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청소하다가 옷장 깊숙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이 나왔다.
사용했던 기억은 커녕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카메라 망원렌즈. 버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에게는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혹 필요한 사람이 있나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나의 이웃블로거 중 사진찍기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이 너댓분 계시는 걸 기억하고 그 분들께 이메일로 아니면 그 분들의 블로그를 통해 연락을 취함.
거의 30년을 끼고 있었던 셈이라 확실하게 30년 이상된 구닥다리. 요즘 나오는 DSLR엔 맞지 않을 것은 틀림없고, 그 중 한분이 자세하게 알아본 바 특정카메라에만 마운트가 맞게 되어 있을거라기에 연락드렸던 대부분의 블로거이웃들이 정중하게 거절하셨다.
그 중 어떤 분이 혹 사용가능할 지 모르겠다 하셔서 어제 오전에 우편으로 보내 드렸는데 어제 저녁 그 분 께서 이메일을 보내주시길 필요한 서적같은 것이 있으면 답례로 보내 주시겠다는 거였다. 그래 다음과 같이 답신을 보내 드렸다.
"제게 뭘 해주시려는 것 대신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분이 보이신다면 조건없이 한 번 도와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그런 일이 계속 돌고 도는 전염처럼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Pay it forward"란 영화도 있었지만 Pay it forward라는 표현이 이런 개념이 아닌가 한다.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나를 아는 사람들 만이라도 이걸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
제가 갖고 있는 카메라 중 렌즈를 바꾸는 방식의 카메라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제가 태어났을 때 저를 찍어주시던 카메라입니다. 그 카메라에 그때 렌즈를 물려서 지금은 제가 제 아이를 찍어주고 있죠.
ReplyDelete다른 카메라를 들이지도, 다른 렌즈를 들이지도 않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혹여, 조금씩 손이 덜 가다 멀어지게 될까봐 말이죠.
제안 자체는 굉장히 감사했고, 따뜻했습니다. :-)
오래 된 렌즈를 필요한 분을 찾아 드리는
ReplyDelete마음이나 오래 된 카메라를 귀중하게 여기시는 분의 마음이나, 모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요즘 밤을 낮삼아 일할 정도로 많이 바쁘다 보니 블로그에 소홀합니다. 좋은 글, 따뜻한 마음 안고, 또 담고 갑니다.
최기영 님,
ReplyDelete아, 맞아요. 님은 좀 다른 이유셨죠. 아버님이 물려주신 카메라를 그렇게 귀하게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에 제가 다 숙연해 졌습니다.
가족이야기를 올리시는 블로그에 댓글란이 없어 적진 못했지만 동생이 생긴 윗 아이가 굉장히 복잡한 감정상태를 가지게 되는 걸 봤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동생을 예뻐하면서도 어떨 땐 몰래 꼬집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답니다. ^^
Giein님,
ReplyDelete그렇게 여겨주시니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시군요. 저도 늘 들려서 좋은 포스팅들 잘 읽고 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누가 뭐래도 바쁜건 좋은 일 입니다. ^^
렌즈가 있으시다고, 쓸 수 있겠냐고 물어봐 주신 거, 저도 많이 감사했습니다.
ReplyDelete아쉽게도 제게는 맞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마침내 주인을 잘 찾아간 것 같네요. 실은 저도 그게 어떻게 됐나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
말씀하신 그런 전염병이라면야 기꺼운 마음으로 걸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Black and Berry님,
ReplyDelete그 분께 보내드리긴 했지만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도 않았을 시점이네요. 도착한 다음 마운트 해 보시고 연락이 오면 그때서야 제 주인을 찾은 걸 알게되는 거겠지요. ^^
그 전염병은 누구에게서 무조건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누군가에게 조건없는 작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 전염을 시작할 수 '무서운' 병 이죠. :-)
혹여 렌즈가 그 분 카메라 바디에 딱 맞지 않더라도, 마운트 어댑터라는 게 있어서 그것만 구입하면 쓸 수 있으실 겁니다.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 듯합니다.
ReplyDelete그 전염병은... 제가 먼저 숙주가 되어 볼까요? ^^
Black and Berry님,
ReplyDelete아, 그분께 무슨 어댑터가 있다고 하셨어요. 좀 있으면 알게 되겠죠. 쓸 수 있는거면 그걸 사용하여 사진을 올리실 거라고 하셨으니깐.
ㅋ 적절한 어휘 선택...
야! 우리모두 '숙주'가 됩시다!!!
올만예요 oldman님^^ 엊그제 시험하나 끝내구 좀 살만하니 들어와 봅니당. 저두 이 영화되게 좋아하는데, 정말 brilliant idea 인것 같아요. 저두 착한 일 하나하구 oldman 님 처럼 써먹을래요 ^^
ReplyDeletebelike_him님,
ReplyDelete시험으로 바쁘셨군요. 다시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
아, 그것 누가 특허낸 것 아니니까 누구나 더 많이 써먹을수록 세상은 그만큼 더 살만해 지겠죠?
belike_him님,
ReplyDelete올만=oldman 이 의성어 조크인 걸 지금 깨달았습니다. ㅋ ㅋ 제가 좀 느려요. ^^
oldman님의 말씀처럼 실천으로 옮겨보도록 노력해봐야할거 같읍니다...
ReplyDelete늘 좋은글과 말씀 감사하게 생각하겠읍니다...
柳吾錫님,
ReplyDelete괜히 부담이나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이해해 주시니 감사하구요.
멋지십니다. 내가 먼저 한 작은나눔이 점점 더 점점 더 커진다는 것,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pay it forward
ReplyDeleteimbackpacker님,
ReplyDelete그럼 한 번 시작해 보실끼요? ^^
안선생님 렌즈잘 받았읍니다...그런데 먼저 메일에 어떤분설명의 렌즈하곤 다른 렌즈입니다..m42렌즈인줄알았는데 일본유명회사인canon카메라마운트용 렌즈입니다 일명 ze마운트라고 합니다...아쉬웠읍니다...꼭써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주위에 canon을쓰는 친구들이 많아서 서로 공유하면서 쓸수있게 건네주어야 할거 같읍니다..운송비도 많이들어 보내주셨는데...다시한번 감사드리고 또 종종 블로그에 놀러오겠읍니다....
ReplyDelete柳吾錫 님,
ReplyDelete그것 참 아쉽게 되었군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사용하실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 혹 그 분들이 그 렌즈를 이용해 찍으신 사진을 柳吾錫 님 블로그에 한 번 올려주신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겠네요. ^^