would like to leave a comment, please log in with your Google, WordPress, or AIM accounts. If you don't have one, please choose the option '이름/URL', then put your name or nickname in '회사명' leaving 'URL' bl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